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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0년 도요토미 히데요시(이치무라 마사치카)는 일본 통일을 눈앞에 두고 있었습니다. 간토지방 오시성만 함락시키면 일본을 처음으로 통일한 군주가 될 것이었습니다. 히데요시는 자신의 오른팔 이시다 미쓰나리(카미지 유스케)에게 오시성 정벌을 맡깁니다. 그는 2만 대군을 이끌고 오시성으로 향합니다. 오시성 성주 우지나라는 항복하기로 결심하고 사촌동생 나리타 나가치카(노무라 만사이)에게 성을 맡긴 채 관백 즉, 히데요시와 내통하기 위해 오다와라성으로 떠납니다. 성에는 500명의 군사만 남겨두었습니다. 미쓰나리가 보낸 나쓰카 마사이에가 오시성으로 찾아와 항복을 촉구합니다. 나가치카도 처음엔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사이에의 거만이 하늘을 찌릅니다. 논밭의 곡식을 가져가겠다고 하고, 사촌동생인 카이히메(에이쿠라 나나)를 히데요시에게 바치라고 합니다. 나가치카는 참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는 전쟁을 선포합니다. 500명을 데리고 2만명과 싸우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힘 있는 자가 힘 없는 자를 발로 걷어찬다. 재주 있는 자가 재주 없는 자를 조롱하고 있다.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인가? 난 싫어! 받아들일 수 없어!"


영화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오시성을 공격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으로 시작해 바보인줄 알았던 나가치카가 그 공격을 막아내 '승리한 패배자'가 되는 순간까지 연대기순으로 담고 있습니다. 베스트셀러 소설 [노보우의 성]을 바탕으로 마치 TV 사극을 보는 듯 나레이션을 통해 친절하게 인물과 배경설명을 묘사해주는 것이 특징인데 놀랍게도 감독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이누도 잇신과 <진격의 거인>의 히구치 신지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스토리 전개와 코믹한 상황 위주로 흘러 두 사람 특유의 인장을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무사 노보우: 최후의 결전>은 두 가지가 두드러지게 보이는 영화입니다. 첫째, 일본의 역사 속 오시성의 존재입니다. 나가치카가 애써 지키려한 이후 수차례 주인이 바뀌긴 했지만, 히데요시에게 굴복하지 않은 남자의 자존감이라는 상징성이 일본인들에게 큰 감동을 주나 봅니다. 히데요시에게 저항한 나가치카는 결국 히데요시와 힘을 합쳐 훗날 그의 오른팔이 됩니다. 영화는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뒤 오시성과 이시다 제방이 있던 자리인 사이타마 교다시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며 성을 지켜낸 그들의 의지를 기억하려 합니다. 일본 사극의 배경은 오다 노부나가-도요토미 히데요시-도쿠가와 이에야스로 이어지는 대망의 전국시대가 대부분인데 이 시기에 중국의 [삼국지]처럼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한국인의 입장에선 '임진왜란'으로 인해 아픈 역사가 펼쳐진 시기인데 당시에 일본을 더 잘 알았다면 비극의 역사가 반복되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둘째, 나가치카의 리더십입니다. 영화의 초반에 나카치카는 거의 동네바보처럼 등장합니다. 마을 주민들이 붙여준 별명도 '데쿠노보우' 즉, 등신님입니다. 사람들은 이를 줄여 그냥 '노보우'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그는 노보우였기에 백성들에게 사랑받는 리더가 될 수 있었습니다. 여기 그의 리더십의 비결이 있습니다. 전력의 열세를 기적의 승리로 반전시킨 그의 리더십의 비밀을 몇 가지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사람의 마음을 얻어라. 마쓰나리는 백성들을 돈으로 사서 제방을 쌓는 공사를 시킵니다. 수공으로 오시성의 혼마루만 남긴 채 쓸어버립니다. 오시성 주민들은 성으로 대피합니다. 그런 일촉즉발의 순간에 나가치카는 수공을 깨부수기 위해 배를 타고 제방의 앞까지 나갑니다. 그곳에서 긴장을 풀어주는 가부키 공연을 하면서 백성은 물론 군인들의 마음까지 휘어잡습니다. 평소에도 나가치카는 스스럼없이 주민들과 어울렸습니다. 아이들이 놀려도 바보처럼 행세했습니다. 겉으로 허허실실하면서도 진심으로 대했습니다. 그런 그가 전쟁을 하겠다고 선포하자 주민들이 먼저 발벗고 나섭니다. 군인은 500명에 불과했지만 백성들이 합세해 3천명이 똘똘뭉쳐 성을 지켜냅니다. 지금까지 어떤 전쟁영화에도 없던 유약한 리더와 이를 따르는 백성의 탄생입니다.


둘째, 유능한 인재를 선발했으면 믿고 맡겨라. 나가치카에게는 뛰어난 장군이 셋이나 있습니다. 탄마, 이즈미, 유키에입니다. 마치 [삼국지]의 관우, 장비, 조자룡 같은 이들은 시골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다는 것이 믿기 힘들 정도로 놀라운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전쟁을 선포한 나가치카는 이후 가만히 앉아서 상황을 보고받기만 합니다. 전술을 짜는 것은 탄마가 하고, 전방에 나가 창을 들고 싸우는 것은 이즈미가 하며, 성문이 뚫렸을 때 2차 불 공격은 유키에가 합니다. 리더가 모든 분야에 전문가일 수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리더는 그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과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역할을 하면 됩니다. 첫번째 승전보를 받고서야 나카치카는 다리가 풀려 주저 앉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았지만 그만큼 긴장하며 간절하게 기다렸다는 뜻이겠죠.



셋째, 위기가 닥치면 책임지고 직접 나서라. 마쓰나리의 군대가 수공으로 압박해오자 백성들은 고층으로 지어잔 성으로 달려옵니다. 그러나 진흙을 밟은 발로 차마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때 나가치카는 솔선수범해 스스로 진흙탕에 뛰어듭니다. 또 백성들이 지쳐가고 있을 때 나가치카는 직접 적진 앞까지 가서 마쓰나리를 혼란에 빠뜨리는 가부키 공연을 합니다. 나가치카의 얼굴을 몰랐던 마쓰나리는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그가 성주대리라는 것을 알고 경악합니다. 결국 나카치카의 희생은 전세를 반전시키는 계기가 됩니다. 위기일수록 리더는 전면에 나서야 합니다. 리더가 뒤에 숨는 조직은 오래 지속될 수 없습니다.


넷째, 큰 그림을 봐라. 나가치카는 본성인 오다와라성이 함락되며 성주 우지나라의 설득으로 결국 성문을 열고 맙니다. 나가치카가 성문을 연 것은 큰 그림을 보고 이것이 백성의 희생을 최소화할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국가, 기업, 스포츠, 학교 등 어떤 조직을 운영하든 리더는 큰 그림을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상황에 따라 유연한 전략을 취해야 합니다. 나가치카는 패잔병의 장수지만 전후 협상을 하러 찾아온 마쓰나리에게 당당하게 자신의 요구를 합니다. 항복한 자신의 백성을 비겁하게 죽인 군인의 목을 가져오라는 요구도 합니다. 그에게는 아직 그를 믿고 따르는 백성과 군사들이 있어서 다시 싸운다면 이기지는 못할지라도 질릴만큼 상대를 괴롭힐 수 있다는 자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쏟아부은 리더는 부당한 요구를 하는 권력자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패에 굴하지 않고 일어설 수 있을 것입니다.



PS) 실제로 있던 오시성 전투에서 마쓰나리의 수공 전술은 제방을 쌓는 도중 호우가 내리는 바람에 결국 둑이 무너져 실패했다고 합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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