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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립 어드바이저 서울 맛집 구스토 타코, 더 그리핀, 헴라갓(왼쪽부터)


109,224개. 세계 최대 온라인 여행 정보 서비스 트립 어드바이저에 수록된 서울 음식점의 갯수다.


트립 어드바이저는 회원들의 평점과 리뷰를 바탕으로 순위를 매기는데 글로벌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인 만큼 서울 음식점의 순위는 여느 맛집 랭킹과 전혀 다르다. 한 마디로 코스모폴리탄적 시각에서 본 서울 맛집 톱10에서 한식은 두 곳밖에 찾아볼 수 없다. 리스트의 대부분은 멕시코, 스웨덴, 중동, 아프리카 등 전세계에서 온 음식이거나 혹은 한국의 전통적인 미를 결합한 퓨전 음식이다.


서울을 찾는 여행객들은 어떤 식당을 선호하는지 궁금해 트립 어드바이저 상위권에 오른 음식점 세 곳을 차례로 찾아가봤다(순위는 9월 17일 기준). 2위는 멕시코 음식, 3위는 스웨덴 음식이었지만, 1위는 의외로 식사만 판매하는 음식점은 아니었다.




1위 더 그리핀


“전통주를 베이스로 흥인지문, 남산타워, 이순신 장군, 경복궁 등을 형상화한 칵테일을 만들었습니다. 외국 손님과 한국 손님의 비율은 절반 정도예요.”


윤상엽 시니어 바텐더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평양의 전통주 감홍로에 리큐어 아마레또, 골드러쉬 시나몬 등을 혼합한 칵테일을 만들면서 말했다. 홍시로 단맛을 더해 달콤쌉싸름한 맛을 내는 이 오렌지빛 칵테일의 이름은 ‘동대문 슬링’. 조선시대 갓등 모양을 형상화한 큼직한 조형물과 함께 내면 손님들 입에서 감탄사가 쏟아져 나온다.


더 그리핀 ©Youchang

더 그리핀의 야외 테라스 ©Youchang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 서울의 11층에 위치한 ‘더 그리핀’은 재즈 연주를 감상하면서 위스키나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루프톱 바다. 입구에 들어서면 1920년대 타자기 등이 전시돼 있고 커다란 나무 문이 가로막고 있는데 이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만의 아지트 같은 넓은 공간이 나온다. 윤 바텐더는 “미국 금주법 시대의 주류 밀매소(speakeasy) 느낌을 살려 비밀스런 공간에서 우리들만의 파티가 열린다는 컨셉트”라고 귀띔했다.


‘더 그리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자리는 야외 테라스다. 흥인지문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앉으면 활기찬 동대문의 분위기를 한눈에 느끼면서 도심 속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여러 종류의 고급 시가도 준비돼 있어 이국적인 운치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칵테일 한 잔 마시면서 서울의 전통미와 역동성을 동시에 느끼려는 여행객들로 인해 야외 테라스 자리는 경쟁이 치열하다.


더 그리핀의 윤상엽 시니어 바텐더가 감홍로 베이스로 만든 칵테일 `동대문 슬링`을 들어보이고 있다. ©Youchang

더 그리핀의 대표 메뉴인 전통주 혼합 칵테일 `동대문 달빛` ©Youchang


더 그리핀에서만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메뉴는 전통주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이다. 그중 서울의 랜드마크 4곳을 모티프로 한 서울셀렉션이 인기다. 서울N타워를 따온 ‘남산타워’, 이순신 장군 동상을 형상화한 ‘금의환향’, 흥인지문을 살린 ‘동대문 달빛’, 경복궁과 불사의 묘약을 주제로 한 ‘왕실의 비밀’ 등이 있다. 윤 바텐더는 해물 파전, 궁중 떡볶이 등의 요리가 칵테일과 잘 어울려 많이 찾는다고 덧붙였다.


주요메뉴: 칵테일 동대문 슬링, 동대문 달빛, 금의환향, 남산타워, 왕실의 비밀

위치: 종로구 청계천로 279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 서울 11층

운영시간: 18:00~02:00

전화: 02-2276-3344




2위 구스토 타코


“외국 손님과 한국 손님의 비중은 반반이에요. 외국 손님은 관광객, 영어교사, 주한미군인데요. 저는 손님들과 대화하는 걸 좋아해요. 외국인들에겐 여행책자에 안 나오는 한국에서 가볼 만한 장소를 소개해주죠. 그게 단골이 많은 비결인 것 같아요.”


애런 앨런 대표가 말할 때 아내인 권혜진 대표는 옆에서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뉴욕에서 만나 결혼한 두 사람은 2010년 한국으로 이주해 홍대 인근에 구스토 타코를 차렸다. 미국에서 좋아하던 멕시코 음식을 한국에서 즐기고 싶었지만 제대로 만드는 곳을 찾지 못하던 차에 직접 해보겠다는 용기를 낸 것이다. 앨런 대표는 월스트리트 CTO 출신, 권 대표는 미술 전공으로 식당 운영은 처음이었지만 큰 욕심 부리지 않고 가격 대비 최상의 맛을 내는 요리로 승부하기로 했다.


구스토 타코 ©Youchang

구스토 타코 ©Youchang


구스토 타코의 대표 메뉴인 타코, 부리또, 나초 ©Youchang

구스토 타코의 애런 앨런(왼쪽), 권혜진 공동대표 ©Youchang


8년 가까이 지난 지금 구스토 타코는 상수동으로 옮겨 성업 중이다. 프랜차이즈를 내라는 제안을 수차례 받았지만 이들은 지금의 생활이 행복해 더 이상 확장할 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개인 생활을 침해받고 싶지 않아 그동안 언론 매체에 출연하는 것조차 거절해왔다고 한다.


구스토 타코의 메뉴는 단순하다. 타코, 부리또, 나초, 케사디야 정도가 전부다. 하지만 메뉴마다 자부심이 가득하다. 매장에서 모든 재료를 직접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두 사람과 함께 뉴욕에서 온 셰프가 맛을 책임진다.


구스토 타코에는 원칙이 있다. 깡통에 든 음식과 전자레인지를 쓰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소스를 포함한 모든 재료는 매장 내 부엌에서 직접 만든다. 돼지고기 타코에 들어가는 돼지고기의 경우 8시간 이상 낮은 불에 삶아서 부드럽게 만든 뒤 자체 제작한 시즈닝과 섞는다. 또르띠야도 직접 손으로 만든다. 멕시코 본연의 맛을 내기 때문에 멕시코 대사관에서도 자주 매장을 찾는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야채 타코도 준비돼 있다.


앨런 대표는 기자에게 타코를 제대로 즐기는 요령이 있다며 직접 시범을 보여주며 말했다.


“타코를 드실 때는 포크나 칼을 쓰지 마세요. 타코를 먹는 재미를 놓치게 되거든요. 손으로 직접 들고 드셔보세요. 색다른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주요메뉴: 돼지고기 타코, 야채 타코, 치킨 브리또, 치즈 나초

위치: 마포구 와우산로32길 41

운영시간: 화~일 12:00~21:00

전화: 02-338-8226



3위 헴라갓


“스웨덴에서는 청어 요리에 전통주 슈납스로 식사를 해요. 또 감자가 밥이자 반찬이라서 다양한 감자요리도 즐길 수 있습니다.”


서울 회현동 남산3호터널 인근에 위치한 스웨덴 가정식집 헴라갓(스웨덴어로 ‘집에서 만든’이라는 뜻)의 오수진 대표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주방에선 그녀의 남편이자 셰프인 다니엘 위크트란드가 저녁식사에 쓰일 재료들을 손질하고 있었다.


헴라갓의 오수진 대표(왼쪽)와 다니엘 위크트란드 셰프가 환하게 웃고 있다. ©Youchang

헴라갓 ©Youchang


두 사람은 중국에서 처음 만났다. 다니엘 셰프는 여행 중, 오 대표는 출장 중이었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청두에 정착해 카페를 열어 수 년간 운영하다가 2014년 한국으로 이주해 헴라갓을 차렸다. 오 대표에 따르면 스웨덴 대사관에서 가까운 이곳을 우연히 지나다가 햇볕 잘 드는 공간이 마음에 들어서 덜컥 부동산 계약을 해버렸단다. 명동에서 살짝 외진 곳에 있어서 지금은 지나가다 들리는 손님보다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찾아오는 손님이 더 많다.


인상 좋은 부부가 운영하는 헴라갓은 친구 집을 방문한 듯 편안한 분위기에서 스웨덴 가정식을 즐기는 ‘행복한 식사의 기억’을 추구한다. 오픈 첫 해부터 트립 어드바이저에 소개돼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다. 외국 손님이 많을 것 같지만 오 대표에 따르면 최근 북유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손님들은 한국인 비중이 90% 이상이라고 한다.


스웨덴 요리 중 한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음식은 단연 미트볼이다. 각 가정마다 수십 년 간 내려오는 비장의 레시피가 있다. 헴라갓의 미트볼 숏불라르(Köttbullar med Potatismos & Sås)는 크림이 들어간 고기완자를 저온에서 요리하기 때문에 기름기가 적으면서도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오랜 시간 익히는 돼지갈비 스콘스크 레-벤(Skånska Revben med Stekt Potatis), 레몬 소금으로 향을 낸 구운 연어 스테이크(Stekt lax med dillstuvad potatis), 엘크사슴 구이 엘기스카브(Älgskav), 저린 청어 요리 씰탈릭(Silltalrik), 해산물 요리 스카겐 러-라(Skagenröra) 등이 대표 메뉴다.


헴라갓의 대표 메뉴인 엘크사슴 구이, 저린 청어 요리 씰탈릭과 슈납스 ©Youchang

헴라갓 ©Youchang


스웨덴에서 점심은 상대적으로 가볍게 즐기는데, 청어샌드위치 씰라마카(Sillamacka), 훈제 연어 오픈 샌드위치 락스 스뭐레브러드(Lax Smörrebröd), 양배추와 고기를 오븐에 구운 코올푸딩 메드 리스(Kålpudding med Ris & Brunsås), 고기, 햄, 버섯, 양파 등을 감자와 함께 볶은 북유럽 가정식 퓌티판나(Pyttipanna) 등이 준비돼 있다.


또 헴라갓에선 직접 만든 25종 이상의 슈납스(Snaps)를 맛볼 수 있다. 스웨덴 슈납스는 과일을 증류한 독일 슈납스와 달리 향이 첨가된 보드카를 뜻한다. 각 지역마다 특색 있는 허브를 조합해 만든다. 슈납스의 강한 맛과 향은 짭짤한 청어요리, 돼지고기 요리와 잘 어울린다. 헴라갓 요리의 모든 재료는 신선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 국내에서 공수한다.


주요메뉴: 숏불라르(스웨덴식 미트볼), 스콘스크 레-벤(스웨덴 남부 돼지갈비), 엘기스카브(엘크사슴 구이), 씰탈릭(저린 청어), 씰라마카(청어샌드위치), 퓌티판나(감자와 고기볶음) 등

위치: 서울시 중구 소공로 35 남산 롯데캐슬 아이리스 123호

운영시간: 화~토 11:30~14:00 (브런치) 17:30~21:30 (저녁)

전화: 02-318-3335



*매일경제에 실린 글의 풀버전입니다.

링크: http://premium.mk.co.kr/view.php?no=23462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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