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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2일은 한국 언론 역사에 치욕적인 날로 기록될 것입니다. 불과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지상파 8시 메인 뉴스에서 조작보도를 방송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해당 리포트는 해양수산부의 공무원 녹취록을 익명으로 인용해 문재인 후보가 대선에 이용하기 위해 세월호 인양을 일부러 늦췄다는 한 개인의 일방적인 주장을 여과없이 방송했습니다. 당사자의 어떠한 해명이나 반론도 싣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이 일파만파 퍼지자 나중에 해양수산부가 확인해준 바에 의하면 이 녹취록에 등장하는 공무원은 해양수산부 3년차 7급 공무원으로 세월호 인양을 결정하거나 책임질 위치에 있지 않다고 합니다. 그는 단지 인터넷 뉴스에서 떠도는 이야기를 사적인 자리에서 했다고 하는군요. 기자가 가짜 취재원에게 낚였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조작한 황당한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17년 5월 2일 SBS 8시 뉴스의 역사적인 오보


일반적으로 언론사에서 뉴스가 보도되는 과정에는 해당 기사를 취재한 일선 기자뿐만 아니라 많은 베테랑 언론인들의 손을 거치게 되어 있습니다. 이를 게이트키핑이라고 하는데요. 뉴스를 취사 선택해 가공하는 과정에 대략 3~5단계를 거칩니다. 신문의 경우 취재기자-취재데스크-편집기자-편집부장-편집국장 등을 거쳐야만 보도가 가능합니다. 방송의 경우는 제가 경험해보지 않았지만 아마도 비슷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이 터진 뒤 SBS 노동조합의 성명서에 따르면 해당 보도의 바이라인에 등장하는 조을선 기자의 애초 리포트는 방송된 리포트와 전혀 달랐다고 합니다. 원래 의도는 해양수산부가 차기 대선 유력 주자의 눈치를 보고 세월호 인양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지적하려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즉, 공무원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줄서기 행태를 꼬집는 보도였다는 것이죠.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리포트가 데스킹을 거치는 과정에서 대폭 수정되어 지금처럼 정반대의 보도로 둔갑했다고 하네요. 언론계 은어로 ‘맛사지’라고 하죠.


이 사건이 대선 후보에게 악의를 품은 어떤 데스크의 고의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는 아직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향후 진상조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만 할 것입니다. 만약 누군가의 고의에 의한 것이었다면 그것이 한 사람의 의도적인 행위인지 혹은 조직적인 행위인지도 규명이 필요합니다. 무려 지상파 메인 뉴스에서 이 정도의 사건이 터지려면 중간에 게이트키퍼들이 모두 침묵했거나 무지했거나 혹은 가담했다는 뜻이니까요.



제 추측을 잠깐 덧붙여보자면, 일단 이 보도에 문재인 캠프의 반론이 전혀 들어있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봅니다. 누군가를 비판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비판받는 사람의 반론을 실어야만 한다는 것은 언론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상식입니다. 이 리포트에는 해양수산부의 반론만이 들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보도는 애초 문재인 후보가 아니라 해양수산부를 비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상식적으로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해양수산부를 비판하려고 기획했기 때문에 해양수산부의 반론을 보도 마지막에 첨부한 것이죠. 따라서 애초에 이 보도를 작성한 조을선 기자의 원본 자체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SBS 노동조합의 성명서에 따르면 이 리포트의 애초 제목은 “인양 고의 지연 의혹... 다음달 본격조사”였는데 데스킹 과정에서 “차기 정권과 거래? 인양 지연 의혹 조사”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해당 보도에서 익명의 공무원 녹취록 부분만 쏙 빼내 전혀 다른 뉘앙스의 기사로 둔갑시켰다는 것이죠. 그 내용이 더 자극적이라고 생각해서 바꿨을 수도 있고, 혹은 문재인 후보를 싫어하는 데스크(혹은 데스크들)가 악감정을 품고 바꿨을 수도 있습니다. 방송으로 보도된 리포트가 워낙 부실하고 기사의 기본도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지만, 어쨌든 이 사건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결과적으로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 사실입니다.


2017년 5월 3일 SBS 8시 뉴스의 사과방송


저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1987년 민주화 이후 이토록 황당한 언론 참사는 전례가 없었던 듯합니다. 불과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이렇게 노골적으로 부실한, 또 완벽하게 편향된, 또 거짓임이 명백한 리포트를 방송하다니요. 그것도 모두가 조심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는,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 이후 선거 앞에서 말입니다.


사실 신문사나 방송국에는 매일 수많은 제보가 들어옵니다. 억울한 사연들도 많지만 대부분은 말도 안 되는 일방적인 거짓 주장들입니다. 또 현장에 가보면 자기 이익에 맞게끔 사실을 왜곡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속에서 팩트를 캐내는 사람들이 기자들입니다. 사실임을 확인하기 위해 이중 삼중으로 체크하고, 확인에 확인을 거듭합니다. 그렇게 해서 반드시 확인된 사실만을 기사로 내보냅니다. 아무리 다급한 상황이어도 확인이 되지 않으면 보도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대부분 언론이 그렇게 할 것입니다.


SBS의 이번 보도는 명백한 가짜뉴스이며 오보입니다. 술취해서 떠드는 사람이 한 말을 녹음해서 음성 변조해서 방송한 것과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의 대참사입니다. SBS는 이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해 경위를 밝히고, 관련자를 언론계에서 추방시킬 정도의 징계를 내려야만 할 것입니다. 스스로 그렇게 할 자신이 없다면 외부 인사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를 만들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할 것입니다.


이 사태를 보면서 떠오른 사건이 두 개 있습니다. 모두 조지 W. 부시 집권기의 미국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2003년의 ‘리크게이트(Leakgate)’와 2004년의 ‘래더게이트(Rathergate)’가 그것입니다. 취재원의 거짓말과 이를 그대로 보도한 거짓 뉴스로 인해 언론의 신뢰도가 추락한 사례로 살펴볼 만합니다. 마침 두 사건을 영화로 다룬 작품도 있으니 당시 분위기가 궁금하면 영화를 참고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영화의 제목은 <페어 게임>(2010)과 <트루스>(2015)입니다. 실제 사건을 살펴보고 간략하게 영화에 대해서도 언급하겠습니다.



리크게이트(Leakgate)와 <페어 게임 (Fair Game)>(2010)


‘리크게이트’에서 ‘리크’는 누설이라는 뜻입니다. 리크게이트에는 누설이 여러 번 반복됩니다. 기자가 취재원을 누설하고, 취재원이 가지고 있던 정보를 누설합니다. 그런데 여기 함정이 있습니다. 취재원이 누설한 정보 자체가 거짓이었던 것입니다. 그걸 특종이라고 보도한 기자의 리포트 역시 당연히 거짓이겠죠. 기자는 계속되는 단독 보도에 신나서 이 취재원의 거짓말을 그대로 기사화합니다. 매체가 도대체 어디냐고요? 무려 뉴욕타임스입니다. 그동안 기자에게 취재원 보호는 생명과도 같은 윤리로 여겨졌지만, 리크게이트 이후에는 취재원 보호가 무조건 옳다는 주장은 힘을 잃게 됐습니다. 자세히 살펴볼까요?


2003년 1월 28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영국정부가 사담 후세인이 최근 아프리카 니제르로부터 대량살상무기용 우라늄 상당량을 구입한 사실을 알게됐다”고 말합니다.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명분쌓기를 한 것이죠. 하지만 CIA는 2002년 이미 조지프 윌슨 전 이라크 대리대사를 니제르에 파견해 이것이 낭설임이 불과하다는 내부조사를 마쳐놓고 있었습니다. 백악관과 CIA가 엇박자를 낸 것이죠. 윌슨은 자신이 직접 2003년 7월 6일 뉴욕타임스에 칼럼을 기고해 이러한 사실을 폭로합니다.


이렇게 되자 부시의 대척점에 선 윌슨에 대해 언론들의 취재 경쟁이 시작되는데요. 백악관의 한 고위인사가 윌슨의 부인이 CIA 비밀요원 발레리 플레임이라는 사실을 슬쩍 흘립니다. (리크게이트는 플레임 이름을 따서 '플레임 어페어(Plame Affair)'라고도 불립니다.) CIA 비밀요원의 신원을 공개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으로 징역 최고 10년형에 해당하는 중범죄이지만 보수 성향의 칼럼니스트 로버트 노박은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를 폭로해 버립니다. 그는 이 칼럼에서 윌슨이 민주당 지지자여서 부시에 각을 세우기 위해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이 폭로는 미국 정가에 태풍을 몰고 옵니다.


발레리 플레임


논란이 커지자 법무부는 특별검사를 임명해 수사에 나섭니다. 그런데 특검은 노박을 조사하지 않고 이 보도의 후속 기사를 쓴 다른 두 명의 기자를 조사합니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노박을 수사하지 않은 이유는 그가 자신의 취재원이 딕 체니 부통령 비서실장 리비와 비서실 차장 칼 로브라고 밝히는 등 수사에 적극 협조했기 때문이라고 하는군요.


어쨌든 특검의 수사 대상에 오른 기자는 타임지의 매트 쿠퍼와 뉴욕타임스의 주디스 밀러입니다. 특검은 두 기자에게 취재원 공개를 요구하는데 두 기자 모두 거부합니다. 이렇게 되자 이 문제는 곧 언론의 취재윤리 문제로 비화되는데요. 연방지방법원이 법정모욕죄를 적용해 징역 18개월을 선고하자 쿠퍼는 대배심에서 취재원을 진술하고, 밀러는 끝까지 거부해 구속 수감됩니다. 쿠퍼가 취재원을 공개한 것은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타임지의 결정이었습니다. 회사 차원에서 기소되고,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는 것에 부담이 커지자 꼬리를 자른 것입니다. 이 결정을 내린 타임지에는 언론계와 시민단체의 비난이 쏟아졌죠.


쿠퍼와 달리 취재원을 보호하며 감옥에 간 밀러 기자는 영웅으로 칭송받았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밀러 기자의 선택을 지지한다는 사설을 쓰면서 그녀를 지지했고요. 밀러 기자는 85일간 구금된 뒤 2005년 9월 29일 풀려나 그해 10월 18일 미국기자협회로부터 언론의 자유상(수정헌법 1조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주디스 밀러


하지만 여기에 반전이 있습니다. 밀러가 보호한 취재원이 과연 보호받을 만한 취재원이었는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밀러는 이 사건이 터지기 전 2002년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에 관한 특종을 많이 터뜨렸는데 이때 익명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한 기사들이 나중에 대부분 오보로 판명납니다. 뉴욕타임스는 6개의 특종 보도 중 4개를 취소하고 2004년 5월엔 사과문까지 냅니다.


이렇게 되자 밀러는 취재원과 담합해 권력의 언론플레이에 이용당한 기자로 손가락질을 받게 됩니다. 권력을 가진 쪽에서 밀러에게 접근해 가짜 정보를 진짜인 것처럼 흘리고 밀러가 이를 의심없이 받아 쓴 것이죠. 특종을 물어다주던 ‘익명의 제보자’가 알고 보니 가짜뉴스 제조자였던 셈입니다. 그 결과 뉴욕타임스는 부시가 이라크 전쟁을 정당화하는데 이용당했다는 오명까지 뒤집어씁니다. 밀러가 취재원을 보호하겠다며 감옥에 간 행위조차 결국 자신이 취재원과 담합하고 있다는 것을 은폐한 파렴치한 행위로 매도되기에 이릅니다.


이처럼 '리크게이트'는 언론인이 정치게임의 한가운데로 빨려들어간 사건입니다. 이라크 전쟁을 놓고 공방을 벌이는 공화당과 민주당 진영에서 기자들에게 익명의 정보를 경쟁적으로 흘리고, 기자들은 이를 비판없이 받아쓰며 중계하는 데에만 열을 올리다 보니 기자들이 직접 정쟁의 한복판에 선 당사자가 되어버린 것이죠. 리비의 재판에는 핵심 증인들이 대부분 기자들로 채워지기까지 합니다. 언론의 역할과 가치를 드높인 '워터게이트'와 정반대로 '리크게이트'는 언론에 대한 공공의 신임을 무너뜨린 사건으로 남았습니다.


이후 밀러 기자는 자신의 과오를 반성했을까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죠. 그녀는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재판 과정에서 "비록 취재원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기사에 오류가 발생한 경우라도 그 취재원은 보호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그녀는 이 사건으로 얻은 유명세를 바탕으로 폭스뉴스 채널로 이직해 보수 방송인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리크게이트는 언론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변화는 한 개인의 실패가 시스템 전체의 붕괴로 이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언론인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실제로 미국 언론에서는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하는 경우가 크게 줄었습니다. 한국에서는 기사에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이라는 문장이 자주 쓰이지만 미국 언론은 가급적 실명을 못박음으로써 논란의 소지를 없애려 합니다. 이것이 바로 리크게이트가 남긴 유산입니다.


영화 <페어 게임>


영화 <페어 게임>은 발레리 플레임의 회고록 [페어 게임]과 조셉 윌슨의 회고록 [진실의 정치학]을 바탕으로 리크게이트의 초반부를 그린 작품입니다. 나오미 와츠가 플레임 역, 숀 펜이 윌슨 역을 맡았습니다.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의 더그 라이먼 감독 작품으로 2010년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기도 했습니다.



래더게이트(Rathergate)와 <트루스(Truth)>(2015)


‘래더게이트’에서 ‘래더’는 댄 래더라는 당대 최고의 앵커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이 사건은 40년 간 CBS 방송국의 간판 스타였던 래더의 커리어를 끝장낸 사건입니다. 신뢰받는 언론인이었던 래더는 래더게이트로 결국 불명예스럽게 은퇴합니다. 이 사건의 시작은 아주 믿음직스러웠던 한 취재원의 사소한 거짓말이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댄 래더와 메리 메이프스는 모두 40년 가까운 경력을 가진 언론인입니다. 래더는 앵커, 메이프스는 프로듀서로 CBS의 간판 보도 프로그램 [60분]을 15년째 제작하고 있습니다. 호흡이 척척 맞는 친구같은 사이죠.


댄 래더와 메리 메이프스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메이프스는 재선을 노리는 공화당 후보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군 경력을 속였다는 제보를 받습니다. 복무하지도 않았는데 한 것처럼 기록을 조작했다는 것이죠. 메이프스는 당시 부대원으로부터 제보를 받고 관련 문서를 입수한 뒤 특종 보도를 할 수 있겠다는 흥분에 사로잡힙니다.


당시는 대선을 두 달 앞둔 민감한 시기였습니다. 보도가 선거에 곧바로 파장을 미칠 수 있었죠. 메이프스와 래더는 회사 관계자를 설득해 이 의혹 보도의 방송을 강행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집니다. 방송에서 폭로한 문서의 폰트가 부시가 군 복무하던 시절보다 한참 뒤에 만들어진 폰트라는 것을 방송 보도를 분석한 누군가가 지적한 것입니다. 그로 인해 사건은 문서의 진위 공방으로 이어지는데 폰트는 그 전에도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위기를 가까스로 넘깁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메이프스가 취재원으로 확보한 전직 군인이 사소한 증언 하나를 번복한 것이죠. 그 취재원은 메이프스에게 같은 내용을 민주당에 제보하고 싶다며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한 적 있는데 이 사실이 공개되면서 메이프스와 래더는 민주당과 거래해 부시를 의도적으로 흠집내기 위해 보도한 정파적인 언론인으로 낙인 찍힙니다.


결국 CBS는 사과 방송을 내보냅니다. 래더는 "지금 알고 있는 것을 당시에도 알았더라면 그 때 그 방송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며 시청자에게 사과합니다.


[60분]팀과 부시의 싸움이 결국 취재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60분]팀의 패배로 굳어지면서 CBS는 자체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이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조사위원회에는 부시 측 인사가 포함됐는데 이들은 래더의 보도가 가짜뉴스라고 밝히고 이 과정에서 CBS가 게이트키핑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립니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근거로 CBS는 부사장, 총괄 메인 프로듀서인 메이프스와 해당 프로그램 PD 등을 해고합니다. 줄줄이 사직서를 내는 가운데 래더 역시 견디지 못하고 은퇴를 선언하고 이듬해 불명예스럽게 CBS를 떠납니다.


영화 <트루스>


영화 <트루스>는 메이프스가 언론계를 떠난 뒤 2005년에 쓴 회고록 [진실과 의무: 언론, 대통령, 그리고 권력의 특권]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로버트 레드포드가 래더 역, 케이트 블란쳇이 메이프스 역으로 호흡을 맞춥니다.


래더게이트는 선거를 앞두고 터진 오보라는 점에서 이번 SBS 오보 사태와 닮았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습니다. SBS의 오보가 근거가 희박한 것이었던 데 반해, CBS의 부시의 군복무 비리 의혹 보도는 충분히 의심할 만한 근거가 있는 의혹임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엉뚱한 방향의 진위 논란으로 번지면서 결국 본말이 전도되었다는 것입니다. 취재원이 사소한 거짓말만 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래더게이트는 부시의 재선을 막은 전혀 다른 사건으로 언론의 역사에 기록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영화의 제목인 '트루스' 역시 이러한 점을 강조하는 의미입니다.


영화 속 래더는 마지막 방송에서 진실을 향한 저널리즘에 대중이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하는데요. 이 장면의 울림은 꽤 큽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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