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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상의 슈퍼스타는 단연 밥 딜런입니다. 변화에 대한 희망를 노래한 음유시인이 대중가수 사상 처음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호명됐을 때 놀란 사람이 저뿐만은 아닐 겁니다.


노벨문학상이 문학을 업으로 삼지 않는 이들에게 상을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철학자 루돌프 오이켄, 앙리 베르그송, 버트런드 러셀, 정치인 윈스턴 처칠도 상을 받았으니까요. 하지만 이들은 모두 어쨌든 문학작품을 출간했다는 점에서 밥 딜런과는 차이가 있죠. 딜런도 책을 쓰긴 했지만 이 상은 책보다는 그의 노랫말에 준 것이니까요.


노벨문학상은 밥 딜런에게 상을 줌으로써 영역을 확장해 스스로 권위를 더 높였습니다.


밥 딜런


상대적으로 화제가 덜 되고 있지만 그 전주에 노벨과학상 세 분야에 대한 시상이 있었습니다. 노벨상이 만물의 척도는 아니겠지만 해마다 다른 분야에 상을 주고 있기 때문에 올해 노벨상이 어떤 분야의 대가를 수상자로 결정했는지 살펴보는 것은 향후 과학이 바꿀 미래를 상상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히 올해는 곧바로 실현가능한 연구보다는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할 연구에 상이 주어졌습니다. 올해 생리의학상, 물리학상, 화학상 수상 이유와 업적은 무엇이었는지 지금부터 하나씩 요점정리 해보겠습니다. 도대체 어떤 분야가 상을 받았는지 궁금하지만 너무 어려워서 알기를 주저했던 분들을 위해 짧고 쉽게 서술했습니다.



노벨생리의학상 - 자가포식(Autophagy)

- 세포 노화 이유 밝혀내 치매 정복 길 열어

- 수상자: 일본 오스미 요시노리



자가포식은 세포의 영양소가 결핍됐을 때 스스로 노폐물을 제거해 에너지를 얻는 활동을 말합니다. 이 기능이 고장나면 세포는 내부의 단백질을 파괴해 항상성을 유지하게 됩니다. 즉, 살아남기 위해서 자기 살을 갉아먹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세포는 노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당뇨병, 암 등의 원인이죠.


오스미 교수는 자가포식의 분자 메커니즘을 규명해내 이 상을 받았습니다.


향후 인류가 자가포식 기능을 조절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면 노화를 늦출 수 있게 됩니다. 알츠하이머 치매를 비롯해 암 등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요.



노벨물리학상 - 별난 물질(Exotic Matter)

- 양자컴퓨터의 기초 물질 규명

- 수상자: 영국 데이비드 사울레스, 마이클 코스털리츠, 덩컨 홀데인


IBM의 슈퍼컴퓨터 '블루진(Blue Gene)'


우리의 생활환경은 3차원입니다. 3차워에서는 기체-고체-액체로 물질의 성질이 변합니다. 하지만 1차원과 2차원에서는 다릅니다. 우리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물질 상태가 존재하는 것이죠. 영화 ‘인터스텔라’의 자문을 맡아 유명한 물리학자 킵 손은 이를 '별난 물질'이라고 칭했습니다. 이번 노벨상 수상자들은 이 물질을 수학적으로 규명해냈고요.


별난 물질은 질량이 0보다 작고 음의 에너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질량이 0보다 작다니 상상도 되지 않습니다만 그런 물체가 우리가 눈으로 보는 3차원이 아닌 1,2차원에서는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참 신기한 세상이죠. 킵 손은 별난 물질이 웜홀에도 사용돼 웜홀이 찌그러지지 않고 형태를 유지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말합니다.


별난 물질은 극저온 그러니까 기온의 최저치인 영하 273도에서 초전도성과 초유성을 띕니다. 아무런 저항과 마찰을 받지 않고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물질의 규명은 왜 중요할까요?


현재 초전도체는 MRI(자기공명영상) 장치나 자기부상열차 등에 활용되고 있고 향후 양자컴퓨터 개발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양자컴퓨터란 0과 1이 중첩된 상태까지 표현하는 컴퓨터입니다.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지금 컴퓨터보다 수만배 더 빠른 계산이 가능해집니다. 빅데이터 분석, 인간 신경망 분석, 기상 예측, 우주분석 등 지금 슈퍼컴퓨터로도 감당하기 힘든 일을 해낼 수 있게 됩니다.


이 모든 시작이 바로 ‘별난 물질’의 규명인 것입니다.



노벨화학상 - 분자기계(Molecular Machine)

- 혈관서 스스로 움직이며 암세포 파괴 가능

- 수상자: 프랑스 장피에르 소바주, 영국 프레이저 스토더트, 네덜란드 베르나르트 페링하



분자기계는 한 마디로 우리 몸 속에서 스스로 움직이는 기계입니다. 분자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분자기계라고 불립니다. 생명체의 몸 속에는 아미노산을 단백질로 만들어주는 기계가 있습니다. 이 기계의 원리를 응용해 또다른 기계를 만들어낸 것이 분자기계입니다.


기존 도로 위를 달리던 자동차를 응용해 새로운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만들어냈다고 보면 됩니다. 응용분야는 무궁무진하겠죠?


연구진은 분자기계를 만들어낸 공로로 이 상을 받았습니다.


분자기계가 상용화되면 약물을 원하는 곳까지 정확히 운반해 투하할 수 있습니다. 지금 캡슐약 먹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치료 길이 열리는 셈입니다. 비단 질병 치료뿐만이 아닙니다. 분자기계를 컴퓨터에 응용하면 초소형 컴퓨터, 초소형 자동차 등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영화 '앤트맨'이 더 이상 실현 불가능한 상상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거죠.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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