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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이 프로레슬러가 될 뻔했다. 이동휘의 배역은 원래 분자요리사였다. 11월 2일 개봉을 앞둔 영화 <부라더>에서다. 영화를 만든 장유정 감독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무려 7년에 걸친 영화제작 과정의 뒷얘기를 털어놓았다.


<부라더>는 대책없는 형 석봉(마동석)과 위기에 처한 동생 주봉(이동휘)이 고향 안동 종갓집에서 오로라(이하늬)를 만나 가문의 비밀을 밝히는 좌충우돌 코믹버스터다. 한국적인 소재를 뮤지컬에 과감하게 도입해 큰 사랑을 받았던 창작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가 원작이다.


자신의 히트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직접 영화로 옮겨 영화계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장 감독은 두 번째 영화 <부라더>에선 자신이 만든 원작을 포복절도할 대소동극으로 재해석해 선보인다. 다음은 일문일답.


장유정 감독 (사진 제공=플래닛)


- <토르: 라그나로크>가 박스오피스를 점령하고 있는 시기에 <부라더>가 개봉한다. 두 영화의 주인공이 모두 근육질이라는 점에서 토르와 마르(마동석)의 맞대결이라고 하는 네티즌도 있다.

"마르라고? 하하. 마동석 씨 별명이 하나 늘었네. 그런데 나는 내려놨다. 신경 안 쓰려 한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간다. (웃음) 규모로는 토르와 상대가 안 되지만 <부라더>도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고 자부한다. 여러분 토르 보시더라도 부라더도 같이 봐주세요. (웃음) 생각해보면 내가 좀 대진운이 좋지 않다. 뮤지컬 <그날들> 할 땐 <레미제라블>과 붙었고, <김종욱 찾기>의 경쟁상대는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과 <투어리스트>였다."


- <그날들>과 <김종욱 찾기>는 선전했다.

"<그날들>은 1,2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했고, <김종욱 찾기>도 선방했다. <부라더>도 제발… (웃음)"



- 영화의 원작인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는 2008년 세상에 나왔다. 이후 영화로 만들어지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10년 제작사인 수필름 대표가 감독 제안을 했고 그때부터 시나리오를 준비했다. 뮤지컬은 연극적 요소가 많아서 이걸 영화 문법으로 바꾸는데 고민을 많이 했다. 시나리오를 수없이 갈아엎었다. 그 작업이 꼬박 7년 걸렸다."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 뮤지컬과 영화에 다른 설정들이 많이 보인다. 가령 마동석이 연기한 석봉은 뮤지컬에선 백수지만 영화에선 역사를 가르친다.

"무대에선 백수여도 노래하고 춤추면 되니까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 영화로 옮기니까 이야기가 빈약해지더라. 그래서 여러 직업들을 설정해봤다. 역사 선생 이전엔 프로레슬러로 한 적도 있다. 프로레슬링은 유행이 다 지나서 애잔한 느낌이 있잖나. 아무도 안 봐주는데 혼자서 이기고 싶은 승부욕이 강한 캐릭터였다."


- 마동석이 프로레슬러가 될 뻔했다니, 색다르면서도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만약 그 시나리오로 찍었으면 지금과 전혀 다른 영화가 나왔을 거다."



- 마동석 캐릭터를 역사 선생으로 바꾼 이유는?

"뮤지컬에서 백수인 석봉과 주봉은 당첨된 로또를 찾아다녔다. 그때만 해도 로또가 일확천금의 상징이었는데 이젠 조금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더라. 우연히 일본이 아시아에서 약탈한 금괴를 필리핀에 묻었다는 ‘야마시타 골드’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금 찾으러 도굴꾼들이 모여드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고향 땅에 금불상이 묻혀 있다는 설정으로 바꿨고 이를 설명하려면 석봉이 역사에 해박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역사보다는 잿밥에 더 관심이 많은 선생이지만. (웃음)"


- 이동휘가 연기한 건설사 직원 주봉도 뮤지컬에선 고시생 겸 백수였다.

"주봉도 직업 변천사가 다양하다. 시나리오 상에서 한동안 주봉은 분자요리를 하는 요리사였다. 분자요리라는 게 재료를 분자 단위로 분해해서 전혀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내는 요리인데 영화에선 고향 집을 너무 싫어해서 해체해 변형시키는 그런 상징적 의미를 주려 했다."



- 마동석은 금불상을 쫓고 이동휘는 마을에 길을 내려 한다. 두 사람의 목표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뮤지컬에선 둘 다 로또를 찾는 거였지만 영화에선 목표를 다르게 설정했다.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이 작업에 또 몇 년 걸렸다. (웃음)"


- 요즘 마동석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캐스팅 할 때 예상했나?

"예상했다기보다는 <부라더>로 잘 되기를 바랐다. (웃음) 작년 <굿바이 싱글>을 보고 석봉 역에 딱이라고 생각해 캐스팅했다. 귀여운 노란색 옷 입고 아이처럼 웃는 스틸컷에서 이 배우에게 그동안 몰랐던 따뜻한 느낌이 보였다. 제대로 석봉으로 만들 자신이 있었고 또 정말 잘 해주었다."


<굿바이 싱글>의 마동석


- 마동석 배우는 한 인터뷰에서 평소 장 감독의 팬이어서 바로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말해주니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 <김종욱 찾기> 이후 7년 만의 영화 작업이다. 환경도 많이 바뀌었을 것 같다.

"7년만이라 현장에서 허둥지둥했다. 일단 그때 스태프들이 다들 유명해져서 불러올 수가 없더라. (웃음) 그때 조감독이 <옥자> 조감독이고, 촬영감독이 <부산행>을 찍으셨다. 그래서 <김종욱 찾기>보다 예산이 적은 <부라더>는 새로 만난 스태프들과 작업했다. 그때만 해도 20억대 영화가 많았는데 요즘엔 드물다."


- 맞다. 20억대 규모의 영화 보기 힘들다. 한국영화의 허리가 사라지고 있는 거다. 그래서 <부라더> 같은 영화가 더 반갑다.

"<부라더> 준비하면서 2015년 개봉한 한국영화들 중 20억대 영화의 성적표를 뽑아본 적 있는데 단 한 편(차이나타운)을 제외하고는 모두 흥행 실패했더라. 일부는 처참하게 실패했다. 참 힘든 시장이다. 실패하면 안 된다는 각오로 다 쏟아부었다."



- 촬영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김종욱 찾기> 땐 술술 잘 풀렸던 걸로 기억하는데 <부라더>는 매사 힘들었다. 한겨울 지방 촬영이 많았는데 날씨는 춥고 여건은 열악했다. 추위 속에 밤새느라 앓아 누운 스태프들도 많다. 그분들께 참 미안하다. 광량이 부족해 오후 4시쯤 해가 저물어가면 깜짝 놀란다. 아직 찍을 분량이 한참 남았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진다. 시간이 부족해 애초 콘티와 달리 원신 원커트로 찍은 장면도 있다. 다행히 연극에 잔뼈가 굵은 조연 배우들이 디렉션을 정확히 따라줬다. 후반 작업에도 최대한 공을 들였다. '최종최종최종' 이렇게 최종이라는 단어가 열다섯 개나 붙은 파일도 있다. 시간은 없고 제작비는 빠듯하고. 그래도 스태프들과 최대한 소통을 많이 하려고 했다."



- 배우들과 호흡은?

"추워서 어디 못가고 마동석, 이동휘 씨와 방에 모여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즉흥적으로 대사를 만들어낸 것도 많다. "오리 터지겠네" 이 대사도 거기서 만들었다. 연극하는 것처럼 작업했다."



- 안동 종갓집은 실제 고택인가?

"전국을 돌며 찾다가 발견한 곳이다. 1450년대에 지어진 안동의 퇴계 태실과 의성 김씨 종택이다. 퇴계 태실은 지금껏 영화나 TV드라마에 전혀 등장한 적이 없는 곳이고, 의성 김씨 종택은 보물 450호로 지정된 곳이다. 영화 속 소품들도 대부분 진품이다. 서재에 놓인 도자기, 병풍 등은 수백만원 가치가 있는 물건들이고, 한석봉의 글씨도 진짜다. 영화 속 목판들은 나중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제작비가 부족한 가운데서도 리얼리티를 살리려 애썼다. 안동콘텐츠진흥원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


- <부라더>의 장르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휴먼 코미디 소동극."


- 영화의 웃음코드가 독특하다.

"기존 한국영화는 다른 장르에 코미디가 입혀지는 방식이었다. 순수하게 코미디 장르만으로 이루어진 영화는 드물었다. 나는 코미디로 승부를 보고 싶었다. 특히 소동극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장례식이 나오는 소동극들을 많이 찾아 봤다.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박철수 감독의 <학생부군신위>와 프랭크 오즈 감독의 <Mr. 후아유>다. 장례식에 모인 사람들이 다들 사연이 있고 조금씩 웃긴다.


소동극에선 인물들에게 각기 다른 욕망이 있고, 그 욕망들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웃음이 만들어진다. <부라더>에도 세 주인공뿐만 아니라 미봉, 미봉의 아내 등 조연들에게도 각기 다른 욕망이 있다. 이게 섞이면서 코믹한 상황이 만들어진다. 인물들이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데 관객만 그걸 알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 배우들이 억지로 웃기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웃기는 상황이 된다. 소동극은 한국영화에 드물어서 낯설 수 있지만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이 있다."



- 영화에서 가장 공들인 장면은?

"석봉이 휴대폰 보며 엄마를 떠올리는 장면이다. 아들이 엄마에게 휴대폰 사용법을 알려주면서 1번은 떡집, 2번은 생선가게, 0번은 나라고 말하는데, 0자 옆에 하트 스티커가 붙어 있다. 그 전에 엄마가 유림들에게 야단을 맞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주봉이 무심히 한 마디 한다. “괜히 난리야.” 그러면 엄마가 웃는다. 엄마는 자식이 알아주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된다. 이 장면을 1시간 동안 5번째 테이크만에 원신 원컷으로 찍었는데 오케이하고 나서 너무 뭉클하고 행복했다."



- <부라더>는 웃음으로 시작해 감동으로 끝난다.

"감동 코드가 있긴 하지만 <부라더>는 정공법으로 울리는 영화는 아니다. 나는 관객을 울리기보다는 계속 웃기고 싶다. 심각해지다가도 곧 훌훌 털고 박장대소했으면 좋겠다. 음악감독님이 슬픈 음악을 작곡해왔는데 나는 밝은 음악으로 바꿔달라고 했다. 따뜻하고 담담하게 만들고 싶어서였다. 조금 슬퍼지려다가도 다음 장면에서 바로 웃기는 게 <부라더>의 매력이다. 동휘 씨가 "우리 엄마는 꿈에도 안 나타나" 이 대사를 하면서 코끝이 찡해지길래 내가 그러지 말라고 했다. 관객을 부담없이 편안하게 즐기도록 만들어주고 싶다."



- <부라더>를 볼까말까 망설이는 관객들에게 한 마디?

"요즘 뉴스를 보면 참 끔찍한 사건들이 많다. 자극적인 사건들을 자꾸 접하다 보면 피로감이 상당하다. <부라더>는 쌓인 피로감을 잠깐이라도 풀어줄 수 있는 영화다. 아버지를 시사회에 데려가 영화를 보여드렸더니 아주 좋아하셨다. 딸이 만들어서기도 하지만 영화가 큰 위로가 됐다고 하시더라. 사실 나도 아버지와 영화를 함께 본 것은 이번이 겨우 두 번째다. 생각해보니 이렇게 쉬운 효도가 없다. 편안한 마음으로 웃으면서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장유정 감독 (사진 제공=플래닛)


- 두 편의 영화 모두 원작은 뮤지컬이지만 정작 영화는 뮤지컬 장르가 아니다. 뮤지컬 영화를 만들 생각은 없나?

"나는 정말로 만들고 싶다. 뮤지컬 영화는 아직 검증이 안돼서 투자자들이 꺼려하는 것 같다. 일단 <부라더>가 잘 돼야 한다. (웃음) 그러면 시도해 볼 수 있을 거다."


(매일경제에 실린 기사의 풀 버전입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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