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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선거를 소재로 한 영화 세 편을 모아봤습니다.


대통령을 잘 못 뽑으면 얼마나 고생하는지는 지난 겨울 겪어봐서 잘 알고 있죠? 그런데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 경험이 꼭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많은 후보들 중 한 명에게만 권력을 몰아주는 게 선거의 특성이기 때문에 후보들은 이기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합니다. 유권자들이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판단력이 흐려지기 쉽습니다.


마침 세 편의 영화는 선거를 꽤 자세하게 그리고 있네요. 이 영화들을 통해 선거판이 어떤 곳인지, 또 유권자는 무엇을 해야 할지 살펴보겠습니다.



물고 물리는 지지율 게임, <특별시민>


선거 때가 되면 정치인들은 지지율에 목숨을 겁니다. 여론조사로 나타난 지지율이 오르고 내릴 때마다 후보와 각 당은 희비가 교차합니다. 자신의 지지율을 올리고 상대 후보의 지지율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기세지요. 그 과정을 리얼하게 묘사한 영화가 <특별시민>입니다.


영화는 서울시장 선거전을 그립니다. 3선에 도전하는 현직 서울시장 변종구(최민식)는 이번 승리를 발판 삼아 차기 대통령에 도전하고 싶어합니다. 그는 3번의 국회의원 선거, 2번의 서울시장 선거에서 모두 승리했을 정도로 선거에 대한 감각이 탁월합니다. 어떻게 해야 좋은 인재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와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지를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데려온 인재가 공개적인 장소에서 자신을 면박준 젊은 광고인 박경(심은경)입니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되고, 박경은 선거대책본부장 심혁수(곽도원)의 지시 아래 후보 광고 영상을 만들고 홍보 전략을 짭니다. 그런데 그 방식이 참 지저분합니다. 몰래카메라를 찍어 놓고 그것을 교묘하게 조작해 후보 이미지메이킹에 사용하고, 상대 진영에서 변종구의 아내에 대한 공격이 들어오자 다른 이슈를 띄워 그것을 덮어버립니다. 또 상대 후보의 아들이 대마초를 피운다며 확인되지도 않은 흑색선전을 하기도 합니다.


<특별시민>을 통해 보여지는 선거전이란, 좋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자신을 한껏 부풀리고, 상대 후보는 티끌만한 흠이라도 찾아내 물어 뜯는 것입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공약 검증을 통한 정책 공방은 사라지고 막말과 헐뜯기만 남습니다.



변종구 캠프 뿐만 아니라 영화 속 상대 후보들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지지율 등락에 따라 참모들의 지위가 달라지고, 색깔이 전혀 다르더라도 명분 없는 단일화를 위해 이전투구합니다. 오직 승리만을 위해 내달리는 폭주기관차 같습니다. 어떤 장면은 현실의 선거전과 크게 다르지 않게 여겨질 정도로 리얼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민주주의의 축제가 되어야 할 선거가 왜 이렇게 유치한 말장난과 꼴불견 권력다툼 과정이 되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각 캠프에서 만들어낸 이미지에 지나치게 함몰돼 냉정한 선택을 하고 있지 못한 것은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평소 멀쩡해 보이던 정치인도 선거 기간만 되면 확 달라져서 어리둥절해진 경험을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니까요.


결국 유권자들이 먼저 알아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두 눈 똑바로 뜨고, 영화 속 대사처럼 비록 선거판이 "똥물"이더라도 그 속에서 "진주”를 꺼내야 하니까요. 선거전이 지저분하다고 정치혐오에 빠지면 선거 과정은 발전없이 계속해서 지저분한 상태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후보를 좌우하는 선거 책략가, <킹메이커>


현대 사회에서 선거는 후보 간의 대결만이 아니라 인간 심리를 이용한 정교한 전략들의 전쟁터이기도 합니다. 단지 후보만 잘 한다고 승리를 보장할 수 없죠. 그의 뒤에서는 책략가들의 두뇌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후보의 말 한 마디, 광고에서 보여지는 이미지, 후보가 입은 옷 등은 모두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한 노림수에 의해 기획된 것입니다.



흔히 고정 지지층을 ‘집토끼’, 잠재 지지층을 ‘산토끼’라고 표현하는데 선거 때가 되면 책략가들은 집토끼를 묶어두면서 산토끼를 포획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구사합니다. 후보의 경쟁력이 약할 때는 상대 후보의 약점을 공격해 진흙탕 싸움으로 몰고 가는 네거티브 전략을 쓰고, 경쟁력이 강할 때는 상대 후보의 공격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무시하는 전략을 쓰며, 초박빙 승부일 때는 공약을 거의 비슷하게 만들며 묻어가는 전략을 씁니다. 또 여론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연막을 치는 ‘왝 더 독’, 유권자의 사고를 자신에게 유리한 틀 속에 가두는 ‘프레이밍’ 등도 자주 쓰이는 선거 전략입니다.


영화 <킹메이커>의 스티븐 마이어스(라이언 고슬링)는 이런 일에 도가 튼 전략가입니다. 마이크 모리스(조지 클루니) 캠프에서 일하며 당내 경선을 모두 승리로 이끈 그는 상대 캠프에서 스카웃 제의를 해올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모리스를 존경해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뛰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모리스가 자신의 믿음과 달리 이중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를 계속 도와야 할지 갈등에 빠집니다.


영화의 원제인 ‘The Ides of March’는 카이사르가 암살당한 3월 15일을 뜻하는 관용어인데요. ‘킹’의 운명을 쥐고 있을 만큼 판을 좌지우지하는 ‘킹메이커’의 존재감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의 선거전은 고도화되고 있지만 수많은 전략들이 늘 기획대로 효과를 거두는 것은 아닙니다. 선거는 사람의 마음을 빼앗는 과정인데 사람의 마음이란 결코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수많은 변수들을 감안해야 합니다. 자칫 전략을 잘못 쓰다가는 한 방에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영화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전략가의 고민을 보여주면서 열린 결말로 막을 내리는데요. 영화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진심이 담긴 소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전략가와 후보 사이에 믿음이 깨지면 좋은 전략이 나올 수 없는 것처럼 캠프와 유권자 사이에도 신뢰가 필요합니다.


결국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은 ‘진심’ 아닐까 싶습니다. 진심으로 유권자에게 다가가는 후보는 비록 지더라도 떳떳하겠지요. 현명한 유권자라면 누구보다 그 진심을 먼저 알아봐줄테고요. 카이사르의 목을 쥔 킹메이커들은 이 점을 가장 먼저 생각해주기를 바랍니다.



내 한표가 바꾸는 대통령, <스윙보트>


수천만 표가 오가는 대통령 선거에서 내 한 표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을 때가 있습니다. 개표방송을 보면 몇백 표씩이 휘리릭 하고 올라가니까요. 그런데 한 표 한 표가 모여서 결국 당락을 가르고 국가의 방향이 바뀐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저 수많은 숫자 속에 더해진 내 한 표가 괜히 뿌듯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특히 두 후보 간의 격차가 크지 않을 때 내가 찍은 한 표의 위력은 더 크게 느껴지죠.



영화 <스윙보트>는 단 한 표로 대통령 선거의 당락이 갈리는 상황을 그립니다. 한 표로 결과가 결정되는 것이 과연 가능하냐고요? 뭐, 이론적으로는 불가능할 것도 없죠. 실제로 예전 기초단체장 선거에선 1표 차이로 승부가 갈린 적 있고, 심지어 동점자가 나와 연장자 순으로 당선자가 정해진 적도 있습니다. 이 한국식 규정은 민주주의에 유교의 장유유서를 적용해 조금 이상하게 느껴지긴 하는데요. 정작 미국에는 연장자 우선 규정이 없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미국 뉴멕시코주의 작은 마을 텍시코에 사는 중년 남성 버드 존슨(케빈 코스트너)입니다. 공장에서 해고당한 뒤 매일 맥주 마시며 빈둥거리는 그는 “정치인들은 다 똑같다”며 불평만 늘어놓는 싱글대디인데요. 그의 똑똑한 12살 딸 몰리(매들린 캐롤)는 생각이 다릅니다. 그녀는 정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으며 아빠를 설득해 꼭 투표에 참여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투표 마감 시간이 다 되도록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고, 속상한 딸은 몰래 투표장에 들어가 대리투표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마침 투표소 정전으로 전자투표기가 먹통이 돼 그 표가 제대로 집계되지 않은 것입니다.


이제 개표가 시작됩니다.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가 아슬아슬한 동률을 이룹니다. 정확히 득표 수가 똑같습니다. 재투표를 해야 하느냐 논란이 한창일 때 누군가 한 투표소에서 정전이 있었고 그때 제대로 집계되지 않은 표가 딱 한 장 있다는 것을 밝혀냅니다. 그것이 바로 버드의 투표였던 것이죠. 이제 버드에게만 10일 후 재투표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집니다. 민주당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그를 찾아와 버드만을 위한 캠페인을 펼치고 그는 미국의 운명을 결정해야 할 위치에 서게 됩니다.



버드는 누구에게 투표할까요? 그런데 영화에서 이 질문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영화는 유권자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유권자의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되새기게 해주는데 주력합니다.


정치 무관심자이자 부동층이었던 버드는 점점 자신에게 막중한 책임이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합니다. 해결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사회의 수많은 문제들을 바꿀 힘이 투표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그는 모든 미국인들을 대신해 두 후보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한 술주정뱅이에게 미국의 운명이 맡겨졌다며 한탄하던 미디어들도 이 장면을 생중계하며 편가르기가 아닌 진정한 선거의 의미를 되돌아봅니다.


선거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선택의 과정입니다. 수많은 선택이 모여 국가의 방향이 결정됩니다. 선거를 축제로 만들지 혹은 재앙으로 만들지는 전적으로 유권자에게 달려 있습니다. 이것이 영화 <스윙보트>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입니다.


(SK하이닉스 하이라이트 블로그에 기고한 글입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댓글
  • 프로필사진 슈비 도라 선거라 꼭 투표해야하는것이죠. 투표나 선거에 관한 영화는 대부분 뒤에서 더러운짓을 하는것들이었습니다. 뭐 세상이 그렇게 깨끗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2번째 로소개된 영화에서처럼 지지하던 후보자가 뒤에서 안좋은짓을 했다는것을 알게되면 다른 누군가를 찍어야되나 생각이 들죠. 결국에 드는 생각은 적어도 일관성있는 덜 더러운짓을한 사람을 찾아서 투표하네여. 뭐 더러운일의 경중은 개인적으로 판별하지만요. 2017.05.08 22:14 신고
  • 프로필사진 Youchang 최선이 없으면 차선, 차선이 없으면 차악으로 최악을 막는 것이 투표라고 하잖아요. 감사합니다. 2017.05.08 22:3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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