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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시대의 엔터테인먼트 산업 변화를 설명해줄 두 가지 현상이 있어서 소개합니다.


1. 차트 역주행


음반 차트는 내려가는 것이 정상일까요, 올라가는 것이 정상일까요? 많은 사람들은 내려가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그래서 ‘차트 역주행’이라는 말이 기현상으로 통용되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최근에는 ‘차트 역주행’이라는 말이 너무 많이 나옵니다. 윤종신의 ‘좋니’부터 펀치의 '밤이 되니까', 문문의 '비행운', 멜로망스의 '선물', 장덕철의 '그날처럼', 모모랜드의 ‘뿜뿜’까지.


특히 장덕철, 문문, 펀치 같은 경우 대중적 인지도가 낮았습니다만 차트 하단에서부터 치고 올라가 톱10에 진입했습니다.


문문

장덕철

모모랜드


최근 10여년 간 차트를 휩쓰는 노래들은 기획사가 대대적으로 동시다발적 마케팅을 진행해 1위에 올려놓는 방식이었습니다. 차트 1위를 얼마나 오랫동안 하느냐로 경쟁을 했고요. 영화시장의 블록버스터 방식을 응용한 마케팅이었죠. 홍보를 위해 방송에 출연하는 게 필수였고, 기획사 역시 방송과 얼마나 네트워크가 있느냐에 따라 역량이 좌우됐습니다. 방송에 팔릴 만한 상품(?) 개발을 위해 아이돌 육성에 돈을 쏟아부었고요.


그런데 최근 차트 역주행 노래들은 전혀 다릅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한 홍보, 유튜브에서 일반인 커버 영상 등으로 노래가 퍼져나갔습니다. 기획사의 마케팅 역량이 약해 예전처럼 홍보를 못해도 노래를 광범위하게 알릴 방법이 있고, 그 루트가 점점 커져가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장덕철의 소속사인 리메즈엔터테인먼트는 아예 이 방식으로만 홍보 포인트를 잡고, 심지어 언론에 보도자료 한 장 뿌리지 않았습니다.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다 보니 메이크어스, 리메즈 등 원래 모바일 콘텐츠를 만들어 유통하던 업체들이 직접 매니지먼트에 나서기도 합니다. ‘딩고’를 운영하는 메이크어스에는 어반자카파, 선미, 박원이 소속돼 있고, ‘일반인의 소름돋는 라이브’를 만든 이시우 대표의 리메즈에는 장덕철, 포티, 반하나 등이 속해 있습니다.


물론 유튜브와 소셜미디어가 바이럴을 이끌어내는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젠 그 힘이 막강해져서 전통미디어의 도움 없이도 대중문화 시장을 좌우할 만한 힘을 갖게 됐습니다.



2. 1인 기획사


성시경, 휘성, 씨스타 효린, 2AM 이창민, 장동건, 곽도원… 이들은 최근 계약이 만료된 소속사를 나와 1인 기획사를 차린 연예인들입니다. 수지, 소녀시대 출신 서현, 배우 김소현도 1인 기획사 설립을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톱스타들의 1인 기획사가 늘고 있는 것은 그들이 예전처럼 대형 매니지먼트 회사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혼자서도 충분히 잘할 수 있다는 것이죠.


성시경

수지

김소현


2011년 유재석이 1인 기획사를 차린 적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습니다. 활동이 TV방송 위주다 보니 혼자서 감당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던 것이죠. 결국 유재석은 2015년 FNC엔터테인먼트에 합류하며 1인 기획사를 접었습니다. 전지현, 김종국, 서인영 등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기획사의 역할은 콘텐츠 제작과 유통을 도와주는 것입니다. 콘텐츠 제작에 더 많은 투자를 끌어올수록, 또 콘텐츠 유통에 더 많은 채널과 네트워크를 확보할수록 스타들은 더 몸값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달라졌습니다. 콘텐츠 제작과 유통은 아이디어 싸움이 됐습니다. 물론 여전히 돈과 채널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만, 그 중요성은 예전만 못합니다. 노래가 좋으면, 뮤직비디오가 재미있으면, 그 콘텐츠는 차트를 역주행하고, 조회수가 급증합니다. 성시경, 수지처럼 이미 인지도를 쌓은 톱스타의 경우 콘텐츠 제작과 유통의 초기 비용이 줄어든다는 장점도 있지요.


콘텐츠 제작이 아이디어 경쟁이 되면서 비용이 줄어들자 아예 아웃소싱을 통해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합니다. 작곡, 프로듀싱, 안무 능력을 갖춘 전문가들이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의 퀄리티는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숨은 실력자가 곳곳에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과거에는 할 수 없었던 아이디어들이 이젠 콘텐츠가 되기 때문에 더 그렇게 보이기도 합니다. 방송용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방송 포맷에 맞춰야 했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죠. 자유롭게 유튜브용 콘텐츠를 만들면 되니까요.



방탄소년단을 키울 때 방시혁 대표의 전략은 “저 멀리 하늘에 떠 있는 별이 아닌 내 옆에 있는 친근한 별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합니다. 답글도 잘 달아줍니다. 팬들은 인스타를 통해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와 함께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처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관리의 중요성이 커졌는데 이는 아무래도 대형 기획사보다는 1인 기획사가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일 것입니다. 또 앞으로 어떤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더라도 그것은 ‘매스미디어’가 아닌 ‘마이크로미디어’일 확률이 높기에 과거처럼 하나의 지붕 밑에 여러 스타들을 거느리는 방식보다는 한 명의 스타를 디테일하게 마케팅하는 ‘버티컬 매니지먼트’ 방식이 더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1인 기획사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일 것입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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