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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계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 감독의 신작 세 편이 6월 나란히 개봉한다. 전혀 다른 개성의 감독들이 자신의 강점을 조금씩 변형해 만든 영화들로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세 명의 감독과 그들의 신작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곽경택 감독의 우직한 형사영화, 이해영 감독의 미스터리 소녀영화, 임상수 감독의 발랄한 청춘영화다.


우선, <통증> <미운오리새끼>로 바닥을 친 뒤 <친구2>로 재기에 성공한 곽경택 감독은 <극비수사>로 돌아온다. 1978년 부산에서 벌어진 실제 유괴사건을 스크린에 옮겼다. 이 영화가 다른 형사영화와 차별화되는 점은 형사가 도사와 함께 아이를 유괴한 범인을 찾아나선다는 것이다. 도사는 아이의 부모가 전적으로 의지할 정도로 촉이 아주 좋다. 다른 형사들이 공개수사를 주장할 때 도사는 극비수사만이 아이를 살릴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하고 이에 형사와 도사는 33일간 범인을 추적하는 극비수사에 나선다.


<극비수사>는 형사영화에 으레 등장하는 자동차 추격 장면이 하나도 없을만큼 잔재주보다는 이야기 자체로 승부한다. 남자의 의리를 강조하던 과거 곽경택 스타일과 달리 소신 있는 두 인물이 주인공이다. 실존인물인 형사와 도사 역할은 김윤석과 유해진이 각각 맡아 연기대결을 펼친다. 18일 개봉.



둘째, <천하장사 마돈나> <페스티발> 등으로 한국영화계에 재치 있는 이야기꾼으로 자리잡은 이해영 감독은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을 선보인다. 이 감독이 지금까지 장기를 발휘해온 코미디가 아닌 미스터리 심리극이다.


학생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1938년 경성의 한 기숙학교가 배경이다. 올 하반기 한국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많다는 것인데 그 스타트를 끊는 영화가 바로 <경성학교>다.


소녀들이 사라지는 것을 목격한 여학생은 이를 교장에게 알리지만 교장은 비밀을 감춘 채 미소만 짓는다. 박보영과 엄지원이 학생과 교장 역할로 기싸움을 벌이는데 어두운 소녀로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는 박보영에 비해 엄지원 캐릭터는 다소 평면적이다. 그대신 박소담이 신인답지 않은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여 스타탄생을 예감케 한다. 이밖에 주보비, 공예지 등 젊은 신예 여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그동안 여배우 가뭄이었던 한국영화계에 모처럼 남자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 영화가 탄생했다.


이해영 감독은 “조선인으로서 정체성을 가질 수 없었던 일제강점기와 감수성 예민한 여학생들의 정서가 만났을 때 화학반응을 일으킬 거라 믿었다”며 기획의도를 밝혔는데 영화는 소녀들의 심리묘사와 학교 내부의 미장센에 상당히 공을 들여 시각적 쾌감을 만족시킨다. 18일 개봉.



마지막으로 <하녀> <돈의 맛> 등 만드는 작품마다 도발적인 주제로 논쟁을 불러일으켜온 임상수 감독은 어깨에 힘을 뺀 경쾌한 액션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로 돌아온다. 한 마디로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트루 로맨스>의 임상수식 버전이라고 보면 되겠다.


어느날 의문의 돈가방을 손에 넣은 남녀가 진짜 악당이 되기로 결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류승범과 고준희가 남녀 타이틀롤을 맡았고,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도 류현경의 남편 역할로 영화에 데뷔한다.


임상수 감독은 지난달 29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젊은 관객들이 자신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에 충격 받아서 이번 영화를 연출하게 됐다”고 말하며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에너지를 불어넣어주는 반항적이고 저항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25일 개봉.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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