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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타임, 가디언, 인디와이어, 롤링 스톤 등은 2017년 이 영화를 ‘올해의 영화’로 꼽았다. 이미 전 세계 영화상에서 44개의 트로피를 가져갔고, 올해 아카데미 영화상에선 작품상, 남우주연상, 각색상, 주제가상 등 4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탈리아 출신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이야기다. 이 영화는 ‘아이 엠 러브’(2009) ‘비거 스플래시’(2015)와 함께 감독의 ‘욕망 3부작’ 중 하나로 불린다. 이 영화에 관해 자세히 살펴보자.



1983년 배경 게이 러브스토리


영화의 배경은 1983년 북부 이탈리아다. 영화는 안드레 애치먼의 소설 ‘그해, 여름 손님’을 각색한 것인데 소설의 배경은 1987년이었지만 구아다니노 감독과 각본을 쓴 제임스 아이보리는 이를 1983년으로 바꾸었다. 이에 대해 구아다니노는 이렇게 말했다. “1987년보다 1983년이 때묻지 않은 순수한 소년의 사랑을 보여주기에 적합하다. 레이건이나 대처 시대의 인물이 아닌, 아직 부정부패에 물들여지지 않은 캐릭터를 그리고 싶었다.”


이탈리아에 사는 17살 엘리오는 여름 방학을 맞아 자신의 아버지인 고고학 교수 펄먼을 찾아 온 24살 미국 청년 올리버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이 원래 게이여서 사랑에 빠진 것은 아니다. 그동안 몰랐던 성적 정체성을 발견한 것이다. 영화는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첫 사랑에 이끌리는 엘리오의 불안한 모습을 섬세하게 잡아낸다.



엘리오에 비해 올리버는 좀더 섹시하고 남성적인 청년인데 그 역시 엘리오에게 끌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오랜 탐색전 이후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자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는 듯 상대방을 탐닉한다. 너의 이름으로 나를 불러 달라는 것은 두 사람이 사랑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나의 이름은 너에게로 가서 내가 된다. 햇살이 내리쬐는 이탈리아의 눈부신 여름은 그렇게 두 사람을 하나로 합쳐놓았다. 여름이 지나가기 전까지 말이다.



유럽 작가들에게 바치는 오마주


영화는 구아다니노 감독이 영향받은 유럽의 작가들에게 바치는 오마주로 가득 차 있다. 이야기 구성은 모리스 피알라의 ‘우리의 사랑’(1983)에서 뼈대를 가져왔고, 에릭 로메르의 '해변의 폴린느'(1983), '봄 이야기'(1990), '여름 이야기'(1996) 등에서 사랑이 시작하는 방식과 의상을 참조했다. 또 장 르느와르, 자크 리베트,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가 시대와 사랑을 조화시킨 방식이 영화의 정서에 녹아들어 있다.


원작소설을 각색한 이는 전설적인 감독이자 작가인 제임스 아이보리다. 그는 영국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으로 한때 아이보리-머천트 시대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1928년생인 그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각색상 후보에 올라 역대 최고령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구아다니노와 아이보리가 구상한 영화는 조금 달랐다. 아이보리는 애초에 엘리오의 보이스오버 나레이션으로 진행되고, 누드 장면이 많은 각본을 썼지만 구아다니노가 이를 대폭 수정했다. 또 이 영화에서 최고의 장면 중 하나로 평가 받는 마지막 펄먼 교수의 대사를 아이보리는 삭제하려고 했다. 구아다니노는 대사를 조금 더 함축적으로 다듬어 이를 살려놓았다. 하마터면 역사상 가장 진취적인 아버지가 등장하는 명장면을 못볼 뻔했다.



티모시 샬라메와 아미 해머


올해 스물두살의 티모시 샬라메는 17살 엘리오를 연기해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역대 최연소 남우주연상 후보다. 미국 출신인 그는 아역배우로 2012년 드라마 ‘홈랜드’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가 구아다니노 감독을 처음 만난 것은 영화 속 엘리오처럼 17살 때인 2013년이다. 감독은 그를 이렇게 기억한다. “그는 야망 있고, 지적이고, 감수성이 예민하고, 순수하고, 예술적인 감성이 있었다.”


프랑스어와 피아노에 능숙한 샬라메는 이 영화에 캐스팅 된 뒤 촬영 시작 몇 주 전에 미리 이탈리아로 건너 가 추가로 기타와 이탈리아어를 배웠다.


스물넷 청년 올리버는 ‘론 레인저’에서 타이틀롤 레인저 역을 맡았던 아미 해머가 연기했다. 올해 서른한살인 그는 '에드가'(2011), '파이날 포트레이트'(2017)에서도 동성애자를 연기한 적 있다. 애초에 그는 또 게이를 연기하는 것에 부담감을 느껴 거절하려 했으나 시나리오를 읽고 마지막에 마음을 바꾸었다.



성적 에너지 과잉의 복숭아 장면


영화에서 딱 한 번 튀는 장면이 있다. 엘리오가 복숭아에 대고 자위행위를 하는 장면이다. 그전까지 성적 묘사를 가능한 자제하고 사랑의 감정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춰오던 영화는 이 장면에서 과감한 성적 에너지 묘사를 강행한다.


우선 이 장면은 원작 소설에도 있는 장면이다. 구아다니노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성적인 묘사를 가급적 자제하려고 했기 때문에 섹슈얼 에너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이 장면을 삭제하려 했다. 샬라메 역시 이 장면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했다.


하지만 결국 이 장면을 집어넣기로 한 이유는 감독과 배우가 이 장면이 영화의 전반적인 톤을 해치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음악


구아다니노 감독의 영화는 영상 만큼이나 음악이 중요하다. 그는 음악을 직접 선곡하고 이번에도 그렇게 했다.


감독의 선곡 컨셉트는 ‘덜 무겁고, 덜 현재적이고, 영화의 감정을 이끄는 나레이터 역할을 하는 음악’이었다. 스탠리 큐브릭의 '배리 린든'(1975), 오손 웰스의 '위대한 앰버슨가'(1942), 마틴 스콜세지의 '순수의 시대'(1993)의 사운드트랙이 그가 모델로 삼은 영화음악이었다.


Sufjan Stevens


감독은 음악이 엘리오와 연결되어 있기를 바랐다. 영화 속에서 엘리오는 올리버에게 다가가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바흐를 해석해 피아노를 친다. 감독은 서프얀 스티븐스(Sufjan Stevens)의 음악을 들은 뒤 그의 스타일과 가사가 엘리오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그에게 곡을 의뢰했다. 그는 'Mystery of Love', 'Visions of Gideon', 'Futile Devices' 등 세 곡을 피아노로 작곡해 주었다. 이중 ‘Mystery of Love’가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다.



이밖에 사운드트랙에는 사이키델릭 퍼스(The Psychedelic Furs), 로레다나 베르테(Loredana Bertè), 반돌레로(Bandolero), 조르지오 모로더(Giorgio Moroder), 조 에스포지토(Joe Esposito), F R 데이빗(F. R. David) 등이 참여했고, 전설적인 작곡가 존 애덤스(John Adams), 에릭 사티(Erik Satie), 류이치 사카모토(Ryuichi Sakamoto), 바흐(Johann Sebastian Bach),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등의 음악도 실렸다.



가슴 아픈 첫사랑 이후 성장


“나는 관객이 두 사람의 감정적 여정에 완전히 동화되기를 바란다. 이 영화의 아이디어는 당신을 사랑하는 한 사람이 당신을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밝혀주고, 끌어올려준다는 것이다.”


구아다니노 감독의 연출 의도다. 어쩌면 이 영화의 스토리는 그리 특별하지 않다. 열일곱 소년이 첫사랑을 발견하고, 그 사랑을 놓치고, 깊은 슬픔에 빠지는 것이 전부다. 두 남자의 사랑을 그린 동성애 영화지만 노골적인 성애 묘사는 전혀 없다.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감정 묘사에 주력한다. 섬세한 동작, 감성적인 음악, 절절한 슬픔, 따뜻한 위로 등이 관객에게 공감을 선사한다.



영화의 중요한 모티프 중 하나는 '언어'다. 똑똑한 올리버는 펄먼과 고대 언어에 관해 토론한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낯설게 들리는 유럽 언어의 어원에 관한 토론은 현대어가 치열한 생존투쟁의 산물임을 상기시킨다. 오랜 역사를 거치며 살아남은 언어는 사람들이 많이 쓴 단어들이다. 결국 언어 역시 사랑의 증거다. 쓰이지 않는 언어는 사라진다. 불리지 못하는 이름도 사라진다. 올리버와 엘리오는 바다 속에서 건져 올린 녹슨 청동유물을 함께 살펴보며 수백 년의 시간을 견뎌온 유물에 그들의 감정을 이입한다.


사랑이 잊혀진 유물이 되지 않으려면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은 불려야 한다. 영화 속에서 헤어짐을 앞둔 엘리오와 올리버는 서로의 이름으로 사랑을 확인한다. "너의 이름으로 나를 불러줘. 나도 그렇게 할게." 이제 나의 이름은 너에게로 가서 내가 된다.


감독은 영화를 시간순서대로 찍었다. 캐릭터가 성장해가는 모습을 그대로 담기 위해서다. 영화 초반 어리숙한 소년이던 엘리오는 헤어짐의 아픔을 겪고난 후반부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그는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집 안 난로가에 앉아 화로를 바라보고 있는데 그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이전까지 엘리오는 한 번도 이런 모습을 보여준 적 없었다.


영화는 엄마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엘리오가 돌아보는 데서 끝난다. 올리버와의 사랑을 확인하는 징표였던 자신의 이름을 비로소 되찾는 상징적 장면이다.


마이클 스털바그가 연기한 펄먼 교수


가장 진취적인 아버지


영화에는 진취적인 아버지상이 등장한다. 마이클 스털바그가 연기하는 펄먼 교수는 실연의 아픔에 괴로워하는 아들 엘리오를 부르더니 낮은 목소리로 그에게 조언한다. 그것은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게 된 일반적인 부모의 실망스런 반응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펄먼은 동성애와 이성애를 떠나 사랑의 기쁨과 헤어짐의 슬픔을 인생에서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상처를 어서 빨리 극복하라고 말하는 대신, 그것을 어떻게 간직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이 장면은 크랭크업 바로 전날 촬영했는데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기 때문에 스털바그는 몇 달 동안 연습했다고 한다. 감독은 이 장면을 ‘가능한한 심플하게’ 찍기 원했다. 현장에서 그는 배우에게 온전히 맡겨놓았고, 결국 세 번의 테이크만에 오케이컷이 나왔다. 펄먼 교수의 명대사는 오랫동안 회자될 것이다. 여기 옮겨 본다.


“너희들은 멋진 우정을 나눴어.

넌 똑똑하니까 그것이 얼마나 특별하고 드문 것인지 알거야.

너와 올리버는 서로를 발견하게 되어서 굉장히 운이 좋단다.

왜냐하면 너희 둘 다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지.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느끼고 싶지 않을 지도 모르지.

아마 넌 어떤 것도 느끼고 싶지 않을 수도 있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이 내가 아닐 수도 있을 거야.


그렇지만 나는 네가 부럽단다.

내가 어렸을 때는 부모님들이 그냥 모든 것이 지나가기를 바라기만 했지.

그리고 자식들에게 항상 좋은 일만 있기를 기도했지.

하지만 나는 그런 부모가 아니란다.



우리는 빨리 나아지기 위해 우리 자신을 갈기갈기 찢어놓는데 익숙해.

서른 살이 되기 전에 벌써 무너져 버리지.

그러면 새로운 사람과 시작할 때마다 그들에게 보여줄 내가 더 이상은 없어져 버리게 돼.

아무 것도 느끼지 않기 위해서 어떠한 것도 느낄 수 없어지면 안되잖니.


곧 나아질 거야.

하지만 어떤 것들은 평생 너를 붙잡아 둘 때도 있어.

기억하렴.

우리의 마음과 몸은 오직 한 번만 주어진다는 것을 말이야.

그 사실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네 마음은 닳아버린단다.

그리고 우리의 몸은 언젠가 아무도 쳐다봐주지도 않을 때가 올 거란다.

지금 당장은 슬픔이 넘치고 고통스러울 거야.

하지만 그것들을 무시하지 말렴.

네가 느꼈던 기쁨과 함께 그 슬픔들을 그대로 느끼렴.”


아미 해머, 티모시 샬라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왼쪽부터)


이미 시작된 속편


영화는 2017년 1월 선댄스 영화제에서 공개된 후 극찬을 받았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는 무려 96%에 달했고, 평론가들도 작년 최고의 영화로 이 영화를 꼽았다. 흥행 면에서도 제작비 350만달러 대비 2018년 2월 현재까지 2700만달러의 수입을 올렸을 정도로 성공했다.


구아다니노 감독은 선댄스에서 영화가 공개되자마자 속편을 만들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2017년 10월엔 속편을 2020년에 만들겠다고 공표하면서 아예 프랑소아 트뤼포의 '앙뜨완느 드와넬' 시리즈처럼 엘리오와 올리버가 나이 드는 모습을 계속해서 만들고 싶다고도 밝혔다. 11월에는 시리즈가 다섯 편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원작 소설에서 엘리오와 올리버는 15년이 지난 후에 다시 만난다. 이때 올리버는 결혼한 상태다. 엘리오가 어떤 상태인지는 확실히 그려져 있지 않다. 이에 대해 구아다니노 감독은 "엘리오가 게이라고 단정지을 필요는 없다. 아직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것이다. 아마도 엘리오는 (여자친구였던) 마지아와 다시 시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이가 든 만큼 영화 속 시대 배경도 달라진다. 그는 “영화의 배경이 1990년대로 옮겨가면 정치적 상황도 영화에 등장할 것이다. 1990년대 초는 이탈리아에서 베를루스코니 시대가 시작되고, 이라크 전쟁이 발발할 시기였다. 영화의 첫 장면은 아마도 베를린 장벽 붕괴와 소련 붕괴 와중에 엘리오가 프랑스에서 최초로 AIDS를 다룬 영화인 폴 베키알리의 '원스 모어'(1988)을 보는 장면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2018년 현재 그는 속편을 쓰고 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엘리오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였다면 속편은 올리버가 조금 더 부각되는 이야기다. 마이클 앱티드 감독이 7살난 영국 소년들 20명을 1964년부터 7년 간격으로 무려 50년 이상 관찰하며 촬영한 다큐멘터리 '업' 시리즈와 비슷하다.


해머와 샬라메 모두 속편 출연에 긍정적이다. 반면 제임스 아이보리는 관심이 없다고 밝혀 속편은 구아다니노 감독의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고대 유물처럼 기적같은 사랑이 찾아온 그해 여름. 슬픔도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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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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