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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 <백 투 더 퓨쳐> <매트릭스>

<반지의 제왕> <토이스토리> <헝거게임> …

모두 3부작 영화들입니다.


이 영화들 중 <백 투 더 퓨쳐>는 아마도

가장 균질한 완성도를 가진 3부작이 아닐까 합니다.


1,2,3편이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고

등장인물도 거의 다르지 않습니다.


마티의 여자친구 제니퍼를 연기한

클라우디아 웰스가 2,3편에선

엘리자베스 슈로 바뀌는 것 정도가 아쉽다고 할까요?


이 영화는 3부작으로 완결됐기에

더 이상의 속편은 나올 수 없습니다.


크리스토퍼 로이드는 로마시대로 떠나는

4편을 만들자고 졸라댔지만

저메키스는 3부작의 명성에 흠집을 내는

다른 시도는 하지 않았죠.



속편은 1편이 개봉한 뒤 4년 후에 연달아 개봉했습니다.


1989년 <백 투 더 퓨쳐 2>는

2015년 미래를 보여주었는데

제작비 4천만 달러에

흥행수입 3억3200만달러로

다시 한 번 대박을 냈습니다.


1990년 <백 투 더 퓨쳐 3>는

1885년 서부시대로 돌아갔는데

제작비 4천만 달러에

2억4400만달러 수익으로 짭짤했습니다.



그럼 여기서

<백 투 더 퓨쳐>가 이루어낸 성과를 살펴볼까요?


- 1985년 최고 흥행 영화

- 개봉 후 11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 제작비 대비 21배 대박 (제작비 1900만달러, 수입 3억9200만달러)

- 비디오 게임, 애니메이션으로 OSMU(원소스 멀티유즈)

-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백 투 더 퓨쳐 라이드’ 설립

- 미국 의회 소장 영화 선정

- AFI, 베스트 SF영화 탑10 선정

- 로튼 토마토 신선도 96%


작고한 평론가 로저 이버트는 이 영화를

프랭크 카프라의 <멋진 인생>에 비유하면서

이렇게 평했습니다.


"스필버그가 저메키스와 함께

고전 할리우드 시네마의

위대한 전통에 다가섰다."


뉴욕 타임즈의 평론가 재닛 마슬린은

이렇게 썼습니다.


"오랫동안 회자될

유머와 기발한 이야기의

영화적 발명"


이 영화의 팬이었던 미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은

1986년 연두교서에서

1편의 마지막 장면에 나온 대사를 언급했습니다.


"우리가 가는 곳에 길은 필요없어"


또 영화에서 레이건에 관한 농담이 나오자

그는 영사기사에게 영화를 멈추라고 하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그 장면 다시 한 번 틀어줄 수 있겠나?”



이렇게 대단한 영화

<백 투 더 퓨쳐> 3부작에 대해

저는 한 번 딴지를 걸어보겠습니다.


영화의 장점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이야기가 기발하고

환타지를 자극하고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저는 어릴 때 이 영화를 보면서

스케이드보드를 타고

차 뒷꽁무니를 쫓아다녔고

자동차만 보면 혹시

미래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30년 후 다시 본 이 영화에는

장점 못지 않게 단점도 눈에 띕니다.


그럼 지금부터

마음에 담아둔 것들을

하나씩 꺼내보겠습니다.



1. 논리적 비약이 너무 많다


이 영화의 논리적 오류를 지적하는 것은

개그를 다큐로 받는 거겠죠.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어떤 부분은 너무 심합니다.


<백 투 더 퓨쳐 2>에서

할아버지 비프는 타임머신을 타고

1955년의 과거로 가서

17세의 자신을 만나

스포츠 연감 책을 주고 돌아옵니다.

그런데 그가 돌아온 미래는

전혀 바뀌어 있지 않습니다.

파장효과가 똑같이 적용되려면

그가 돌아온 미래에

비프는 억만장자가 되어 있어야겠죠.



2. 2015년 미래 예측이 실망스럽다


<백 투 더 퓨쳐 2>는 2015년을 예언해

다양한 미래기술을 선보였지만

그중 지금 실현된 기술은 거의 없습니다.


날으는 ‘호버보드’ 하나 정도 있다고 하는데

이것도 이제 막 개발된 것일 뿐

아직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건 아니죠.


현실에서 기술 개발 속도가 무척 느리거나

혹은 우리에게 필요없는 기술이

영화 속에 소개되어 있거나

둘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영화 속에 등장한 기술을 나열해볼까요?



<백 투 더 퓨쳐>가 잘못 예언한 미래기술

(그러나 언젠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것들)


- 날으는 자동차

- 쓰레기를 에너지로 변환하는 장치

- 알파 리듬 생성기(순식간에 무의식 상태로 만드는 장치)

- 정확한 기상예보

- 30년을 젊어지게 만드는 피부 재생 센터

- 사이즈 자동조절 신발

- 사이즈 자동조절 & 자동 드라이 재킷

- <죠스 19>를 상영하는 홀로그램 영화관

- 완벽한 음료 ‘펩시 퍼펙트’

- 경치만 보여주는 채널

- 거꾸로 매달리게 하는 호버벨트

- 피자를 확 키워주는 오븐



3. 시간에 대해 지나치게 교훈적이다


시간은 중요합니다.

어떻게 중요한지, 얼마나 중요한지는

각자 느낌이 다를 것입니다만

우리 모두는 알고 있습니다.

미래가 소중하다는 것을요.


아인슈타인은 시간을 연구한 끝에

시간이 빛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밝혀냈죠.

레이 커즈와일은 죽지 않고 평생 살기 위해

지금도 최대한 몸에 좋은 것만 하면서

2045년에 찾아올 싱귤래러티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백 투 더 퓨쳐>는 과거로 가고 미래로 가는

흥미진진한 퍼즐 맞추기입니다만

"미래는 스스로 결정하는거야" 같은

교훈적 맥락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있습니다.


계몽주의 시대의 동화 같다고 할까요?


미래의 도박 결과를 알게 되면

정말 세상을 나쁘게 만들까요?

한 번 나쁜 놈은 영원히 나쁜놈일까요?



무엇보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과거를 바꿔버리는 것이

가장 손쉬운 해결책일까요?


과거에 일어난 문제의 발단을

없었던 일로 하면

현재의 문제가 사라진다는 설정은

이후 <나비효과> 같은 영화의 뼈대가 되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면 참 나이브하고

어쩌면 현실도피적인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결국 용기내서 싸우라는 게

<백 투 더 퓨쳐>의 메시지 아니었던가요?

드로리언처럼 클래식한 타임머신이 없는 우리들은

과거로도 미래로도 갈 수 없으니

닥치고 현재에서 살아야 하죠.


그런 현재인의 시점에서 보자면

<백 투 더 퓨쳐>가 옹호하는

과거 바꾸기 판타지는

조금 위험해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The End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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