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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상반기에 읽은 책들 중 추천할 만한 책 20권을 골라 소개합니다.

따로 포스팅했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사피엔스] [댓글부대] 등은 이 목록에서 제외했습니다.

이 목록은 제가 읽은 책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출간이 한참 지난 책도 꽤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거장의 노트를 훔치다


로랑 티라르라는 할리우드 리포터 기자가 쓴 책입니다. 우디 앨런부터 팀 버튼, 왕가위, 장뤽 고다르까지 거장들 21명을 인터뷰해 그들이 영화 만드는 노하우를 담았습니다.

대담집이 아니라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책입니다. 엑기스만 읽는 느낌이 있는 대신 어떤 감독은 별 내용이 없기도 합니다. 그래도 몇몇 감독들의 이야기는 참 좋습니다.



가령 왕가위 감독은 이런 말을 합니다.

"감독이 되려면 정직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정직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정직해야 한다. 왜 영화를 만들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실수를 저지르고 있을 때 스스로 알아야 하며 다른 사람을 비난해서는 안된다."

또 에밀 쿠스트리차는 이런 말을 하고요.

"영화를 세상에 내놓는 행동으로 나는 황홀해져야 한다. 내가 그런 감동을 가질 때 나는 이 감동이 스크린을 뚫고 나가서 관객에게도 전달된다고 믿는다. 이 동감을 얻기 위해 매 영화마다 그 영화가 맨 처음 영화인 것처럼 다가가야 한다. 매너리즘에 굴복하지 않고 시험과 발전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저자인 티라르는 이 책을 쓴 뒤 기자를 그만두고 감독으로 데뷔했는데 영화를 만들 때 이 책 속 거장들의 말을 계속해서 참고했다고 하니 감독들에게도 도움이 될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타인의 영향력


우리는 어떤 감정을 느낄 때 남을 의식합니다.

좋아하고 싫어하고 슬퍼하고 무서워할 때 타인의 영향력이 스며듭니다.

저널리스트 출신 저자 마이클 본드의 글은 에피소드 위주로 되어 있어 재미있게 읽힙니다.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지만 누구도 혼자서만 살아갈 수는 없다. 고독은 타인과 소통하고 생존에 필요한 사회적 관계를 구축하도록 진화한 감정이다." (322쪽)

스스로 감정을 결정하지 못하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약한 것 같지만 저자는 타인의 영향력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타인에게서 분리되면 크게 약해진다. 우리는 혼자 있을 때도 나를 타인과 연결하고, 나를 넘어서 위안을 찾을 수 있다. 감옥의 벽을 허물거나 차가운 얼음 동굴까지 뚫고 들어오는 타인의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러려면 상상력이 필요할 수 있지만, 중요한 사실은 할 수 있을 때 사회적 연결을 맺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323쪽)



오리지널스


독창적인 사람들은 타고난 천재가 아니라 노력과 훈련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말하는 책입니다. 와튼 스쿨 교수인 저자 애덤 그랜트는 이를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설득합니다.

그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지닌 사람이 그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데 성공할지 여부를 예측하려면 아이디어를 낸 당사자가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해 얼마나 열정이 있는지보다는 그들의 행동을 통해 얼마나 실행 의지가 강한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저자가 창업자들이 게으른 것 같아 투자하지 않았던 한 스타트업이 이후 대박을 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얻은 깨달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책에는 단순히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만드는 사람들 뿐 아니라 그 아이디어를 회사라는 조직 내 정치관계 속에서 어떻게 지키고 실행해 나아갈 수 있는지까지 제시합니다.

그는 먼저 작은 제안을 해서 승낙을 얻어낸 다음 더 큰 제안을 하고, 지금 맡은 업무가 새로운 아이디어와 관련이 없더라도 먼저 신뢰를 쌓으라고 말합니다.

후반부에는 독창적인 사람이 되는 행동 지침을 제시하는데요. 책을 다 읽기 힘든 사람들은 이 부분만 읽어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mc2


쉽고 재미있는 과학 대중서를 찾고 있다면 이 책을 강추합니다.

과학 전문 저술가인 데이비드 보더니스는 서문에서 어느 날 여배우 카메론 디아즈가 한 토크쇼에서 지나가는 말로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방정식 'E=mc2'이 무슨 뜻인지 너무 궁금한데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고 한 말에서 이 책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쓰고 있습니다. 여배우도 이해하기 쉽도록 이 방정식을 설명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는 E, =, m, c2 으로 나누어서 각각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쉽고 재미있게 풀어 쓰고 있습니다.

물리학의 개념과 이 유명한 방정식의 역사, 또 E=mc2이 우리 일상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또 태양계에서 E=mc2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60억년 후 태양이 수명을 다하면 지구는 어디로 가는지 등등 한 번 잡으면 책을 놓기 힘들만큼 빨려들어가는 책입니다.



보통날의 파스타


출간된 지 6년 된 박찬일 셰프의 스테디셀러입니다. 박찬일 셰프는 요리보다 글로 더 친숙한 작가죠.

저는 파스타를 좋아하면서도 그동안 잘 알지는 못했었는데요. 이 책을 통해 이탈리아 파스타에 대해 대략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파스타의 수도가 베로나에서 버스로 1시간 걸리는 발레지오 술 민치오라는 것, 토스카나에선 피치, 볼로냐는 볼로네제 파스타, 제노바는 바질 페스토, 피에몬테에선 아뇰로티와 타야린이 유명하다는 것도 이 책에 소개돼 있습니다.



성격의 탄생

성격이란 무엇인가


성격에 관한 두 권의 대중교양서입니다. 두 권이 상호보완적인 성격이 있습니다. 먼저 영국 심리학자 대니얼 네틀의 [성격의 탄생]은 성격에 대한 개관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성격의 '빅파이브', 즉 외향성, 신경성, 성실성, 친화성, 개방성 등 다섯 가지 특성을 알면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아갈 지 알 수 있다고 말합니다. 반면 하버드대 교수 브라이언 리틀이 쓴 [성격이란 무엇인가]는 성격을 통해 나를 알아가는 방법을 담은 책입니다.

두 책들에서 제가 발췌한 부분들을 하나씩 살펴볼까요?

[성격의 탄생]에는 여성이 남성을 고를 때 왜 자주 실패하는지 그 이유가 나와 있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소위 '성공'하는 사람은 대체로 친화성이 낮습니다. 여성이 남성을 고를 때 대체로 친절하고 공감능력이 뛰어난 남자를 선호하는데 동시에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능력도 갖추기를 원합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것이 모순이라고 말합니다. 친절하고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 즉 친화성을 갖춘 사람은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능력을 갖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성격이란 무엇인가]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인간은 가깝게 만나는 서너 명이 있어야만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다. 각 구성원이 자신의 실존 단계마다 가깝게 만나는 서너 명이 있는 사회가 건강하다."

이에 따라 한 건축가는 사회적 접촉을 장려하는 도시 설계를 제안했는데 이를테면 어린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을 만날 기회가 많아지고, 어른들은 지나는 길에 서로의 집에 잠깐 들르기 좋도록 설계하는 것입니다. 이 책은 더 나은 삶을 위해 도시 설계와 건축에도 인간의 성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만약 둘 중 한 권만 읽어야 한다면, 저는 [성격이란 무엇인가]를 더 추천합니다.



나의 한국현대사


작가로 돌아온 유시민이 2014년에 쓴 책입니다. 당시 구입했다가 절반 정도 읽은 뒤 잊고 있었는데 올해 3월에 마저 다 읽었습니다.

'1959-2014, 55년의 기록'이라는 부제처럼 유시민이 태어난 1959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의 역사를 연대기순으로 서술한 책입니다.

이승만 부정선거, 4.19 혁명, 5.16 쿠데타, 산업화와 민주화 등 제 생각에는 보수, 진보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 민주화 과정에 대해서는 외국 사례와 비교를 통해 새로운 시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령 이런 문장입니다.

"대한민국의 민주화운동가들은 남이 아니라 자신을 죽였다. 독일과 일본 적군파가 벌인 시설파괴, 요인 암살, 항공기 납치와 같은 일은 우리 민주화운동사에서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스스로 목숨을 버림으로써 대의를 알리고 대중의 관심과 각성을 일으키려 한 것이다. 테러와 암살이 아닌 분신과 투신을 선택한 투쟁방식은 세계사에서 매우 드문 일이었다." (180쪽)

한국 근현대사에 대해 궁금증을 가진 청소년들이 많이 읽었으면 하는 책입니다.



센스 앤 넌센스


진화론이라는 학문의 교과서 같은 책입니다. 진화론이 어떻게 태어나 어떤 갈래로 나뉘어 퍼져나갔는지를 서술합니다.

가령 문화권마다 다른 '영아살해' 풍습에 대해 사회생물학, 인간행동생태학, 진화심리학, 문화진화론, 유전자-문화공진화론 등 5가지 관점에서 각각 어떻게 바라보는지 한 번에 알 수 있습니다.

저자는 두 명으로 케빈 랠런드는 진화생물학자, 길리언 브라운은 동물행동학자입니다.



59초


리처드 와이즈먼은 [괴짜심리학]으로 명성을 얻은 영국의 심리학자입니다.

이 책의 제목 '59초'는 원하는 목표를 얻는데 1분이면 충분하다는 발상에서 가져온 제목입니다.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인간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따라서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재미있게 서술해서 술술 읽힙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설득의 기술'은 네 가지인데요. 일단 발 들여놓기, 무리한 요청 먼저 하기, 특이한 부탁으로 상대방 얼떨떨하게 만들기, 덤으로 하나 더 요청하기 등입니다.

인간 심리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도달하고 싶은 심리는 행복일텐데요. 좀 더 행복해지는 방법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책입니다. 저자는 행복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행복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지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것을 원하는 데 있다." (232쪽)



진화심리학


어쩌다보니 제가 읽은 책들에 진화심리학 분야가 많네요. 전공자도 아닌데 저도 딱히 이유를 모르겠지만 재미있으니 찾게 됩니다.

이 책은 진화심리학의 바이블로 일컬어지는 데이비드 버스 교수의 명저입니다. 대학 교재로 쓰이는 740페이지 두꺼운 하드커버 책인데요. 과연 읽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밤을 새워가며 읽은 책입니다.

사기꾼을 간파하는 적응, 언어의 진화, 성과 짝짓기, 도덕적 감정의 진화, 예술의 진화 등등 인간의 본성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분들은 이 책의 두께에 겁낼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의 고전입니다. 다시 읽은 게 아니라 영화로만 보다가 처음 읽었어요. 넘어가는 페이지가 아까울만큼 좋았습니다.

올해 [핑거스미스]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 [딱 90일만 더 살아볼까] [빛의 제국] 등의 소설을 읽었는데 이 책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허영과 오만은 흔히 같은 의미로 쓰이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거야. 허영이 없는 사람도 오만할 수 있어. 오만은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고, 허영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봐주기를 원하는가 하는 문제에서 비롯된 거야." (30쪽)

다섯 자매들의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이처럼 통찰력 가득한 문장을 만날 때 즐겁습니다.



오래된 연장통


진화심리학에 대해서는 그동안 외국 저자의 책이 많이 읽혔는데요. 전중환 박사의 이 책은 한국 과학자도 대중적인 과학책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이 책은 우리 일상에서 진화심리학이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주목합니다. 가령 TV 광고의 효과도 드라마의 장르에 따라 다릅니다. 공포드라마 뒤에는 '이미 1000만 명이 이 제품을 쓰고 있습니다'처럼 사회적 인증에 호소하는 광고가 효과 있고, 로맨틱코미디 뒤에는 '오직 당신만을 위한 한정판을 구입해서 남들과 다른 사람이 되세요'처럼 다른 동성 경쟁자들과 비교할 수 없는 특출난 자질을 광고하는 CF가 효과적이라는 식입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데 진화심리학이 어떤 도움이 되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찾아보세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이 책은 마크 저커버그의 추천작이라고 해서 샀습니다. 공동 저자인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은 어떤 국가는 성공하고 어떤 국가는 실패하는 이유를 연구했는데요. 한 마디로 답을 말하자면 '인센티브'의 유무입니다. 포용적 제도를 갖춘 국가는 성공하고, 착취적 제도를 가진 국가는 실패한다는 것입니다.

이 뻔한 답을 얻기 위해 저자들은 무려 700페이지에 달하는 장광설을 늘어놓습니다. 다 읽긴 했습니다만 굳이 다 읽을 필요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책의 예시를 통해 베네치아라는 국가의 역사, 소련의 고스플란 등에 대해 알 수 있게 된 것은 수확입니다.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연애사건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 이수광이 조선시대 사료를 분석해 16개의 살인사건과 16개의 연애사건을 이야기로 재구성한 책입니다.

살인사건의 경우 [흠흠신서], [좌포도청등록], [우포도청등록], [추관지], [조선왕조실록] 등이 사료가 되었는데 특히 세종, 영조, 정조 대 살인사건에 대한 기록이 많았다고 합니다.

연애사건의 경우엔 사실 연애가 금지된 조선시대에 연애라기보다는 불륜이나 기생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 등 2차 저작물을 위한 소재 발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입니다.



봉크


[스티프]에서 시체, [스푸크]에서 영혼을 파고들었던 저술가 메리 로취가 이번엔 성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그녀는 "매년 미국에서 성교와 관련한 급사가 1만 1,250건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는 C형 간염, 뇌종양, 식중독으로 인한 사망자 수와 같은 수준이다"(29쪽)라는 말로 익살스럽게 책을 시작합니다.

이 책엔 유머와 정보가 넘쳐납니다. 남녀의 성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은 도전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여성의 클리토리스와 오르가즘, 남성의 페니스와 고환 등에 관한 다양하고 이상한 과학적(!) 연구 논문을 분석해 다루고 있습니다.

메리 로취는 남편과 함께 직접 CT 기기에 들어가서 성교하는 모습을 촬영까지 했고 이를 책에 묘사하고 있을 정도로 대담한 여성입니다.



스페인 기행


그리스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내전 당시의 스페인을 직접 체험하며 쓴 여행기입니다. 그는 돈키호테처럼 스페인을 여행하며 스페인의 역사와 그가 눈으로 본 것을 엮습니다.

"스페인은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 하나는 '슬픈 얼굴의 기사'라는 돈키호테의 열정적이면서 긴 얼굴, 다른 하나는 실용주의자인 산초의 멍청한 얼굴이다."(11쪽)

박학다식하고 글 잘쓰는 작가의 책이니만큼 좋은 문장이 많습니다. 가령 이런 글입니다.

"난 행복하다. 왜냐하면 진보적인 삶이 내 젊은 시절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또 다른 젊은이에게 옮겨 갔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난 이런 빠른 리듬을 좋아한다. 난 감지할 수 없을 만큼 안정적인 움직임은 참을 수 없다. 죽기 전에, 나의 인생이 가능한 한 많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싶다. 그래서 나보다 젊은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사람들이 젊은 시절에 사랑했던 것들을 비웃고 야유하는 것을 보는 것은 정말로 큰 기쁨이다. 인생이 나를 버리고 떠나려 하고, 더 이상 나를 돌봐 주지 않으며, 젊은 사람을 향해 도약하고, 어리석은 사람들에게 매혹되는 것을 느낀다는 것은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이다. 난 화나지 않았기 때문에 패배하지도 않았고 뒤처지지도 않았다. 심지어 그 젊은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지도 않는다. 대신 난 그들과 함께 비웃고 비아냥거린다."(17쪽)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어떤 장면은 당혹스럽습니다. 공화주의자들이 아닌 독재자 프랑코를 옹호하는 부분도 있거든요. 그야말로 조르바처럼 자유로운 영혼으로 불편부당한 마음없이 쓴 책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예술의 목적은 '미'가 아니다. 미는 오로지 수단일 뿐이다. 예술의 목적은 단일성과 통일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술의 목적은 구원을 가져오는 것이다."(119쪽)



마케팅 불변의 법칙


마케팅 전략 전문 기업 '리스 앤 리스' 회장 알 리스와 '트라우트 앤 파트너스' 대표 잭 트라우트가 1990년대에 쓴 책입니다. 마케팅 분야의 고전으로 추앙받는 책이죠. 한국어로는 2009년 첫 번역됐습니다.

이 책도 사놓고 있다가 차근히 제대로 읽어본 것은 처음입니다. 리더십의 법칙, 영역의 법칙, 기억의 법칙 등 22개의 법칙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쓴 글이지만 요즘에도 여전히 유효한 법칙들입니다. 240쪽의 두껍지 않은 책이어서 가볍게 읽어볼 만합니다.



세상을 바꾼 다섯가지 상품 이야기


세상을 바꾼 다섯 가지 상품이란 소금, 모피, 보석, 향신료, 석유를 말합니다. 사실 이들을 선정한 기준이 애매하긴 합니다. 여기에 감자, 책, 철, 시계 등 다른 상품을 넣어도 무방할 것 같긴 하거든요. 그러나 어쨌든 저자는 다섯 가지 상품에 대해 충실한 조사를 통해 정보를 전달합니다. 저자가 한국인이어서 각 상품마다 후반부엔 한국의 역사 속 해당 상품에 대한 정보도 있습니다.

저자 홍익희는 코트라에서 근무한 뒤 정년퇴직한 분인데요. 주로 유대인에 관한 책을 많이 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유대인들의 가족사업인 보석에 관한 부분이 특히 자세하게 다루어져 있고 가장 알찹니다. 드비어스 제국의 탄생과 그 아성에 도전한 레프 레비에프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소셜 애니멀


이 책은 어떤 분야의 책이라고 딱 꼬집어 말하기 힘듭니다. 심리학부터 인간 관계,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데 전체적인 구성은 주인공이 있는 소설 형식입니다.

해럴드와 에리카라는 두 남녀 주인공이 만나서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늙어가는 이야기가 파란만장하게 펼쳐지고, 그 사이사이에는 이들이 느낀 감정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통찰력 있게 제시됩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저자 데이비드 브룩스는 '보보스'라는 신조어를 만든 사람인데요. 이 두꺼운 책을 페이지터너로 만드는 내공이 대단합니다.



생각에 관한 생각


[소셜 애니멀]을 비롯해 여러 심리학 관련 책에서 대니얼 카너먼이라는 이름을 자주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심리학자로는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행동경제학의 창시자라고 합니다.

카너먼이 쓴 이 책의 원제는 'Thinking Fast and Slow'입니다. 제목 그대로 빠르게 생각하는 것과 느리게 생각하는 것, 두 개의 시스템을 나누고 비교하는 책입니다. 빠른 생각은 얇게 한 번에 훑고 지나가는 생각이고, 느린 생각은 오랫동안 남아 있는 비효율적인 생각입니다. 인간은 타협과 융합으로 두 개의 시스템을 조화시킵니다.

저자는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인간을 합리적인 주체로 놓고 이론을 개진하는 기존 경제학에 의문을 제시합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What You See Is All There IS (WYSIATI) 라는 단어를 자주 보게 되는데요. '보이는 것이 세상의 전부'라는 말은 많은 편견들이 인간을 착각으로 이끈다는 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프레이밍 효과, 소유 효과, 4중 패턴, 상실기피, 가용성 편향, 닻내림 효과, 평균으로의 회귀, 사후확신 같은 것들이 그런 편견들이죠.

저자는 후반부에 행복해지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학생들에게 돈 생각을 하라고 하면 초콜릿을 먹다가도 즐거움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데 행복감을 높이는 손쉬운 방법은 불쾌한 상태로 보내는 시간 비율인 'U지수'를 줄여 즐기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라는 것입니다.

556쪽에 달하는 두꺼운 하드커버 책이고, 중후반부에는 비슷한 개념에 대한 비슷한 서술이 많아 루즈합니다만 초반부는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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