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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산의 계절을 맞아 올 한해 사랑받은 신스틸러 10명을 뽑아봤다. '신스틸러(Scene Stealer)'란 맛깔나는 연기로 주연 이상의 주목을 받은 조역을 뜻한다. 출연 분량은 짧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주연만큼 기억에 남는다. 관객의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개성 있는 인물에 대한 선호가 늘고 있어 신스틸러는 갈수록 영화 흥행의 주요 요소가 되고 있다. 올 한 해 이들이 한국영화에 남긴 존재감을 하나씩 살펴 보자.




1. 베테랑 - 마동석


출연 시간이 2분이나 될까? 하지만 이보다 강렬할 수 없다. 명동 한복판에서 맞붙은 서도철(황정민)과 조태오(유아인). 서도철을 쓰러뜨린 재벌3세 조태오가 자리를 빠져나가려던 순간 뒤에서 지켜보던 덩치 큰 남자가 슬쩍 앞으로 나온다.


"나 요 앞 아트박스 사장인데…"


긴장하며 보던 관객들 빵 터지게 한 이 한 마디로 그는 올해 최고의 신스틸러로 등극했다. 데뷔 이래 주로 악역을 맡아오던 그는 작년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에서 잔머리 굴릴 줄 모르는 우직한 조폭을 연기하면서 커리어가 반전됐다. 이같은 이미지 덕분에 그는 <베테랑>에서 짧은 등장이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2. 암살 - 조승우


"나 밀양 사람 김원봉이요."



강단 있는 독립투사 약산 김원봉을 연기한 배우는 다름 아닌 조승우였다. 그는 우정출연이었음에도 중국까지 가서 촬영할 정도로 역할에 공을 들였다. 김원봉은 잘 생긴 외모에 끝까지 항일투쟁을 멈추지 않았던 인물로 조승우 덕분에 잊혀졌던 그의 일대기가 재조명받을 수 있었다.


올해 3년만에 영화계에 복귀한 조승우는 <암살>에 이어 <내부자들>로 흥행 배우 대열에 합류했다.



3. 내부자들 - 조우진


"여 썰고, 거기 말고 여 썰으라고."


말끔한 정장 차림에 안경 쓴 조 상무가 사무적으로 지시한다. 외모만 보면 변호사 같은데 하는 짓은 영락없는 조폭 행동대장이다. 조 상무를 연기한 배우는 조우진. 그는 16년차 배우다. 연극과 뮤지컬을 오가며 연기자 생활을 해왔고 2012년부터 영화와 드라마로 영역을 넓혔다. <원더풀 라디오>, <관능의 법칙>, SBS 드라마 <비밀의 문>, MBC 드라마 <기황후> 등에 출연했지만 큰 존재감은 없었다. 이번에 <내부자들>을 통해 확실한 캐릭터를 얻었다.


조우진은 조 상무 역할을 위해 10kg을 불렸다. 그는 공장 아르바이트를 할 때 상사였던 부장에서 착안해 조 상무 캐릭터의 톤 앤 매너를 잡았다. 최대한 드러나지 않으면서 프로페셔널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진짜 나쁜 놈의 모습이다. 그래서 화면에 그가 등장하면 설사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더라도 절대 봐주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4. 검은 사제들 - 박소담


한국에서 오랜만에 시도된 오컬트 영화. 두 신부들이 엑소시즘을 하겠다고 악령에 쓰인 여고생을 찾아온다. 자칫하면 비현실적이어서 실소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여고생 역할의 박소담은 삭발까지 감행하고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표정과 눈빛만으로 분노와 저주의 감정을 전달한다.


2015년은 박소담의 해였다.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베테랑>, <사도>, <검은 사제들> 등 그가 출연한 영화들의 관객수를 합치면 2천만명을 훌쩍 넘는다. 그는 차기작으로 영화가 아닌 연극을 택했다. 연기로 끝장을 볼 셈인가보다.



5. 간신 - 이유영


적나라한 영화 <간신>에서 단연 눈에 들어오는 배우는 설중매 역할의 이유영이다. 가녀린 몸매의 그는 요염한 카리스마로 연산군을 연기한 김강우를 압도한다. 임지연과 펼친 베드신은 특히 강렬하다.


이유영은 <그놈이다>에선 죽은 사람을 보는 여자로 <간신>과 전혀 다른 서늘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같은 배우가 연기했다는 것을 믿기 힘들 정도로 달랐다. 예사롭지 않은 캐릭터에 계속 도전하는 그는 오랜만에 등장한 당찬 신인 여배우다.



6. 스물 - 박혁권


"영화감독? 힘들어. 하지마. 할 수 있으면 재벌 같은 거 해. 그럼 여배우들하고 막 결혼하고, 얼마 살다가 헤어지고... 또 해. 막 해. 막 또해. 좋잖아."


웃픈 공감을 안겨준 이 대사는 박혁권의 입에서 나왔다. 그는 스무살 영화감독의 꿈을 꾸는 치호(김우빈)에게 현실을 직시(?)하라며 이렇게 조언한다. 그는 매사 귀찮음이 몸에 밴 성격으로 현장에서도 그냥 해야 되니까 하는 영화감독을 연기했다. 지금까지 영화감독은 카리스마 있고 뭔가 폼 나는 직업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이를 깼다는 점에서 창의적인 캐릭터다.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박혁권은 배우들이 좋아하는 배우기도 하다. 오랫동안 연극 단원 생활을 하다가 영화와 TV에서 뒤늦게 빛을 발하고 있는 그는 올해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를 통해 얼굴뿐만 아니라 이름까지 소문내고 있다.



7. 악의 연대기 - 박서준


올해의 반전 악역 차동재 형사를 연기한 배우는 박서준이다. 최반장(손현주)을 추종하는 막내 형사에서 모든 사건의 키를 쥔 연쇄살인범으로 변신한다. 귀공자 같은 외모에서 사연 많은 악마의 본색을 내뿜을 때 소름 돋는다. 경찰에 침투해 복수의 기회만을 엿보고 있었다는 점에서 <무간도 2>의 진관희를 떠오르게 하는 캐릭터다.


<뷰티 인사이드>, MBC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등 올해는 박서준이 여심을 사로잡은 해였다. 그는 <악의 연대기>를 통해 로맨스 뿐만 아닌 다양한 장르의 배역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8. 강남 1970 - 김설현


단숨에 수지의 뒤를 잇는 '청순 섹시 아이돌' 타이틀을 꿰찬 설현. 그는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 중 마지막편인 <강남 1970>에서 <말죽거리 잔혹사>의 한가인, <비열한 거리>의 이보영에 이어 순수함을 상징하는 여성의 계보를 잇는 인물 선혜를 연기했다. 욕망이 얽히고설켜 진흙탕이 되는 강남 땅에서 그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정화가 되는 순박한 소녀다. 종대(이민호)가 복수를 결심하는 계기도 선혜(설현)다. 이연두, 김유연 등 다른 여배우들의 불필요한 노출 장면이 많아 묻힌 감이 있지만 아이돌 출신의 연기 데뷔작으로는 괜찮은 신고식이었다.



9. 대호 - 성유빈


"제가 좀 실허유."


차분하게 진행되는 영화 <대호>에서 잔잔한 재미를 담당한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의 주인공은 성유빈이다. 올해 16살인 그는 2011년 <완득이>로 아역 배우 활동을 시작해 <파파로티>, <역린>, <숨바꼭질> 등에서 주연 배우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다.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의 조인성, JTBC <무정도시>에서 정경호의 아역을 맡기도 했다.


성유빈은 <대호> 오디션에서 1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천만덕(최민식)의 아들 역할로 낙점됐다. 최민식과 티격태격하다가도 능글맞은 표정으로 생글거리는 모습을 보면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진다.



10. 뷰티 인사이드 - 이동휘


영상이 아름다운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남자 배우는 이진욱도, 박서준도, 이동욱도, 유연석도 아닌 이동휘다. 그가 이 영화의 실질적인 남자 주인공인 셈이다.


도대체 어디 있다가 나타난 건지 싶을 정도로 이동휘는 <뷰티 인사이드>에서 단연 발군이다. 얼굴이 계속 바뀌는 주인공의 친구 역할로 고민을 상담해주고 웃겨주며 극의 흐름을 유쾌하게 끌고 간다.


만화를 좋아한다는 그는 연기를 짤 때도 만화를 참고한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과장된 것처럼 보이는 이유다.


최근 그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류동룡 역할로 친근한 웃음을 안겨주고 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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