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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에서 한국 정치를 비판하는 말 중에 가장 빈번하게 하는 말이
"한국에서 정치가 가장 낙후되어 선진국으로 가는 발목을 잡는다" 는 말일 것이다.

필자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참 어처구니가 없다.
정치가 가장 낙후되어 있다는 말은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이미 발전되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말일텐데
도대체 어느 면에서 정치가 다른 분야보다 더 낙후되어 있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강압적인 군대의 위계질서를 떠올리게 하는 사회,
지배구조가 전혀 투명하지 않은 재벌 위주의 기업,
저변이 좁고 인식이 부족해 대형 공연 위주로만 성장한 문화,
성적 지상주의로 생활체육은 현저하게 낙후되어 있는 스포츠

여기에 정치를 비유해보면
우리나라 법이나 제도는 아주 훌륭하지만
그걸 다루는 사람들의 인식은 한참 부족한 정치

즉, 정치도 다른 분야와 비슷한 수준으로 발전해 있고
또 그만큼 마찬가지로 낙후되어 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한국 정치인의 수준은 한국인의 수준을 대표할 만한 딱 그런 수준인 것이다.


그런데 근 50년간 계속해서 조금이나마 발전해온 정치가
작년부터 후퇴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기본인 인권이 무시당하고
국회에서도 소수의 의견은 묵살당한다.
돈 많은 사람이 정치권에 들어오면서
돈 많은 순서대로 발언권이 부여되는 듯하다.

이렇게 정치가 눈에 보이게 후퇴함으로 인해
곧 다른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정치가 후퇴하면서 등장한 황금만능주의나 인권 무시 등은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른 분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회라는 것은 모든 분야가 알게 모르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분야만 눈에띄게 달라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맥락에서 필자는 한국이라는 나라의 국력이
2007년을 기점으로 점점 쇠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지난 10년간 세계 10대 강국으로 자리잡은 한국이라는 나라.
아마도 우리 5천년 역사에서 세계에서 이렇게 주목받아본 적은
처음일 것이다.

수천년 동안 맺어온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지금까지 언제 이렇게 한국인이 중국인에게 당당했던 적이 있던가.
계속해서 상승하는 중국의 국력을 감안할 때
지금은 중국인이 한국인의 발마사지를 해주는 시대이지만
머지않아 그 관계는 역전될 것이다.


한국의 국력이 쇠퇴하는 조짐은 정치 뿐만 아니라 경제에서도 보인다.
한국을 여기까지 먹여살려온 IT, 조선, 자동차 등의 대표 산업을 살펴보자.

우선 조선은 한국이 단연 1위인 산업이었지만
중국이 한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형국이다.
업계에서는 조만간 중국이 한국 조선을 따라잡는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과거 유럽에서 한국을 거쳐 이제 중국으로 넘어가는 조선업의 패권 구도는
세계 경제구조의 물동량의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아서
이제 교역의 중심지는 신흥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중이다.

IT 분야에서 한국은 강력한 위상을 발휘해왔다.
현재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영향력은 엄청나고 계속해서 사세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자.
한국 기업의 강점은 크게 네 분야다.
디스플레이, 휴대폰, 반도체, 그리고 인터넷이 그것이다.
그중 휴대폰과 인터넷이 지금 위태위태하다.

휴대폰은 당장은 점유율이 무척 높지만
스마트폰을 등한시해서 이익률에서는 애플이 월등한 격차로 1위다.
앞으로 대세가 스마트폰으로 간다고 볼때 삼성과 LG가
과연 선두그룹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한국에서는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구축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들 재벌기업은 철저하게
외국에서만 승부를 해야한다는 점이 경쟁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인터넷은 2000년대 초반에 초고속 인터넷망을 깔아놓은 이후
최근 몇 년 동안에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그동안 구글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 글로벌하게 성장하고 있는
인터넷 기업을 보노라면 한국 인터넷 기업들은 우물안 개구리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한국 IT는 디스플레이나 반도체 등 하드웨어를 만드는
껍데기 정도로 전락하고 그마저도 언제 중국에 추월당하게 될 지 모르는 처지에 있다.

마지막으로 자동차를 보자.
지금 미국에서 현대차의 점유율이 점점 상승하고 있다고
언론에서 추겨세우고 있지만 그것은 GM의 몰락에 따른 반사이익일 뿐이다.

자동차의 대세는 결국 친환경차, 즉 전기차이다.
머지않아 세계의 모든 차가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로 대체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자동차는 어떤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한국은 선진국과 3년 정도의 기술 격차가 있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이제 내년부터 전기차가 슬슬 상용화되기 시작할텐데
그동안 기술 격차를 과연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궁금하다.


IT, 조선, 자동차 산업에서 점점 우위를 빼앗겨가고 있는 한국 기업들.
내수시장이 작아서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경제에서
이 세가지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난데
점차 위축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빈 자리를
어떤 새로운 성장 산업이 채울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하는 시기이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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