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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키스트 아워’에는 수평 트래킹 쇼트가 서너 번 등장한다. 윈스턴 처칠이 차를 타고 버킹엄궁으로 갈 때 카메라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트랙 이동하면서 런던 시민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고속촬영으로 보여준다. 또 비서 레이튼이 걸어갈 때도 수평 트래킹 쇼트가 쓰였다.
수평 트래킹 쇼트는 주의를 환기시킨다. 수평 트래킹 쇼트가 등장하면 집중력이 높아진다. 그 이유는 일상에서 경험하기 힘든 방식으로 풍경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수평 트래킹 쇼트는 일종의 ‘옆으로 걷기’다. 누구도 옆만 보면서 걷지 않기에 평범한 시선 쇼트 사이에 수평 트래킹 쇼트가 삽입되면 신선한 효과를 줄 수 있다.
수평 트래킹 쇼트는 여행의 쇼트다. 수평 트래킹 쇼트를 실생활에서 경험할 때는 기차를 타고 갈 때다. 트랙 위에서 카메라를 움직이는 구현 원리도 기차와 똑같다. 트래킹 쇼트로 촬영한 장면을 보면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든다. 실제로 수평 트래킹 쇼트가 빈번하게 사용되는 장면도 어딘가로 떠나거나 돌아오는 인물이나 물체를 보여줄 때다.
아마도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수평 트래킹 쇼트는 장뤽 고다르가 영화 ‘주말’에서 보여준 꽉 막힌 고속도로 장면일 것이다. 정체된 차량으로 가득한 고속도로를 10여분에 걸쳐 보여주다가 교통사고로 불 탄 차 안에 참혹하게 죽어 있는 시신으로 마무리한다. 영화 속 10분이라는 긴 시간은 자본주의의 병폐를 꼬집는 영화의 주제를 관객이 충분히 생각해보게 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롱테이크와 결합한 수평 트래킹 쇼트는 위력이 막강하다.
‘다키스트 아워’의 첫 번째 트래킹 쇼트는 처칠이 조지 6세의 부름을 받고 버킹엄궁으로 가는 장면에서 나온다. 정치적 생명이 다한 줄 알았던 노회한 옛 총리가 패전의 위기에 몰린 조국을 구하기 위해 돌아오는 이 장면에서 트래킹 쇼트는 시대의 변화를 상징한다. 네빌 챔버레인이라는 과거 총리의 시대가 끝나고 새 시대가 시작됐다. 여당이 반기지 않는 처칠이지만 이제 그에게는 야당을 포함한 ‘전쟁내각’을 구성해 영국을 위기에서 구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미션이 떨어졌다.
처칠이 조지 6세의 손에 키스하기 위해 앞으로 걸어가는 장면도 수평 트래킹 쇼트로 촬영됐다. 그전까지 갈리폴리에서 군사 25000명을 죽이고, 인도와 러시아에서도 실패했다는 이유로 처칠을 반대하던 조지 6세는 챔버레인의 사임에 어쩔 수 없이 그를 새 총리로 임명한다. 이처럼 수평 트래킹 쇼트는 그 장면이 결정적인 장면임을 드러낸다.
비서 레이튼이 국회로 걸어가는 장면에서도 수평 트래킹 쇼트가 역할을 한다. 챔버레인과 할리팩스의 평화협상 제안에 흔들리던 처칠이 마침내 끝까지 승리를 위해 싸우기로 결정을 내렸고 여기엔 조지 6세와 함께 레이튼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레이튼의 경쾌한 걸음은 처칠의 결정을 시각적으로 확인시켜주기 위함이다. 따라서 이 수평 트래킹 쇼트는 ‘승리의 V’와 더불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게리 올드만의 처칠 연기는 흠잡을 데가 없다. 가끔 그가 과거에 어떤 배우였는지를 잊어버리게 만들 정도로 몰입하게 만든다.
"성공은 최종적인 것이 아니다. 실패는 치명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을 계속 하는 것이 용기다." - 윈스턴 처칠
다키스트 아워 ★★★★
몽상가와 실행가는 한끝 차이다. 누구나 몽상할 수 있지만 실행하는 힘은 자신에 대한 믿음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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