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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재난, 인구 급증, 바이러스, 인공지능 위협, 핵전쟁… 디스토피아를 예견하는 영화들의 시선들은 한결같다.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이 결국 인류 종말을 부른다는 것. <투모로우랜드>는 그런 암울한 디스토피아를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는 영화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믿는 자들이 끈기있게 도전하면 미래는 디스토피아가 아니라 유토피아가 될 거라고 말한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투모로우랜드’는 평행세계의 유토피아다. 전세계의 창의력 뛰어난 인재들이 정치, 경제적 갈등에 빠지지 않고 능력을 쏟아부어 만들어낸 세계다. 그곳에서 중력을 제어할 방법을 깨닫게 된 인간은 수직으로 떨어지는 수영장,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1인용 제트장비, 광속으로 여행하는 인터스텔라 로켓을 개발했고 사람들은 밝은 표정으로 돌아다닌다. 인간보다 뛰어나면서도 겉모습으론 인간과 구분되지 않는 로봇은 인간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



투모로우랜드를 지배하는 닉스 총독(휴 로리)은 희망적인 미래 건설에 도움이 될 사람을 모집하기 위해 여자 아이 로봇 아테나(라피 캐시디)를 1964년 뉴욕 박람회로 보내는데 그곳에서 만난 발명가를 꿈꾸는 소년 프랭크 워커와 그로부터 50년 후 나사 로켓 발사대 철거를 반대하는 소녀 케이시 뉴튼(브릿 로버트슨)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도시의 수호신이자 전쟁의 여신인) 아테나는 케이시에게 중년의 아저씨가 된 프랭크(조지 클루니)를 소개시켜주고 세 사람은 세상을 바꾸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


영화는 <터미네이터>의 플롯과 <아이언 자이언트>의 동심, <휴고>의 상상력을 합쳤다. <터미네이터>처럼 소년을 데려가러 온 아테나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파견된 또다른 로봇들에게 쫓기고, 소년 프랭크는 <아이언 자이언트>의 소년처럼 로봇을 위해 자기만의 장치를 만든다. 또 <휴고>에서 프랑스 파리 기차역의 시계탑이 옛 기계들이 남아 있던 환상적인 공간이었던 것처럼 <투모로우랜드>에선 에펠탑이 평행세계와 통하는 초기 건축물로 그려진다. <휴고>가 조르주 멜리에의 마술 같은 초기 영화기술에 경의를 표했다면 <투모로우랜드>는 구스타프 에펠, 토마스 에디슨, 니콜라 테슬라, 쥘 베른처럼 19세기 후반 남들과 다른 상상력과 첨단 기술로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려고 했던 위대한 인물들을 위한 영화다. 실제로 이들 네 명은 ‘플러스 울트라’라는 비밀 조직을 결성했는데 이것이 이 영화의 모티프가 됐다. 1960년대엔 월트 디즈니가 ‘플러스 울트라’의 또다른 멤버로 합류하면서 디즈니랜드에 ‘투모로우랜드’ 테마관을 짓기도 했다.



긍정적이고 낭만적인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힘을 잃는다. 밝은 미래의 청사진에 대한 설명은 장황하게 늘어지고, 마지막까지 유지해야 할 긴장감은 지나치게 강조된 메시지 속에 묻힌다.


<아이언 자이언트> <인크레더블> 등 애니메이션으로 경력을 쌓아온 브래드 버드 감독은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에 이어 두 번째 실사영화를 만들었지만 <투모로우랜드>는 역설적으로 그가 왜 애니메이션으로 돌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준 영화였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보는 것 같은 영화 속 인물들은 아쉽게도 지나치게 평면적이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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