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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STARBUCKS)코리아는 작년 매출 1조2634억원, 영업이익 1144억원을 기록했다. 1조원의 매출을 올리려면 자동차 회사는 5천만원짜리 차 2만대를 팔면 되지만 커피 회사는 5천원짜리 커피 2억잔을 팔아야 한다.


#이케아(IKEA)는 광명과 고양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뒤 부산, 용인 기흥, 서울 강동, 계룡, 화성 동탄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광명점은 작년 36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고, 최근 고양점이 오픈해 매출액은 계속 늘 것으로 예상된다.


#무지(MUJI, 무인양품)는 작년 한국 매출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은 58억원으로 전년의 2배가량 된다. 2004년 한국 진출 이후 2012년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이후 드라마틱한 반전을 이루어낸 것이다.



이케아 소파 위에 앉아 무지퍼셀을 신고 스타벅스 체리블라썸을 마신다. 세 브랜드들로 구성해본 라이프스타일이다.


라이프스타일 시장의 강자가 된다는 것은 소비자들의 습관이 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변덕이야 하루에도 수시로 바뀌지만 그래도 한 번 정착된 습관은 꽤 오랫동안 유지된다. 커피 시장의 절대강자 스타벅스, 가구 시장의 메기 이케아, 생활용품 시장의 다크호스 무지 등 세 브랜드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어 습관으로 자리잡는데 성공하고 있다. 그 비결을 세 가지로 정리해 봤다.



1. 제품보다 라이프스타일을 판다


스타벅스는 미국의 개인주의를 팔고, 이케아는 스웨덴의 친환경과 실용성을 팔고, 무지는 일본의 ‘無’를 판매한다.


한국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라이프스타일은 ‘1인 가구’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 타인과 접촉을 꺼리는 ‘언택트’, 나만의 공간을 찾는 ‘케렌시아’,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워라밸’ 등 요즘 트렌드를 설명하는 단어는 대부분 ‘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스타벅스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나만을 위한 공간을 제공해 주고, 이케아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손쉽게 내 방의 인테리어를 바꿀 수 있게 해주며, 무지는 조금 비싸더라도 확실한 나만의 취향을 드러내준다.


커피마니아들은 스타벅스 커피가 맛없다고 비판한다. 그래서 스타벅스는 파트너에게 교육을 따로 시키고, 리저브 매장을 도입하는 등 맛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스타벅스를 습관적으로 찾는 사람들은 커피가 특별히 더 맛있어서 찾는 것은 아니다.


스타벅스에는 다른 카페와 구분되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는 이름을 불러주는 서비스이고, 또 하나는 방해받지 않고 머물 수 있는 넓직한 매장 공간이다. 이는 모두 개인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서비스다.


이름을 불러주는 서비스는 초기에 한국에서 거부감이 상당했다. 한국인들은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이름이 공개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동벨을 도입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스타벅스는 고집스럽게 이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택한 절충안은 라벨 스티커를 붙여 닉네임을 불러주는 것이었다. 기계적인 진동벨을 통한 소통보다는 직접 고객과 소통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는 선에서 대안을 찾은 것이다. 재미있는 닉네임이 매장에서 불리면서 이 방식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호평 받았다.


스타벅스에는 테이크아웃만 하는 매장은 없다. 도심 한복판 금싸라기 땅에 위치한 매장도 대부분 탁트인 공간을 갖추고 있다. 스타벅스 매장 안에서는 타인에게 방해를 주지 않는 한 아무리 오래 앉아 있어도 어떤 점원도 나가라고 눈치 주지 않는다. 어떤 매장은 마치 도서관처럼 각자 작업에 몰두하는 고객들로 가득 차 있기도 하다. 평소 자신이 하던 일을 카페에서 하려는 고객에게 스타벅스는 집과 회사와는 또 다른 제3의 장소 기능을 한다.



이케아가 판매하는 것은 스웨덴의 실용성과 친환경이다. 이케아는 고세율의 세금을 피해 본사를 네덜란드로 옮겼음에도 불구하고 ‘스톡홀름’이라는 서브 컬렉션을 론칭할 정도로 본적지인 스웨덴을 강조하고 있다.


이케아가 한국에 들어올 때 가구를 직접 조립하는 DIY 방식이 한국 소비자들에게 낯설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정작 광명점이 오픈하자 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오히려 이케아는 비교적 합리적 가격으로 북유럽 인테리어 효과를 낼 수 있는 아이템으로 주목받았다. 또 환경 호르몬 이슈가 터졌을 때 이케아는 친환경적인 이미지로 반사 이익을 누렸다.



무지는 ‘소확행’을 대표하는 브랜드다.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리즘 라이프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고객으로 한다.


무지는 다른 브랜드가 화려함을 무기로 할 때 역발상으로 심플함을 모토로 했다. 무채색, 단순한 디자인, 로고 없는 브랜드가 무지의 컨셉트다. 거품을 빼고 간결, 순수, 실용에 무게를 둔다. 군더더기 없는 제품으로 생활용품 본연의 가치에 집중한다.


지난 2016년 12월 한국에 온 가나이 마사아키 회장은 이런 말을 남겼다. “20년 후 한국에서 살아남을 제품 한 가지를 꼽는다면 그것은 갤럭시일까요, 김치일까요? 문명은 하나로 수렴되지만 문화는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인에게 갤럭시보다는 김치가 본질이듯, 라이프스타일에서 꼭 남겨야 할 최우선 가치를 꿰뚫어 보고 거기에서 브랜드의 방향을 잡은 것이다. 무지 제품을 구입하는 고객들은 브랜드의 이런 철학에 공감하며 자신의 삶에서도 간소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2. 쇼핑보다 체험 공간으로 꾸민다


스타벅스, 이케아, 무지는 모두 오프라인 브랜드들이다. 온라인 비즈니스가 대세로 자리잡은 지금, 오프라인 브랜드들의 비즈니스 전략은 ‘체험’으로 집약된다.


스타벅스는 간판에서 커피(Coffee)라는 단어를 떼고 있다. 이는 매장을 단지 카페 만이 아닌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커피 원두 판매만 고집하던 초창기 스타벅스 창업주들이 결국 하워드 슐츠의 카페 전략에 두 손 들고 그에게 기업을 매각해 오늘날 스타벅스 프랜차이즈가 탄생한 것처럼, 이젠 스타벅스에서 카페라는 정체성 역시 희미해져 스타벅스는 '커피도 있는' 문화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도시 중심가 눈에 잘 띄는 곳에 매장을 열고 이를 기준으로 부챗살처럼 퍼져가는 ‘허브 앤드 스포크(Hub & Spoke)’ 전략으로 매장을 개설해왔다. 한국처럼 스타벅스 매장이 급격히 많아진 곳에서는 더 이상 큰 의미가 없는 전략이 되어버렸지만 스타벅스의 성공적인 정착 이유를 꼽을 때 항상 거론되는 것이 바로 고객이 찾기 쉬운 매장 위치로 대변되는 부동산 전략이다.


스타벅스는 TV, 포털 사이트 등 어떤 매체에도 광고를 하지 않는다. 대신 스타벅스는 다양한 제휴 마케팅을 펼친다. 대주주인 신세계 계열사를 포함한 여러 업체들이 경품 행사를 할 때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 기프티콘은 단골 경품으로 등장한다.


스타벅스가 잠재 고객이 많은 곳에 널찍한 매장을 개설하고, 또 광고에 돈을 쏟는 대신 기프티콘 등 경품을 뿌리는 이유는 고객의 매장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집이나 회사와 다른 이국적 분위기, 친절한 서비스, 재즈 음악, 무료 와이파이 등이 스타벅스가 사실상 판매하는 ‘체험’의 요소들이다. 커피를 즐기지 않는 소비자들을 위해 스타벅스는 로컬 재료들로 만든 다양한 음료를 개발하고, 디저트 등 음식 종류도 늘리고 있다.


이케아 고양점의 오혁 쇼룸


이케아는 ‘선 체험, 후 쇼핑’을 지향해 매장을 쇼룸 형태로 꾸민다. 최근 짓는 매장일수록 더 그렇다. 광명점 오픈 땐 실제 한국 가정집 100곳을 방문해 쇼룸 구성에 참고했다. 이케아 고양점은 인디밴드 혁오의 리더 오혁을 모델로 선정해 그의 개성이 담긴 거실을 재현한 쇼룸을 선보이기도 했다. 당장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일단 방문해 체험하면 소비자를 이케아 생태계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매장 구성이다.


이케아의 스웨디시 미트볼(왼쪽)


이케아를 찾는 사람들이 꼭 들르는 곳 중 하나는 식당이다. 스웨덴 요리와 해당 국가의 요리를 판매한다. 스웨덴 요리는 스웨디쉬 미트볼(쇠트불라르)과 시나몬 롤이 대표메뉴다. 한국에선 김치볶음밥, 제육덮밥, 돈까스 등을 판매하고, 회원들에게 무료 커피를 제공한다.


당초 이케아가 식당을 만든 이유는 매장 오픈 전 줄 서서 기다리는 고객들에게 커피와 빵을 무료로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스웨덴에서 과자, 커피, 차를 마시는 휴식시간 '피카'를 가구 매장에 도입한 것이다. 이후 식당은 이케아 매출을 끌어올리는 집객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케아에선 “미트볼이 소파를 가장 잘 판다”는 말을 하곤 하는데 이는 맛있는 미트볼을 먹고 배부른 고객이 기분이 좋아져 소파를 산다는 의미다.


무지 일본 도쿄 유라쿠초점 식품매장


무지는 아예 식품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3월 20일 오사카 사카이에 평균 면적 다섯 배 크기의 세계 최대 규모 매장을 오픈하면서 무지는 매장의 절반 이상을 식품 코너로 구성했다. 이곳에선 산지 직송 생선, 육류, 유기농 야채 등 신선식품을 취급한다.


무지는 1980년 일본 슈퍼마켓 체인 세이유의 자체 브랜드 PB로 출발한 브랜드다. 생활용품, 가구, 의류, 식품에 조립식 주택까지 7000여개 품목을 판매하고 있지만 이렇게 작정하고 매장 절반을 식품 코너로 꾸민 것은 처음이다.


무지 일본 도쿄 유라쿠초점 무지북스


무지 신촌점


무지가 식품 매장을 강화한 이유 역시 고객의 발길을 잡기 위해서다. 취향을 타는 의류 매장과 달리 식품 매장은 별다른 고민 없이 자주 들를 수 있는 곳이기에 일단 고객 동선을 확보해 놓고 이들을 자연스럽게 의류 매장으로 유인하겠다는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무지는 ‘무지북스’, ‘카페무지’ 등 고객의 발길을 유도할 수 있는 문화시설을 늘리고 있다. 지난 2월 27일 오픈한 서울 신촌 플래그십 스토어의 4층도 서점과 카페로 꾸몄다. 역시 고객이 오래 머무를수록 매출도 늘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3. 스토리를 담은 디자인으로 승부한다


벨킨을 만든 산업 디자이너 쳇 핍킨은 디자인이란 “잠재적 소비자와 짧은 시간 내에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첫 관문”이라고 했다. 브랜드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디자인을 떠올린다. 스타벅스 하면 사이렌 모양의 녹색 로고가 떠오르고, 이케아 하면 화사하고 밝은 목재 가구, 무지 하면 백색의 순수한 코튼이 연상된다.


세 브랜드의 디자인에는 스토리가 녹아 있다. 스타벅스 사이렌 로고와 특유의 재즈풍 매장은 '모비딕', 시애틀 파이크플레이스, 공정무역 커피 등 스타벅스의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이케아의 경쾌한 원색과 깔끔한 디자인은 스웨덴 특유의 명랑하고 단순한 생활방식을 연상시킨다. 무지의 아무것도 없는 디자인은 ‘소비사회의 반대자’를 표방한 무지라는 회사의 스토리를 궁금하게 만든다.


스타벅스 한정판 다이어리



스타벅스가 진출한 75개국 중 디자인팀이 따로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2007년 취임한 이석구 대표이사는 본사를 설득해 2013년 디자인팀을 출범시켰다. 디자인팀은 스타벅스만의 색깔이 묻어난 굿즈를 디자인한다. 한정판 다이어리, 충전카드, 텀블러, 머그컵 등은 줄을 서서 구입하는 고객으로 매 시즌 북새통을 이룬다. 스타벅스코리아의 전체 매출액 중 10% 정도는 굿즈 판매액이 차지한다.


이케아가 스웨덴에서 자리잡은 데에는 디자인이 큰 역할을 했다. 기존 무채색 위주의 가구에서 탈피해 화사하면서 강한 패턴, 밝고 원색적인 컬러를 과감히 사용한 것이 주효했다. 음침한 기후 탓에 스웨덴 사람들은 집안에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은데 이케아는 밝고 따뜻한 느낌의 가구로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케아의 디자인 컨셉트는 ‘데모크라틱 디자인’ 즉, 모두를 위한 디자인으로 요약 가능하다. 모양, 기능, 저렴한 가격, 품질, 지속 가능성 등 다섯 개 항목에서 균형 잡힌 디자인을 추구한다.


이케아는 모든 제품에 ‘Made in 원산지’가 아닌 ‘Design and Quality, IKEA of Sweden’으로 표시할 만큼 디자인에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케아에는 프리랜서를 포함해 100명 정도의 디자이너들이 있는데 모든 제품에는 디자이너의 실명이 표기된다. 만 원짜리 제품이라도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기에 디자이너들의 사명감이 높다(그만큼 자발적 야근도 많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등장한 이케아 러그로 만든 망토


또 이케아의 디자인 모토 중 하나는 ‘가구는 살아있다’는 것이다. 이케아는 고객이 직접 조립하는 제품인 만큼 이를 자유자재로 변형하는 것을 권장한다. 의자 두 개를 구입해 나무 자전거로 만든 고객도 있다.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의상 디자이너 마이클 클랩튼은 나이트워치(The Night's Watch)의 망토를 이케아 러그를 변형해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케아는 이 제품을 아예 망토로 만드는 DIY 키트를 출시했다.


무지퍼셀


무지의 디자인 철학은 ‘마이너스의 미학’이다. 찻잔을 만들어도 거기 그림이나 장식을 그려넣지 않는다. "내가 보이는, 내가 필요한 제품만 생산한다"를 모토로 철저하게 장식적인 부분을 배제하고 본질로 승부한다. 기능 좋은 합리적인 제품이 아닌 생활의 미의식을 지향한다.


스타벅스처럼 무지 역시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 무지의 ‘3無’는 브랜드, 디자인, 마케팅이 없다는 것으로 창업자 쓰쓰미 세이지의 경영철학은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 그 자체에 있었다. 불필요한 소비를 부추기지 않고 풍요한 느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제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무지의 디자인에는 쓸모 그 자체가 아름답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브랜드를 소비한다는 것은 곧 스토리와 감성을 소비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브랜드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영향을 주고받는다. 브랜드가 곧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이 되기도 하고,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이 브랜드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한국에서 성공하고 있는 ‘스·이·무’의 비결은 보이지 않는 고객을 상대하는 온라인 비즈니스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시대에 전통적인 오프라인 비즈니스에서 돌파구를 찾는 사람들에게 시사점을 던져주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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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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