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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시청자들이 도시범죄에 흥미를 느낀다는 걸 알았어요. 잘 사는 백인이 가난한 소수의 손에 상해를 입는다는 거예요. 생동감 있는 화면을 가져오세요."

"그러니까 피가 나오면 되는 거죠?"

"뉴스를 목이 잘린 채 길을 뛰어 내려가는 여자라고 생각하면 되겠죠."


사건 현장에 누구보다 빨리 잠입해 동영상을 찍어 판매하는 '나이트크롤러' 루이스(제이크 질렌할)는 LA의 시청률 꼴찌 방송국에서 일하는 뉴스감독 니나(르네 루소)를 찾아간다. 말이 뉴스감독이지 그녀는 2년마다 직장이 바뀌는 계약직이다. 그녀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시청률을 올려야 하는 위기에 처해 있다. 니나는 루이스에게 더 자극적인 영상을 가져오라고 말하고 야심가 루이스는 급기야 현장을 조작해 특종을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1976년작 <네트워크>, 1998년작 <트루먼쇼> 등 방송의 시청률 경쟁을 꼬집는 영화는 많았다. 이 영화가 차별화된 지점은 방송국에 소속된 정식 기자가 아닌 '나이트크롤러'라는 프리랜서 영상 수집가들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경찰들이 쓰는 주파수를 해킹해 사건이 접수되자마자 경찰과 동시에 출동하고 사건 현장을 재빨리 영상에 담아 가장 값을 많이 쳐주는 방송국에 팔아넘긴다. 그들이 찍는 화면엔 피를 흘리는 피해자, 도주하는 가해자, 범인을 붙잡는 경찰관 등 생생한 장면이 그대로 담겨 있다. 이에 반해 방송국 리포터가 현장에 도착하는 시간은 그보다 한참 뒤 이미 폴리스라인이 처진 뒤여서 리포터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목격자 인터뷰 밖에 없다.


영화의 주인공 루이스는 고등학교만 졸업했지만 인터넷에서 독학으로 경영학 등 각종 학문을 익힌 남자다. 그는 논리적인 언변으로 사람을 휘어잡는 재주를 가졌지만 도덕성이 약해 전 직장에서 쫓겨난다. 밤에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나이트크롤러의 세계를 본 루이스는 생생한 뉴스현장을 만드는 이 일을 사업으로 키울 것을 구상한다. 영화는 조용히 루이스의 행적을 쫓아가는 1인칭 시점으로 구성돼 있는데 제이크 질렌할의 차분하면서도 야심 가득한 눈빛 연기가 인상적이다.


<리얼 스틸>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의 각본을 썼던 댄 길로이의 감독 데뷔작으로 각본은 괜찮지만 연출력은 그저 그래서 후반부로 갈수록 임팩트가 약하다. 2월 26일 개봉.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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