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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는 안전지대입니다. 여기 스퀘어에 누군가 서서 도움을 청하면 도와줘야 합니다. 횡단보도가 사회적인 계약인 것처럼 스퀘어 역시 계약입니다.”


도로에 네모난 공간이 있고 그 안에 선 사람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배고픈데 밥 사주세요.’ ‘수영을 가르쳐 주세요.’ ‘저랑 30분만 대화를 나눠 주세요.’ 누군가 이런 요청을 해온다면 당신은 그가 내민 손을 붙잡을 것인가? 당신이 그 손을 붙잡지 않는다면, 당신을 주저하게 만드는 비인간성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이런 내용의 전시회를 여는 X로얄 박물관의 마케팅 총괄 책임자 크리스티안(클라에스 방)은 어젯밤 파티 후유증으로 소파에서 만취한 채 잠들어 있다. 영화는 그가 깨어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앞으로 2시간 30분 동안 벌어질 일들을 생각하면 어쩌면 차라리 그는 깨어나지 않는 편이 나았을 지도 모른다.


영화 '더 스퀘어'는 크리스티안이 전시 홍보를 기획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겪는 여러가지 일들을 씨줄과 날줄로 묶는다. 등장인물은 크리스티안과 다양한 방식으로 얽히는데 이들은 제각각 다른 마이너리티를 대표한다.



먼저 인터뷰를 위해 찾아온 미국인 여기자는 크리스티안에게 “권력을 이용해 여자들에게 성적 관계를 강요하는 거 아니냐”고 묻고, 빈민촌의 이민자 아이는 “도둑으로 몰린 것이 억울하니 사과하라”고 종용한다. 틱 장애를 가진 지체 장애인은 작가와의 대화 시간에 소란을 피우고, 돈 많은 기부자들을 위해 마련한 파티에선 현대미술 작품 속 야생의 남자가 파티장을 휘젓고 다닌다. 또 여러 명의 노숙자들이 수시로 등장하는데 크리스티안은 이들을 돕기도 하고 이용하기도 한다.



영화는 스웨덴 대형 박물관의 책임자인 크리스티안이 처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들로 가득 차 있다. 그는 거리 한복판에서 소매치기를 당해 잃어버린 휴대폰과 지갑을 찾기 위해 위치 추적에 나서지만 그 결과 엉뚱한 사람을 도둑으로 몰게 된다. 또 그는 전시회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끌기 위해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기로 하고 외주를 맡기지만 그가 승인하지도 않은 자극적인 영상이 박물관 계정으로 올라가며 사회적 약자를 홍보에 이용했다는 누명을 쓰게 된다.


영화는 북유럽인들 특유의 오픈마인드인 척하는 태도를 비꼬고, 여성, 이민자, 장애인, 노숙자, 비문명인 등 마이너리티에 대한 백인 남성들의 고정관념을 스토리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장치로 활용한다. 금발의 여섯 살난 백인 여자 아이가 ‘더 스퀘어’에서 폭발하는 영상은 엄청난 욕을 먹지만, 결국 전시회 홍보의 일등공신이 되는 아이러니는 크리스티안이 영화 속에서 겪게 되는 일상들의 반전과 닮았다.



영화 속 ‘더 스퀘어’ 전시회는 우리가 잃고 있는 ‘인간성’을 주제로 하지만, 그 인간성이라는 것은 상대적이다. 우리는 ‘인간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다고 쉽게 말하지만, 정작 휴대폰과 지갑을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맡기기 전에 한참을 머뭇거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리스티안은 노력한다. 작은 상자 위에 서서 도움을 요청한 사람의 손을 뒤늦게나마 붙잡으려 한다. 잘 알지도 못하는 노숙자에게 방금 쇼핑한 물건들을 맡기며 신뢰를 보내고, 자신에게 사과하라고 말하는 꼬마 아이의 행방을 찾아 그토록 두려워하던 빈민촌 아파트에 들어간다.


크리스티안의 노력은 그전에 자신이 이들을 오해했다는 깨달음에서 비롯됐다. 도둑맞은 줄 알았던 물건들이 돌아오고, 토크쇼의 훼방꾼인 줄 알았던 한 지체 장애인이 일부러 욕을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편견을 강화하는 것은 편견을 깨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기에 크리스티안은 편견을 깨려고 노력한다.



영화 ‘더 스퀘어’는 현대인들이 잃고 있는 인간성에 관한 유머러스한 고찰이다. 우리 사회 마이너리티에 대한 편견을 은근슬쩍 드러내며 ‘이해’와 ‘오해’가 얼마나 가까이에 있는지 질문한다.



2014년 갑작스런 자연재해 상황에 놓인 가족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이야기한 '포스 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으로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스웨덴 출신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은 3년 만에 내놓은 이 작품으로 2017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당시 심사위원장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더 스퀘어’에 대해 “현대적인 영화”라고 말했는데 이 표현은 이 영화와 딱 맞는다. 정말 완벽하게 현대적인 영화가 도착했다.


더 스퀘어 ★★★★

휴머니티에 관한 유머러스한 고찰. 완벽하게 현대적인 영화.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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