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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세상을 구할 수 없다”


이 영화의 카피는 틀렸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느끼겠지만 슈퍼맨 혼자 충분히 세상을 구할 수 있다. 원더우먼, 아쿠아맨, 싸이보그, 플래시, 배트맨으로는 안 된다. 하지만 슈퍼맨은 이 모두를 간단하게 제압하는 월등한 능력치를 가졌다. 슈퍼맨은 악당 스테픈울프 역시 한 주먹으로 처리한다. 도대체 다른 히어로는 왜 등장한 걸까. 슈퍼맨을 되살리기 위해서? 배트맨이 주도하는 ‘저스티스 리그’보다는 ‘슈퍼맨과 그의 친구들’이 더 어울리는 영화다. 캐릭터들의 불균형이 심각할 정도다.




“당신의 슈퍼파워가 뭐라고요?” “돈이야.”


플래시의 질문에 대한 배트맨의 대답이다. <저스티스 리그>만큼 배트맨이 매력없는 영화가 또 있을까 싶다. 벤 애플렉이 연기한 배트맨은 그저 돈 많은 재벌 3세처럼 걸리적거린다. 브루스 웨인과 배트맨의 경계에 있어야 매력이 폭발하는 이 캐릭터는 처음부터 자신이 배트맨임을 밝힘으로써 존재 의미를 절반 이상 깎아먹고 시작한다. 제레미 아이언스가 분한 알프레드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알프레드 없는 배트맨은 아무런 능력도 발휘하지 못 한다. 그는 벌레들과 싸우면서도 쩔쩔 맨다. 배트맨이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는지 한숨만 나올 뿐이다.



“나보고 리더가 되라고 하지만, 리더는 사람들을 죽게 하잖아. 나는 그냥 따르겠어.”


원더우먼 다이애나 프린스의 능력치는 그녀의 단독 주연 영화 <원더우먼>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 그녀는 초반에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모든 총알을 막으면서 극강의 능력치를 보여주는 듯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파워가 쇠퇴한다. 스테픈울프와의 대결에서 힘에 부칠수록 원더우먼은 자꾸만 두 팔을 모아 필살기에 의지하려 하는데 필살기는 꼭 필요할 때 한두 번만 써야 의미가 있는 법이다. 계속 남발하면 능력의 한계치만 드러낸다. DC의 유일한 성공작인 <원더우먼>의 멋진 주인공을 대체 왜 이 지경으로 만들어버려야 했는지 의문이다.




“사람들은 영웅들의 시대가 다시 오지 않을 거라고 말해요.”


그렇다. <저스티스 리그>는 원래 2시간 50분 분량을 119분으로 과감하게 쳐낸 영화다. 워너 브라더스의 케빈 츠지하라 회장은 감독이 바뀌어(잭 스나이더->조스 훼던) 주인이 사라진 이 영화를 제멋대로 잘라내라고 지시해 결국 망쳐버렸다. 예고편에 등장한 장면 중 절반 이상을 본 영화에서는 볼 수가 없다. 영화에는 슈퍼맨이 어떻게 저스티스 리그에 합류하는지, 아마존 전사들이 어떻게 싸웠는지, 마더박스가 대체 무엇인지, 아쿠아맨과 싸이보그의 필살기는 대체 무엇인지 등이 없다. 그래서 흐름이 뚝뚝 끊길 뿐만 아니라 캐릭터들은 죄다 수동적으로 보인다. 3억 달러나 투입한 블록버스터를 이런 상태로 개봉한다는 것은 정말 미친 자신감이거나 혹은 관객을 무시한 처사다.


<배트맨 대 슈퍼맨> <수퍼사이드 스쿼드> 등 DC가 계속해서 이런 망작을 내놓는 이유는, 이렇게 해도 꾸역꾸역 봐주는 사람들이 아직 있기 때문일 것이다. DC와 워너브라더스는 한 번 제대로 망해봐야 한다.


저스티스 리그 ★★

DC의 희망 원더우먼마저 망쳐버렸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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