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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는 곳이 세상입니다. 인간이 이성적이라는 말은 믿을 게 못됩니다. 적어도 돈에서만큼은 그렇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대박이 났지 싶은 사업 아이템들이 있습니다. 나도 운 좋으면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싶은 경우도 있고요.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4개의 창업 대박 사례를 골라봤습니다. 거창한 게 아니라 그냥 돌 팔고, 흙 파고, 방귀 뀌어서 큰 돈을 번 사람들입니다. 한 마디로 '봉이 김선달'식 사고를 한 혁신가(?)들이죠. 하나씩 살펴볼까요?



1. 1픽셀에 1달러짜리 홈페이지 광고


밀리언달러홈페이지


2005년 영국 학생 알렉스 튜(Alex Tew)는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홈페이지를 만듭니다.

한 개 페이지로 된 웹사이트를 광고로 가득 채우는 겁니다.

1개 픽셀에 광고 1개를 할당해 총 100만 개의 광고를 보여주는 건데요.

이렇게 하면 한 페이지 광고 수입이 얼마일까요?

네, 100만 달러입니다. 대략 10억원이요.


이 홈페이지가 만들어진 초기에 광고주들이 광고를 사려고 몰려들었다고 해요.

광고주 입장에선 1달러밖에 안하니까요.


알렉스 튜


100만 광고주를 모으는데 걸린 시간은 대략 4개월 정도입니다.

2005년 8월 25일 시작해 2006년 1월 11일에 판매를 마쳤습니다.


알렉스 튜는 지금도 이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한 번 들어가보세요.


http://www.milliondollarhomepage.com




2. 방귀 앱


iFart 앱


방귀 소리도 돈이 됩니다.

세상에 이렇게 돈 벌기가 쉬워요.


조엘 컴(Joel Comm)은 2008년 12월 재미삼아 방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앱을 만들어 아이튠즈 앱스토어에 올렸습니다.

1달러짜리 유료 앱으로 이름도 무척 세련된 'iFart'입니다.



그런데 이 앱이 대박이 납니다.

아이튠즈에 올린 지 2주 만에 11만 4000회 다운로드됐고요.

이후 100만 명 넘는 사람들이 다운받아 아이튠스 앱스토어 역대 Top 20위 안에 들만큼 인기 앱이 된 것입니다.


그는 이후 이 앱의 기능을 계속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내 방귀 소리 녹음하기, 몰래 방귀 뀐 사람 추적하기, 방귀 소리로 공격하기, 지금 방귀 뀌기, 스텔스 모드로 뀌기 등 다양한 부가기능이 있다고 하네요.


조엘 컴


사실 이 앱을 만든 조엘 컴은 그 전에도 성공한 인터넷 비즈니스맨으로 이름을 알리던 사람입니다.

원래는 라디오에서 날씨를 전해주던 DJ였는데 인터넷 시대로 접어들며 'WorldVillage'라는 가상마을 사이트를 만들기 위해 인포미디어라는 회사를 차립니다.


가상마을 사이트는 반응이 꽤 좋았습니다.

방문자가 늘며 회사는 구글 애드센스 광고로 하루에 수백 달러를 꾸준히 벌어들입니다.

그는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애드센스로 부자되는 법을 다룬 책 [애드센스 코드]를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됩니다.


이후 그는 카드게임, 보드게임 등 캐주얼게임을 즐길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어 야후에 100만 달러에 매각하기도 하고, 2007년엔 최초의 인터넷 리얼리티 서바이벌 쇼 '넥스트 인터넷 백만장자'를 기획하기도 했는데 이때 우승자에게 100만 달러를 상금으로 줬다고 합니다.


그가 방귀 앱을 만든 건 바로 그 이듬해입니다.



3. 애완 돌멩이


Pet Rock


돌멩이를 애완으로 키워보시겠습니까?

무슨 바보같은 소리냐고요?


하지만 실제로 돌멩이를 팔아서 큰 돈을 번 창업자가 있습니다.


때는 1975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제가 태어나기도 전이에요.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가토스에 살던 35세 게리 달(Gary Dahl)은 애완동물을 키우면서 불만이 많았습니다.

개, 고양이, 물고기, 새 등 손이 너무 많이 가더라는 거죠. 월급은 잡아 먹는데 집 안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그는 동물 대신 돌멩이를 집에 들여 놓기로 합니다.

그리고 이를 '애완 돌멩이(Pet Rock)'라고 이름 붙입니다.

그는 돌멩이와 대화하고 친구처럼 지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중경삼림>의 양조위처럼 감정 과잉된 어느 외로운 사람처럼 보이죠?



그런데 그는 이를 사업으로 구상합니다.

2주 간 머리를 싸매며 '애완 돌멩이 훈련 안내문'을 만듭니다.

돌멩이를 소유한 자가 돌멩이를 잘 돌보기 위한 자세를 매뉴얼로 만든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굴러가기'를 훈련시키는 법, 돌의 '죽은 척 하기'에 대응하는 법, 돌을 데리고 산책하는 법 등입니다.

이런 걸 굳이 매뉴얼로 만들어야 하나 싶지만 어떤 상품이든 설명서는 있어야 하는 법이니까요.


이제 안내 책자가 만들어졌으니 예쁜 돌이 있어야 할 겁니다.

애완이란 모름지기 외모가 중요하잖아요.

강아지도 예쁘지 않으면 선택받지 못하고 버려지는 세상이잖아요. 돌멩이도 마찬가지입니다.


게리 달


그는 멕시코 로자리타 해안에서 온 돌멩이들이 둥그런 회색 자갈로 크기가 일정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하나에 1센트씩 팔리고 있었는데 그는 이를 구입해 작은 상자에 넣고 빨대를 꽂아 하나에 3.95달러씩에 판매합니다.

한 개가 팔리면 3.94달러가 남는 장사니까 뭐 그냥 땅 집고 헤엄친 거라고 보면 됩니다.


이후 6개월 동안 애완 돌멩이는 무려 50만 개가 넘게 팔렸고,

그해 크리스마스 무렵에는 판매 수량이 200만 개가 넘었습니다.


집집마다 애완 돌멩이 하나씩 들여놓은 셈입니다.


물론 이런 유행이 오래 지속될 리는 없지요.

1976년 해가 바뀌자마자 사람들은 환상에서 깨어났고요. 애완 돌멩이 열풍은 확 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게리 달 수중에는 이미 수백만 달러의 돈이 입금된 이후였죠.

그는 이때 번 돈으로 광고 에이전시를 차려서 라디오와 TV 광고를 만들면서 살았습니다.

상도 꽤 받았다고 해요. 왜 아니겠어요? 돌을 돈으로 바꾼 이런 사람은 어떤 상이든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그는 2015년 3월, 78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4. 고양이 흙



이번엔 흙 팔아 대박난 사람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먹고 사는 길이 참 다양하죠?


한때 미국 해군이었던 에드워드 로우라는 남자가 주인공입니다.

그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마땅히 할 게 없었습니다.

마침 아버지는 톱밥 만드는 공장을 운영하며 밤에는 술집 경영하는 '투잡'을 뛰고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로우는 아버지의 공장을 맡는 날이 늘어갔습니다.


그는 공장에서 파생된 흙 중에 흡착성이 강한 진흙을 발견합니다.

동네 주민들이 공짜로 퍼가던 흙이었는데요.

뭔가 좀 특이한 흙이어서 이걸 어떻게 하면 팔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에드워드 로우


유레카의 순간은 1947년 1월 어느 추운 겨울밤에 찾아왔습니다.

이웃 주민이 고양이 상자 안에 깔아둘 흙을 찾고 있길래 로우는 이 진흙을 몇 삽 퍼다 줍니다.

그런데 다음날 보니 고양이가 이 진흙을 너무 좋아하고 있는 겁니다.

또 이 진흙은 수분을 흡수해 배설물 냄새를 남기지 않을 뿐더러 발에 달라붙지 않아 고양이가 지나간 흔적도 남지 않았습니다.


로우는 여기서 진흙의 가능성을 알아차립니다.

그리고 그날 오후 바로 실행에 옮깁니다.

군인 출신답게 바로 삽질에 들어간 겁니다.



그는 진흙을 2kg 단위로 포장해 검은 잉크로 '키티 리터'라고 적었습니다.

이렇게 10봉지를 만들어 트럭에 싣고 애완동물 용품점으로 향합니다.


대단한 실행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남들보다 빨리 가능성을 알아차린 것이 사업 아이템의 전부인만큼 남들보다 빨리 상품화해야만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하지만 로우는 여기서 난관에 부딪칩니다.

애완동물 용품점 주인들이 판매를 탐탁지 않게 여긴 겁니다.

누구나 공짜로 퍼다 쓸 수 있는 흙을 누가 69센트나 주고 사겠느냐는 것이죠.


로우는 상심했지만 한 가지 묘안을 짜냅니다.

이왕 만들어온 상품이니 가게마다 몇 봉지씩 남겨두고 사람들에게 공짜로 나눠주라고 말한 것입니다.


그리고 며칠 후, 이게 터집니다.

고양이라면 죽고 못 사는 애호가들이 고양이가 진흙을 좋아하는 것을 보고는 키티 리터를 더 달라고 재촉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키티 리터


로우는 전국을 돌며 공짜로 몇 봉지 나눠주고 주문을 받는 판매 전략을 반복해 수입을 올립니다.

그렇게 돈이 어느 정도 모이자 제품에 탈취제와 향을 첨가하고 포장을 개선합니다.

나중엔 아예 공장을 짓고 키티 리터를 전문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합니다.


로우는 1990년 은퇴할 때까지 43년 동안 키티 리터를 연간 2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거대한 산업으로 만들었습니다.

오늘날 키티 리터는 5억 달러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습니다.



참고: [지금은 당연한 것들의 흑역사], 앨버트 잭 지음, 김아림 옮김, 리얼부커스, 2015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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