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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추리소설의 대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작정하고 쓴 감성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다섯 개의 단편 묶음집입니다. 그런데 이 다섯 개의 이야기는 긴밀하게 하나로 연결됩니다. 그 중심에는 나미야 잡화점과 환광원이라는 고아원이 있습니다. 둘 사이를 연결해주는 키워드는 '이루지 못한 사랑'입니다.


1979년과 2012년 서로 다른 두 시대를 배경으로 환광원에 얽힌 이야기가 나미야 잡화점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나미야 할아버지는 고민을 상담해주는 일에 보람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처음엔 아이들의 장난 같은 편지에 답장을 해주는 정도였지만 차츰 진지한 고민이 늘어나며 할아버지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영화 <시월애>에서처럼 우편함이 두 시대를 연결해주는데, 편지들 사이로 인간의 선한 의지들이 교환되고 그 결과 더 나은 인생을 사는데 도움을 주게 됩니다. 동네 잡화점 주인일 뿐인 나미야 할아버지의 편지는 요즘 시대로 말하면 '힐링' 편지였던 셈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나미야 할아버지를 대신해 2012년에 고민상담을 해주는 사람은 도둑질하러 나미야 잡화점에 들어온 10대 소년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들의 어리숙하면서도 한편으로 진지한 상담편지가 결국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멘토'라고 하면 뭔가 대단한 사람들의 그럴 듯한 말을 기대하겠지만 사실 우리 주위의 누구도 누군가에게 멘토가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이 소설이 던지고 싶었던 메시지일 것입니다.


아쉽게도 다섯 편의 단편이 고른 완성도를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처음과 끝의 [답장은 우유 상자에]와 [하늘 위에서 기도를]은 실망스럽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세 작품은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그중 [묵도는 비틀스로]는 가장 짜임새 있는 작품입니다. 단편으로 따로 떼어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묵도는 비틀스로]의 주인공은 1970년대 비틀즈를 사랑하는 한 중학생입니다. 그는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해 야반도주할 위기에 처하자 부모님을 따라가야할지 남을지를 고민하는 편지를 나미야 잡화점에 보냅니다. 소년은 가족과 함께 하라는 할아버지의 편지와 달리 부모님과 연이 끝났다고 느끼고는 야반도주하던 휴게소에서 도망칩니다. 영영 가족의 끈을 놓아버린 겁니다. 소년의 인생이 바뀐 계기는 비틀즈의 해체에 있었습니다. <렛 잇 비>라는 비틀즈의 마지막 공연을 담은 영화가 그의 인생을 바꾼 영화가 됐습니다. 그 영화에서 비틀즈 멤버들은 의욕이 없어보였습니다. 관계가 끝났다는 것을 직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뒤늦게 밝혀지지만 소년이 그렇게 느낀 이유는 스스로 그런 상태에서 영화를 봤기 때문이었습니다.


소설은 70년대 고민하던 소년과 이후 1988년 중년이 된 소년, 그리고 2012년 그 잡화점을 회고하는 소년을 세 가지 시간 속에서 교차로 보여주며 파란만장했던 그의 삶에서 그가 잊고 있던 가치가 무엇인지 설득합니다. 그것은 바로 지난 40여년 간 그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던 가족의 소중함이었습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450쪽이 넘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속도감 있게 읽히는 소설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내공 덕에 이야기를 빨아들이는 흡입력이 대단합니다. 남녀노소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따뜻한 이야기로 전달하고 있어 주위에 선물하기에도 좋은 책입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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