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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 직장생활 12년. 처음엔 선배들 따라 그냥 다녔습니다. 다들 하는 말이 "여긴 맛있는 집 없어" 그래서 정말 그런 줄 알았죠. 시간이 흐르면서 후배들이 생기고 메뉴를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다보니 보이더군요. 숨어 있는 맛집이요.


충무로가 '충무로'가 된 것은 해방 이후의 일입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은 이곳을 '혼마치(본정)'라고 불렀습니다. 혼마치는 명동에서 충무로까지 이어지는 지역으로 일본 상점이 많은 곳이었어요. 종로엔 조선 상인, 혼마치(충무로)엔 일본 상인, 고카네초(을지로)엔 중국 상인이 자리잡고 있어서 삼국지를 방불케했죠. 청일전쟁에서 중국이 패배하면서 을지로의 중국인들이 물러가자 을지로도 일본 상인들의 차지가 됐죠.


해방 이후엔 혼마치 일대에 깊게 남은 왜색을 지울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명칭을 찾았는데 그것이 바로 충무로였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혼이 이곳을 정화시켜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텐데 실제로 이순신이 태어난 곳도 충무로죠. 그가 태어난 지역은 정확히 마른내골로 지금은 충무로 인쇄골목의 인현길 4층 신도빌딩 자리입니다. 건국 이후엔 충무로에 영화인들이 몰려들어 현재도 한국영화 하면 충무로가 대표명사처럼 쓰이는데 그 유래는 1950년 국도극장에서 <춘향전>이 흥행하면서부터입니다. 대흥행작이 나오자 '제2의 춘향전' 제작을 꿈꾼 영화인들이 몰려들어 영화사들이 둥지를 틀었던 것이죠. 현재는 대부분의 영화사들이 강남으로 이주해 동국대 영상센터와 KOFIC, 신필름, 세기상사의 대한극장, 명보사거리의 대종상 조형물을 제외하고는 영화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상인들의 거리였던 충무로엔 현재 크게 인쇄업과 경제신문사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쇄소는 골목마다 늘어서 있어 지나다니다 보면 커다란 종이를 나르는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또 충무로에는 매일경제신문, 아시아경제신문 본사가 자리잡고 있고 한때 서울경제신문도 이곳에 사옥이 있었죠. 삼일대로를 사이에 두고 명동을 마주보고 있어 쇼핑 동선의 연장선상에서 예전부터 카메라 상가 거리가 조성돼 있기도 합니다.


충무로의 랜드마크 빌딩으로는 1977년 극동건설이 지은 극동빌딩이 있습니다. 건축 당시 앞으로 남산의 안기부와 수방사, 뒤로 청와대를 굽어본 고층빌딩으로 화제를 모았는데, IMF 외환위기로 극동건설이 무너지며 2002년 론스타에 매각됩니다. 론스타는 1년 뒤 맥쿼리에 빌딩을 팔았고, 맥쿼리는 2009년 국민연금에 팔았습니다. 2007년엔 극동건설을 인수한 웅진그룹이 세입자로 들어와 계열사들을 입주시켰는데 한동안 웅진빌딩으로 불리기도 했죠. 이후 2012년 웅진그룹이 몰락하면서 빠져나갔고 현재는 이름을 남산스퀘어빌딩으로 바꾸고 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을 비롯한 여러 회사들이 동거중에 있습니다.


다시 맛집 얘기로 돌아올까요? 충무로의 장점은 크고 작은 회사가 골고루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다양한 식당들이 존재합니다. 진고개, 필동면옥 같은 전통의 식당부터 남산골 한옥마을에 몰려드는 중국인들을 겨냥한 관광 식당까지. 메뉴도 다양하고 가격대도 다양합니다.


저는 최근 몇 개월 동안 이 지역의 식당들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맛을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를 지금부터 공개하려 합니다. 대략 50곳입니다. 여기 포함되지 않았다고 맛집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가 모든 곳을 가볼 수는 없기 때문에 가능한 한도 내에서 식당을 선별하고 목록에 올렸다는 것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 직장인을 위한 충무로맛집 (1) 퇴계로 남서쪽

>> 직장인을 위한 충무로맛집 (2) 퇴계로 남동쪽

>> 직장인을 위한 충무로맛집 (3) 퇴계로 북서쪽

>> 직장인을 위한 충무로맛집 (4) 퇴계로 북동쪽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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