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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한국사회에는 평화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포털의 댓글들에는 당장이라도 쳐부숴야 한다는 글들이 넘쳐난다. 북한이 민간인 희생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이 미국의 조지워싱턴호에 쫄았기 때문이라나... 정말 단순해서 좋다. 이래서 역사는 반복되나보다.


가슴은 뜨거워도 머리는 냉철해야 한다. 전쟁이 나면 남한과 북한의 싸움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 성격을 띨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 두 대국은 전쟁만은 피하려고 하겠지만 만약 미국이 북한을 공격한다고해도 이라크전처럼 장기전이 될 확률이 아주 높다. 첨단 무기로 며칠이면 끝난다고? 이라크를 보라. 그와중에 전시작전권도 없는 남한 군대는 총알받이로 쓰일 것이 뻔하다. 게다가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이다. 자칫하다가는 핵전쟁으로 번질 수도 있다.


전쟁의 수혜자는 20년간 경기침체에 허덕이는 일본, 금융위기에 몸살 앓는 미국과 유럽, 그리고 힘을 과시한 중국이 될 것이다. 그래서 전쟁이 끝난 후에는 이 땅에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억울해도 침착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감정적으로 대응하다가는 더 큰 화를 입을 수 있다. 몇 년 전까지만해도 햇빛정책을 옹호하던 여론이 어떻게 이렇게 돌변하게 되었을까? 참으로 의아하고 변덕스러운 여론이다.


모든 사건에는 원인이 있다. 이렇게 여론이 돌변하게된 원인도 분명히 있다. 이명박 정권의 적대적인 대북정책이 그것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김정일을 만나 이루어놓은 서해평화 합의를 이명박은 집권하자마자 무시해버렸고 이제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번 민간인 피해는 김정일 집권 후에 처음으로 민간인이 사망한 사건이다. 이제 김정일의 손에 직접 피를 묻힌 이상, 아마도 남한 국민의 여론은 쉽게 돌아서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에서도 쉽게 적대적인 기조를 바꾸지 못할 것이다. 결국 정권이 바뀔 2012년까지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계속될 것이고 이를 최대한 자제하면서 버텨내는 수밖에 없다.


언제 어떤 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또다른 국지전이 발생할 지 모르는 상황이다.제발 한국 국민과 정부가 상황을 오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쟁과 평화. 평화라는 단어가 이렇게 힘들게 느껴진 적이 없다. 동네 깡패한테 당했다고 같이 맞받아치다가는 둘다 만신창이가 되고 결국 뒤에서 지켜보던 사람들한테 다 털리고 만다. 남한이 60년간의 경제발전이라는 우월감에 도취되어서 100년전 우리 선조가 했던 것과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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