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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는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갔다가 돌아온 소현세자의 의문의 죽음을 맹인 침술사의 시점에서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사극 영화.
재벌집 막내아들은 대기업에 입사해 재벌가의 비위를 맞추며 궃은 일을 도맡아해오던 직원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 뒤 재벌집 막내아들로 환생해 1987년부터 인생을 다시 살아가며 벌이는 복수극. 드라마 이전에 웹소설과 웹툰으로도 나와 있다.
올빼미는 200만 관객을 넘어 순항하고 있고 재벌집 막내아들은 시청률 20%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다.
전혀 다른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두 영화와 드라마에는 공통점이 있다. 요즘 흥행 트렌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공통점이기도 하다.
첫째, 아버지가 빌런으로 등장한다. 아버지라는 빌런은 가장 친밀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가장 이해하기 힘든 존재다. 빌런이지만 무턱대로 악으로 치부할 수도 없다. 여기서 긴장감이 싹튼다.
올빼미의 유해진은 웃음기를 싹 걷어내고 소현세자의 신경질적인 아버지 인조로 등장한다. 짜증 가득한 폭군의 표정연기를 보고 있으면 과거에 알던 유쾌한 유해진을 잊어버리게 될 정도로 연기 변신을 했다. 후반부에선 유해진이 등장할 때마다 긴장감이 감도는데 절대권력를 갖고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길한 표정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유해진의 모습이다. 주인공과 소현세자를 사지로 몰아넣는 강력한 빌런이 알고보니 아버지라는 설정은 영화를 시종일관 긴장감 넘치게 만든다.
재벌집 막내아들에선 이성민이 재벌집 회장으로 출연해 미래를 다 알고 있는 손자와 한판 승부를 벌인다. 피도 눈물도 없이 오로지 돈만 바라보는 재벌 회장은 자칫 뻔한 빌런일 수도 있었겠지만 드라마에서 재산 싸움을 벌이는 아들딸의 심판 역할을 하면서 동정표를 얻는다. 아버지이자 할아버지이지만 전혀 인자하지 않고 매섭게 몰아세운다.
그동안 성실한 회사원 역할을 주로 맡아온 이성민이기에 자수성가한 회장의 상속 고민이 막연한 배부른 고민처럼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오히려 회장을 응원하게 될 때도 많다. 번뜩번뜩 빛나는 이성민의 놀라운 카리스마 연기는 이 드라마를 기다리게 만드는 일등공신이다.
둘째, 관객은 미래를 알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인물들의 선택이 어떤 미래를 그려낼지 관객은 미리 알고 있기에 감정적으로 즉각 반응할 수 있다.
올빼미에서 소현세자가 의문의 독살을 당한 뒤 주인공 맹인 침술사(류준열)가 범인으로 의심받아 쫓기는 신세가 된다. 이때 침술사는 범인이 누구인지 모르고 있지만 관객은 역사를 통해 범인이 인조(일 가능성이 높다)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관객은 아는데 주인공은 모르는 상황, 이러한 정보 비대칭성에서 오는 서스펜스가 영화를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가장 큰 재미는 1987년부터 이어지는 현대사를 주인공 진도준(송중기)이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지켜보는 데서 온다. 진도준이 어떤 선택을 할 때마다 관객 역시 그 결과를 미리 알고 있기에 파장을 예측할 수 있다. 눈밖에 난 재벌 3세라는 상대적 약자가 재벌 회장이라는 강자와 맞서면서 하나씩 난공불락을 무너뜨릴 때마다 시청자는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
양김 단일화 무산을 예견해 노태우에게 비자금을 바치고, 분당이 1기 신도시가 될 것을 알기에 분당 땅을 요구하고, ‘나홀로 집에’와 ‘타이타닉’이 대히트를 칠 것을 알기에 아버지가 그 영화를 사오게 하고, 이제 막 차고에서 사업을 시작한 아마존에 투자하고, Y2K가 별 일 없이 지나갈 것을 알기에 무제한 보증을 서고, 1500원에서 28만원까지 치솟았다가 급락한 새롬기술 주식의 흐름을 알고 있기에 재벌가 누나를 패망시키는 작업을 하는데 이용하고, 9.11 테러가 벌어질 것을 알기에 해외주식을 팔았다가 다시 매집한다.
이 모든 흥미로운 과정에서 미래를 알고 있는 것은 진도준뿐인 것 같지만 사실 그는 혼자가 아니다. 진도준을 지켜보는 시청자 역시 미래를 알고 있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 생각하면서 진도준이 재벌가를 차지하는 여정에 간접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진도준이 어딘가에 투자하면 “그때 그런 일이 있었지” 떠올리며 무릎을 치고, 진도준 주변 사람들이 그를 의심하면 시청자 역시 들킬까봐 조마조마해진다.
이처럼 ‘올빼미’와 ‘재벌가 막내아들’의 공통점은 가장 친밀한 빌런을 등장시켜 긴장감을 배가시켰다는 것, 그리고 역사가 스포일러인 점을 역이용해서 서스펜스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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