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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이 성공적으로 열렸습니다. 강추위와 지붕 없는 경기장에 대한 우려, 600억원이라는 적은 예산(2008년 베이징 올림픽 6000억원의 10분의 1)에 대한 걱정을 한 방에 날려버릴 만큼 멋진 '역대급' 개회식이었습니다. 개회식의 퍼포먼스를 다섯 가지 포인트로 정리했습니다.



1. 다섯 아이의 성장담


개막식 전체를 하나의 스토리로 구성한 것은 신의 한 수였습니다. 다섯 명의 오륜기 색 옷을 입은 아이들(물, 불, 나무, 쇠, 흙 등 음양오행을 상징)이 단군신화부터 시작하는 모험을 떠납니다. 그들은 바다를 건너가고, 역사 속 사람들을 만나고, 자신의 미래를 미리 체험합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굴렁쇠 소년이었습니다. 당시 한 명의 소년이 '서울'이라는 아직 세계에 낯선 유년기 도시를 상징했다면, 이번엔 다섯 명의 아이들이 '평창'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상징합니다. 스토리를 갖추고 있기 때문인지 2시간 30분이나 되는 개막식 전체가 전혀 지루하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2. 화려한 첨단 LED 쇼


대부분의 기존 경기장이 직사각형 모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각형 모양의 경기장 외관과 둥근 바닥은 낯선 환경입니다만 무대 연출에서는 이것이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슬기롭게 보여주었습니다. 바닥을 LED 모니터로 활용해 바다, 태극문양, 태백산맥, 메밀꽃 등을 실감나게 표현했습니다. 단지 경기장을 지켜보는 게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스크린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했습니다. 또 무대뿐만 아니라 불빛이 공중으로 떠오르는 퍼포먼스를 통해 입체적인 쇼를 구현했습니다. 개막식 초반 경기장을 둥글게 별자리로 덮은 증강현실 기법은 개막식 초반의 명장면입니다.



3. 논란의 인면조


개막식 공연내용 중 실검에 오르고 있는 키워드는 인면조입니다. 네티즌 반응은 "우리 역사에 이런 게 있는지 몰랐다" "낯설다" "징그럽다"는 반응입니다.


우리 역사에서 인면조는 고구려와 백제 벽화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무용총 널방 천장고임에 봉황을 연상시키는 몸에 긴 모자를 쓴 사람의 머리가 달린 새가 그려져 있습니다. 이름은 천년을 뜻하는 천추와, 만년을 뜻하는 만세입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간의 장수를 기원하는 상상 속의 새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새처럼 훨훨 날면 오래 살 수 있다고 본 것 같습니다.


무용총과 안악1호분에도 사람의 머리를 가진 새들이 등장하고, 백제금동대향로, 천왕지신총 등에서도 인면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불교에서 극락정토에 둥지를 튼다는 상상의 새 '가릉빈가'가 바로 인면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인면조가 무척 신기해서 앞으로도 대중문화를 통해 또 접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4. 드론 오륜기


붉은색과 파란색 조명 옷을 입은 스키어들이 활강한 뒤 1218개의 드론이 스키장 위를 수놓으며 만든 오륜기는 문재인 대통령의 올림픽 개막 선언 이후 하이라이트 장면에 등장했습니다. 드론 1218개가 동시에 하늘에 뜬 것은 최초여서 기네스북에 등재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멋진 드론 퍼포먼스는 그러나 한국의 기술력으로 해낸 것은 아닙니다. 미국기업 인텔이 라이트 쇼를 위해 특별 제작한 슈팅스타 드론을 활용한 것입니다. LED 조명을 내부에 장착한 슈팅스타 드론은 40억 가지의 색을 연출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3D 디자인 소프트웨어로 전체 쇼를 그린 후 1218개의 드론을 묶어 각각을 하나의 픽셀처럼 움직이도록 지정한 뒤 중앙컴퓨터에서 제어하는 방식으로 퍼포먼스가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드론 퍼포먼스 이후 곧바로 이루어진 '저스트 절크' 팀의 절도 있는 힙합 공연도 멋졌습니다.



5. 미래의 문 퍼포먼스


영화 '괴물' OST 중 영화음악 감독 이병우가 작곡한 '한강찬가'와 '두껍아 두껍아 헌집줄게 새집다오'가 번갈아 가며 흐르는 가운데 공연자들이 문을 만들면서 춤추는 장면도 개막식의 하이라이트입니다. 다섯 명의 아이들의 장래희망이 나온 뒤(장래희망을 의사, 건축가 등 직업으로 표현한 것은 '이매진'과 함께 개막식 워스트로 꼽습니다만) 공연자들이 미래의 문을 들고 거대한 원을 만든 뒤 가운데에서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뻗는 빛의 통로를 만든 것은 관록의 공연 연출과 미디어 아트가 결합한 명장면이었습니다. 미래의 문은 아이들의 낙서체로 사람 얼굴을 그리면서 결국 기술의 중심은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창의력이 돋보이는 공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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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식은 톨스토이, 차이코프스키, 칸딘스키 등 유명 예술가 작품들로 도배한 예술 개막식이었습니다. 2012년 런던 하계올림픽 개막식은 건강보험 등 영국의 사회정책을 홍보한 영리한 연출이 돋보였고요. 이들에 비해 규모 면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은 빛의 효과를 이용해 무대를 폭넓게 쓰는 상상력을 극대화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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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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