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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한국영화에서 처음으로 배심원제가 등장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배심원제는 현재 시범실시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막상 배심원이 되라는 통지서가 날아온다면 얼마나 귀찮을까 생각하다가도
이런 영화를 보다보면 일상에서 탈출할 재미있는 경험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의뢰인>에는 하정우, 박희순, 장혁. 세 명의 유명한 배우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장혁이 세 번째로 이름이 올라간다. 바로 여기에 이 영화 스토리의 힌트가 있다.
줄곧  주연만 맡아왔던 장혁이 왜 세 번째 크레딧에도 불구하고 용의자 역할을 택했을까.
아마도 범인인지 아닌지 시종일관 관객을 궁금하게 만드는 다이나믹함에 끌렸을 것이다.
영화 전체의 구도는 하정우와 박희순이 경쟁하며 만들어나가고 있지만
둘 사이에서 핵심적인 키를 쥐고 있는 것은 결국 사건의 당사자인 장혁이다.

영화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전개된다.
압축적으로 인물 사이의 관계가 열거되고, 영향을 주는 과거의 사건이 소개된다.
변호사의 사무장이 사건을 추적하고 검사와의 경쟁 관계 속에서 현실감각이 묻어난다.
이런 전개 방식은 아마도 <부당거래>를 다분히 의식한 듯 보인다.
<부당거래>는 두 가지 큰 이야기축을 놓고 파워게임이 지저분하게 얽히고 설키는 것을
적나라하고 시니컬하게 보여주는 영화였다.
물론 <의뢰인>은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는다.
<의뢰인>에서 사건은 단 한 가지 뿐이다. 그리고 인물들은 좀더 도덕적이다.

그대신 이 영화는 법정 장면에 집중한다.
그동안 헐리우드 영화에서 익숙하게 보아왔던
배심원을 설득하는 검사와 변호사가 경쟁하는 긴장 넘치는 법정 장면들이
한국 법정에서 논리적인 싸움으로 펼쳐진다.
아마도 이런 대결을 능숙하게 요리한 것은 철학을 전공한 감독의 솜씨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의뢰인>은 <부당거래> 만큼이나 잘만든 영화다.
인물들의 등장이나 퇴장, 그리고 복선 암시 등에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그리고 하정우, 박희순, 장혁이라는 삼각형의 꼭지점에 선
세 남자들의 대결 또한 시종일관 긴장감이 넘친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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