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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새로운 점은 복사기와 디카라는 사물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것이다.
각각의 주인을 사랑하고 있는 이들이 말하는 것 같은 재미있는 나레이션을 삽입해서
지루할 수 있는 극전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또하나, 이 영화의 성취라고 한다면,
혼외정사를 주제로 한 논문 속 여자의 회상 장면에 등장하는 6분짜리 롱테이크 정사씬이다. 횟집에서 벌어지는 이 장면의 몰입감은 대단하다. 특히 사운드에 대단히 신경을 쓴 것 같다.

<사물의 비밀>은 40살 여
교수와 남학생의 사랑 이야기다. 선생과 제자의 사랑을 다룬 영화는 이전에도 많았고 금기를 깨뜨리는 것 같은 짜릿한 호기심과 들킬지 모른다는 아슬아슬함이 이런 종류의 영화의 주된 내용이었다. 하지만 <사물의 비밀>은 그런 영화들과는 조금 다르다. 이 영화에는 다른 학생이나 선생이 등장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들킬 것 같은 조마조마한 상황을 연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대신 이 영화는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의 변화에 주목한다. 당시에 남자와 여자가 어떤 상태였는지 복사기와 디카가 대신 설명해주는 식이다.

하지만 타인을 등장시키지 않는다고 해서 사회적 시선까지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40살이라는 여자 나이, 그리고 호스트바에서 일하는 남자라는 설정은 두 사람이 끌리면서도 서로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하는 배경이다. 혼외정사라는 논문을 함께 준비하는 사회학과 교수와 연구생으로서 영화 초반에는 중년 여성의 불륜이라는 소재를 놓고 여러 인터뷰들을 보여주면서 다양한 사회학적 분석을 시도한다.
 하지만 영화는 딱 거기까지다. 결국 후반부에 남는 것은 꽃미남 남자들이 멋진 상체를 드러내는 화려한 쇼와 여자의 일탈을 소재로 "내 모든 것을 불태우고 싶다"는 식의 자극적인 감정몰입 뿐이다.

이것은 상업영화로 만들어진 이 영화가 가진 한계이면서 한편으로는 감독/제작/각본 등 모든 것을 다한 이영미의 욕심이 과해 어긋나버린 지점이기도 하다.

장서희는 다소 뻣뻣해보이는 연기를 하고 있고, 스턴트맨 출신의 정석원은 드라마에서와 마찬가지로 영화에서도 많이 서툴러 보인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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