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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다무세요."

그 말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난 얼얼해진 입을 다물고 잠시 동안이 될 쾌락을 즐겼다. 3초간 입 다물고 있는 것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면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일 것이다.

"아..."

하지만 쾌락은 오래 가지 않았다. 너무 자연스럽고 나긋나긋한 저 목소리. 나는 선생님 말 잘듣는 어린 학생처럼 입을 벌렸다.

"크게..."

더 크게 벌렸다. 턱 뼈가 벌어지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얼얼한 오른쪽 볼이 긴장한 듯 단단해졌다. 잠시 후 입 안으로 무언가가 들어왔다. 내 시야는 온통 녹색으로 막혀 있어 촉감으로만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 전동기가 돌아가는 쇳소리가 들리고 무언가 타는 냄새가 났다. 코가 예민하게 타는 냄새를 맡자마자 나는 두 손을 꽉 쥐었다. 설마 이대로 폭발해버리는 걸까. 그러나 다행히 쇳소리는 멈추었다. 이어서 다른 기구가 들어오더니 어금니를 긁어댔다. 감각이 없는 어금니는 자신이 지금 무슨 꼴을 당하고 있는 줄도 모르겠지. 하지만 어금니의 외모를 걱정하기엔 너로 인해 며칠간 느껴온 내 고통이 너무 크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데 입 안에 침이 고였다.

"석션..."

이번엔 반대쪽에서 들어왔으니 간호사일 것이다. 호스같은 것일까. 침을 빨아들여 깨끗해졌다. 다시 기구와의 사투가 계속됐다. 나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입을 벌리고 또 벌렸다.

그렇게 모든 치료가 끝나고 시계를 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마취된 내 오른쪽 볼은 여전히 단단하게 부어 있었다.

"신경이 휘어 있어서 치료가 쉽지 않네요."

난 아무 말 못하고 듣고만 있었다. 입에 감각이 없어 말도 잘 나오지 않았다.

"마취 풀리고 너무 아프면 내일 다시 오세요."

아, 지금보다 더 아플 3시간 후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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