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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은 현실적인 소설을 쓰는 작가다. [한국이 싫어서]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과 [댓글부대] 세 편을 읽었는데 작가의 장점과 단점이 너무 뚜렷하다.



우선, 장점은 소재와 대사가 매우 현실적이라 흡입력이 대단다는 것, 단문 중심 문장 전개가 빠르다는 것, 소설과 논픽션의 경계를 넘나든다는 것, 캐릭터의 성격이 명확하다는 것, 힘 있는 엔딩을 준비해놓고 있다는 것.


단점은 현실(논픽션)과 상상(픽션)의 경계가 뚜렷해서 취재하지 않고 쓴 부분은 금방 티가 난다는 것, 캐릭터의 성격이 너무 명확해 때론 단조롭다는 것, 작가가 알고 있는 지식이 캐릭터를 통해 지나치게 드러난다는 것.



장점인지 단점인지 구분짓기 힘든 점 하나는, 장강명 소설은 다 읽고 나면 설득당한 것 같아 소름이 돋는다는 것이다. 깊은 여운이 남는 게 아니라 고발 기사를 보고나서 “세상에 이런 일이...”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머리가 쭈뼛 선다.


‘책은 도끼’라는 말을 실감하기 위해선 장강명을 읽어야 한다. 이 작가의 책은 호불호가 명확히 갈릴 것이다. 한국문학의 고백적 서사에 익숙한 사람들은 실망할 테지만 인터넷 게시판의 글들로 이야기를 접해온 사람들은 잘쓴 글 한 편을 보게 될 것이다.



내가 읽어본 장강명의 책 세 권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책은 [댓글부대]다. 국정원 댓글사건을 모티프로 쓴 이 책은 기자 출신인 작가의 내공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소설이다.


이 책만의 특징은 첫째, 구성이 탄탄하다는 것. 진보 성향 일간지 K신문 기자가 댓글부대원의 고백을 녹취한 기록과 실제 댓글부대가 박정희 정권 실제였던 회장의 수하 이철수를 만나 진보 커뮤니티 파괴를 위해 벌인 일을 교차해 보여주는데 두 톱니바퀴가 그럴 듯하게 맞물리면서 짜임새가 있다.


둘째, 세 명의 주인공 캐릭터가 현실을 대변한다는 것. 댓글부대 ‘팀-알렙’의 삼궁, 찻탓캇, 01査10 등 20대 3명은 각각 성격이 뚜렷해 어딘가에 실제 존재할 것만 같은 인물들이다. 이들은 모두 일베 ‘죽돌이’들로 한국여자들을 모두 ‘김치녀’로 싸잡고, 여론조작으로 번 돈으로 안마방이나 룸살롱에서만 여자를 만난다. 그러나 이들이 어떤 생각이 있어서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행위는 모두 놀이다. 남미의 청부 여론조작 해커 안드레스 세풀베다는 철저히 돈에 의해 움직이지만 팀-알렙은 아마추어 티가 팍팍 난다. 여자에 빠져 허우적대는 순애보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처리를 제대로 해내는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사실 팀-알렙은 허구 티가 나는 인물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욕망을 감추지 못할만큼 순박하면서 결점이 많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독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캐릭터다.



셋째, 인터넷 커뮤니티와 룸살롱 업소 묘사가 실감난다는 것. 실존하는 단체 용어와 가상의 용어를 섞어서 핍진성(실물감, 실제 현실과 흡사한 느낌)을 얻었다. 가령 진보적인 여성들의 커뮤니티에 대해 묘사할 때 비록 가명이지만 유모차 부대를 끌고 시위에 나섰다든지 뉴욕타임즈에 정부 비판 광고를 실었다든지 하는 묘사는 충분히 실제 어떤 사이트를 연상시킨다. 또 안마방에서 텐프로를 지나 회장의 그리스 여신으로 이어지는 유흥업소 묘사는 <내부자들>의 성접대 묘사만큼이나 사실적이면서 주인공의 욕망을 단계별로 단순화해 보여주는데 효과적이다.


넷째, 반전이 기막히다는 것. 사실 전혀 예상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댓글부대의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등장한 것 같은 관찰자인 기자가 결국 피해자가 되어버리는 이런 구성은 독자의 뒤통수를 치며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댓글부대]는 마치 한 편의 짜임새 있고 스피디한 영화를 본 듯한 작품이다. 고스란히 영화로 만들어도 재미있는 작품이 될 듯하다. 책을 읽으면서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으니 아마도 조만간 누군가가 판권을 구입하지 않을까?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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