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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에서 6월 7일부터 7월 17일까지 41일 동안 지내다가 돌아왔습니다. 톰슨로이터에서 연수받는 기간 20일, 나머지 21일은 자유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이 시간 동안 유럽여행을 많이 다녔고, 또 런던 곳곳을 돌아다니기도 했습니다. 주중에도 일과가 끝나면 공연을 보거나 맛집에 가거나 펍에서 월드컵 경기를 관람했는데요. 저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재충전의 시간이었습니다.


'레 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런던에서 9편의 공연을 봤습니다. 뮤지컬 5편, 콘서트 2회, 연극 2회인데요. 나열해 보면 이렇습니다.


뮤지컬 ‘레 미제라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 ‘위키드’

뮤지컬 ‘에브리바디 토킹 어바웃 제이미’

뮤지컬 ‘북 오브 몰몬’

연극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들’ 1부+2부

콘서트 ‘앤드류 로이드 웨버 70회 생일기념 축하 공연’

콘서트 ‘퀸 + 아담 램버트’



런던 웨스트엔드의 극장들은 공연 관람에 정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무대와 객석 거리가 가깝고, 객석과 화장실도 거의 붙어있을 만큼 가까워서 티켓을 들고 나갈 필요도 없습니다. 바에서 맥주 한 잔 사서 공연을 즐기기도 할 정도로 격의도 없습니다.


티켓 가격은 다양하지만 대략 6~7만원 정도면 좋은 자리에서 볼 수 있습니다. 웨스트엔드 뮤지컬이라면 실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연기력과 가창력에서 실망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잘 합니다. 이렇게 멋진 쇼를 매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런던은 떠나고 싶지 않은 도시였습니다.


'위키드' 공연중인 아폴로 빅토리아 극장

'위키드' 공연중인 아폴로 빅토리아 극장


가장 감동적인 뮤지컬은 '레 미제라블'이었고, 가장 재미있었던 뮤지컬은 '북 오브 몰몬'이었고, 가장 새롭다고 생각한 뮤지컬은 '에브리바디 토킹 어바웃 제이미'였습니다.


'레 미제라블' 공연중인 퀸스 극장

'레 미제라블' 공연중인 퀸스 극장


'레 미제라블'은 가슴을 울리는 솔로 넘버가 계속될 때마다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없었고, '북 오브 몰몬'은 트레이 파커와 맷 스톤 콤비의 포복절도 코미디로 물개박수를 치면서 봤습니다.


'북 오브 몰몬' 공연중인 프린스 오브 웨일즈 극장

'북 오브 몰몬' 공연중인 프린스 오브 웨일즈 극장

'북 오브 몰몬' 공연중인 프랑스 오브 웨일즈 극장


'에브리바디 토킹 어바웃 제이미'는 '빌리 엘리어트'의 드랙퀸 버전이라고 볼 수 있는데 16살인 제이미의 반 친구들 중 비중 있는 배역으로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이 등장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에브리바디 토킹 어바웃 제이미' 공연중인 아폴로 극장

'에브리바디 토킹 어바웃 제이미' 공연중인 아폴로 극장


웨스트엔드에는 뮤지컬 뿐만 아니라 연극도 많이 공연 중인데 저는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들'만 봤습니다. 무려 5시간짜리 연극으로 1부와 2부로 나눠서 합니다. 인터미션을 합치면 4막으로 구성됩니다.


이 연극은 고정관념을 깹니다. 말이 연극이지 드라마가 있는 마술쇼에 가깝습니다. 무대 위로 마법처럼 사람이 날아다니고, 사람이 전화기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무대 속 시공간이 휘어지는 등 다양한 특수기법이 눈을 즐겁게 합니다. 이야기는 ‘해리포터의 죽음의 성물’ 이후 19년 후 해리포터와 헤르미온느가 중년이 된 미래를 그리고 있는데요. 그들의 아들 딸들이 사라지면서 해리포터와 친구들이 다시 시간 여행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해리포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스토리는 그저 그랬습니다만 무대를 다양하게 응용하는 것을 보는 것은 환상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성공적인 뮤지컬과 연극을 보면서 왜 인기 있을까 공통점을 생각해 봤는데요. 이 공연들이 관객과 교감하는 지점은 인간의 가장 나약한 감정 중 하나인 외로움을 강조할 때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판틴과 장발장의 애절한 솔로가 이어지는 ‘레 미제라블’은 말할 것도 없고, ‘오페라의 유령’ ‘위키드’ ‘에브리바디 토킹 어바웃 제이미’ 등 제가 본 모든 쇼에는 타인에게 이해받지 못해 외로워하고, 버림받고 좌절하는 대목에서 감정을 증폭시키는 장면이 꼭 있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관객들이 그 장면들에서 공감하며 이야기 전체를 하나의 감정으로 받아들이지 않나 싶었어요. 나머지 노래와 연기는 실력으로 채우는 것이고요.


이제 콘서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뮤지컬의 살아있는 전설 앤드류 로이드 웨버 70세 생일 맞이 콘서트는 6월 17일 저녁 런던의 부촌인 첼시에 위치한 보훈병원 야외 무대에서 열렸습니다. 왜 공연을 병원에서 하나 싶겠지만 이곳은 보훈병원이고 군인들을 위한 위문 역할도 있다고 하네요. 야외공연을 열기에 딱 알맞은 크기의 멋진 장소였습니다. 다만 한국 같으면 무대 옆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했을텐데 이곳엔 스크린이 없어서 출연진 얼굴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습니다.


사실 저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라는 전설적인 작곡가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도 몰랐어요. 런던에서 딱 한 번 하는 공연이길래 무작정 예매해서 찾아갔습니다. 이날 바람도 많이 불고 꽤 쌀쌀했는데 저는 외투를 갖고 가지 않아서 덜덜 떨면서 봐야 했어요. 인터미션 시간에는 독일식 소시지와 핫초코로 몸을 녹여가면서 관람했습니다. 야외무대 밖에는 한국의 뮤페에서처럼 다양한 매점이 설치되어 있더라고요.



무대에 오케스트라가 있고 가수가 나와서 한두 곡씩 부릅니다. 아무래도 관객 중에는 과거의 뮤지컬을 추억하는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았어요. 처음에는 약간 열린음악회 분위기여서 괜히 왔나 싶었는데 ‘에비타’ ‘스쿨 오브 락’ 등의 익숙한 곡이 나오니까 조금씩 적응이 되기 시작하더군요.


하이라이트는 역시 ‘오페라의 유령’과 ‘캣츠’였습니다. 타이론 헌틀리, 벤 포스터, 이멜다 메이, 벤 루이스 등 그 배역에서 최고의 캐스트가 등장해 노래를 불렀어요. 정말 잘합니다. 베벌리 나이트가 부르는 ‘Memory’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멋졌습니다. 공연의 마지막은 불꽃놀이로 화려하게 장식합니다. 웨버에게는 최고의 생일선물이었겠어요.



퀸 콘서트는 7월 4일 노스 그리니치 지역에 위치한 O2 콘서트홀에서 봤습니다. 돔 형태의 이곳은 원래 21세기를 맞아 전시회를 위해 지어진 곳입니다. 이후 다목적홀로 변신해 테니스 경기가 열리기도 하는데 대부분은 공연을 위해 사용됩니다.


이날 퀸과 아담 램버트 공연은 제가 지금까지 본 어떤 콘서트보다 완성도가 뛰어났습니다. 아담 램버트의 목소리는 객석을 휘어잡았고,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의 전설적인 연주도 훌륭했습니다. 무대, 음향 등 시설은 말할 것도 없고요. 로봇이 펀치로 직사각형의 판을 깬 뒤 무대 전체를 들어올리고 거기서 LED 영상이 나오는 오프닝과 엔딩도 인상적이었어요.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 Love of My Life



보헤미안 랩소디 Bohemian Rhapsody



무엇보다 퀸 콘서트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은 브라이언 메이가 어쿠스틱으로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를 부르자 관객들이 휴대폰 불빛을 비추며 따라부를 때였습니다. 메이가 2절을 부르다가 갑자기 멈춥니다. 잠시 후 영상에 뜻밖의 인물이 나타나는데 맙소사! 그는 프레디 머큐리네요.


관객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는데 머큐리는 노래의 나머지 후렴 부분을 부릅니다. 메이는 계속 기타를 치고요. 영상 속 머큐리는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고 관객은 머큐리와 함께 노래의 마지막 부분을 함께 부릅니다. 노래가 끝난 뒤 머큐리는 예의 엉덩이 뒤로 빼기 퍼포먼스를 하고 메이를 향해 손을 뻗으며 퇴장합니다. 카메라는 절묘하게 무대 위 메이와 영상 속 머큐리가 손을 잡을 듯 말 듯하게 뻗고 있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죽은 스타와 살아있는 관객의 앙상블. 그 속에 제가 있었다는 것을 아마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유창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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