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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0도의 강추위에도 사람들이 매장 밖으로 길게 줄을 선 이곳은 한남동의 핫플레이스 ‘타르틴 베이커리’입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빵집이 지난 1월 28일 서울에 매장을 열어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죠.


채드 로버트슨 셰프(47)는 타르틴 베이커리를 지난 16년 간 운영해오고 있는데요. 원래 뉴욕 CIA 요리학교를 졸업한 그는 어느날 우연히 맛본 ‘컨츄리 브레드’의 시큼하고 부드러운 맛에 반해 빵으로 전향, 샌프란시스코 교외 지역에 타르틴 베이커리를 열었다고 합니다.


'타르틴 베이커리'의 창업자 채드 로버트슨 셰프


뉴욕타임스가 '세계 최고의 빵', 허핑턴포스트가 ‘죽기 전에 꼭 먹어봐야 할 빵’으로 선정할 만큼 빵이 맛있기로 소문난 곳이지만 채드 셰프는 모든 레시피를 공개하며 공유정신을 실천하고 있죠. 그가 낸 책 ‘타르틴’ 시리즈는 베스트셀러로 전 세계 ‘빵 러버’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스태프들이 빵을 만들고 있네요. 이들은 새벽 4시에 출근해 빵을 준비한다고 해요. 샌프란시스코는 오전 6시부터 시작하지만 서울은 2시간 정도 빠른 것인데요. 여기에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스태프들이 반죽을 만들고 있다.


채드 셰프의 철학이 ‘일은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랍니다. 보통 베이커리들은 새벽 2시부터 일어나서 빵 반죽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래야 오전 출근 시간에 맞춰 빵을 낼 수가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채드는 빵 내는 시간을 오후로 바꿨어요. 잠을 충분히 자야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셰프들의 출근 시간을 오전 6시로 늦추고 빵 나오는 시간을 오후 1시로 조정한 것이죠.


다만 한국에서는 그렇게까지 하는 건 너무 모험이라서 출근 시간은 4시로 하고, 빵 나오는 시간은 오전 11시 30분으로 조금 앞당겼습니다.



타르틴 베이커리에서 가장 유명한 빵은 컨츄리 브레드입니다. 이 빵은 옛날 유럽 농민들이 주식으로 먹던 빵에서 영감 받아 개발한 것인데요. 밀가루, 물, 소금에 약간의 효모만으로 만듭니다. 이를 천연발효종이라고 하죠. 인공효모인 이스트를 전혀 쓰지 않습니다. 24시간 숙성을 거쳐 나오는 시큼한 사워도우(sour dough)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합니다.


컨츄리 브레드

크루아상


저도 한 번 먹어봤는데요. 겉은 바삭한데 속은 촉촉하네요. 한국의 술빵을 먹는 기분이었어요. 따뜻할 때 먹어야 훨씬 맛있습니다.


주방에서 혼자 큰 빵들을 나르며 열일하는 작은 체구의 여성이 보이길래 말을 걸어봤습니다. 샌프란시스코 타르틴 베이커리에서 6~7년동안 수석셰프로 일한 중국계 미국인 패티라고 자신을 소개하더라고요. 서울 이태원은 처음 와봤는데 사람들도 많고 신난다고요. 네, 아무렴요. 저도 가끔이지만 여기 올 때마다 신나는데요.


패티에게 가장 자신 있는 메뉴가 뭐냐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은 ‘한남 멀티그레인.’ 이게 뭐냐고요? 채드 셰프가 한국에 머물 때 잣막걸리를 먹어보고는 ‘그뤠잇’을 외쳤대요. 그리고는 곧바로 이걸 사워도우에 적용해본 거죠. 그렇게 태어난 빵이 바로 ‘한남 멀티그레인’입니다. 어떤 맛이냐고요? 컨츄리 브레드에 잣이 들어가서 고소해요. 그런데 막걸리 맛은 별로 안 나더라고요. 술 안주로 좋을 것 같았어요!


패티 샌프란시스코 수석셰프와 이일주 서울 수석셰프

한남 멀티그레인


이곳에서 만드는 모든 빵의 밀가루는 미국 오레건주 농장에서 공수해 온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매장 한켠에 밀가루 포대가 차곡차곡 쌓여 있더라고요.


타르틴 베이커리는 2015년에 샌프란시스코의 또다른 명물인 블루바틀 커피와 합병하려다가 무산된 적 있는데요. 최근에는 자체적으로 커피 브랜드를 론칭했습니다. 한남동 타르틴 베이커리의 성공적인 오픈 이후 조만간 커피 브랜드와 레스토랑도 서울에 들어올 예정이라고 하네요. 채드 셰프가 원래 요리사 출신이라서 레스토랑에도 관심이 많았다고요.



참, 타르틴 베이커리가 들어선 곳은 예전 '세컨드 키친'이 있던 자리예요. JOH가 운영하던 세컨드 키친은 고급 레스토랑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점점 시들해졌어요. 우리나라의 외식업이 대체로 그런 것 같습니다. 처음에 반짝 인기를 얻다가 점점 뜸해져요. 트렌드가 금방 바뀌죠. 외국에서 들어온 브랜드도 이런 급박하게 바뀌는 트렌드는 피해가지 못하는 것 같아요. 에릭 케제르(Eric Kayser), 폴(PAUL)도 그랬죠. 이번에 아주그룹에서 들여온 타르틴은 과연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오월의 종' 정웅 셰프 ©Youchang


타르틴 베이커리 인기에 주변 빵집들은 어떤 반응일까요? 궁금해서 한 번 찾아가 봤어요. 이태원에서 핫한 베이커리 중 하나인 ‘오월의 종’ 단풍나무점으로 가서 정웅 셰프님을 만나봤어요. 정 셰프님은 마침 ‘타르틴북 No.3’ 한국어판을 감수하신 분이죠. 그는 푸근한 미소를 지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타르틴의 빵은 기온이 높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들기 때문에 그 시큼함이 한국인에겐 낯선 맛일 텐데요. 잘 받아들여지길 바랍니다. 채드 셰프가 빵에 쏟는 정성은 대단해요. 끊임없이 연구하고 새로움을 도입하죠. 그러면서도 사람들을 아껴요. 저는 채드의 그런 정신을 높게 사요. 저희 집 매출은 원래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는데요(웃음). 저희가 조금 덜 팔더라도 타르틴이 잘 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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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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