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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은 늘 대목이었다. 설날과 추석 시즌 극장에 가면 예매하지 않고는 영화를 보기 힘들었다. 작년 설날엔 <베를린>과 <7번방의 선물>이 관객을 붙잡았고, 추석땐 <관상>을 보러 극장에 갔다. 이번 설날은 어떨까?


뚜꺼을 열어보니 <수상한 그녀>와 <겨울왕국>의 맞대결로 좁혀지고 있다. <수상한 그녀>는 개봉 첫날 <피끓는 청춘>에 뒤처지는 스코어로 출발했지만 포털 사이트에서 평점 9점대의 높은 평가를 받으며 입소문을 타고 흥행세다. 개봉 5일 만에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해 <써니>보다도 빠른 추세라고 한다. <겨울왕국>은 모처럼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저력을 보여주며 가족 단위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으고 있다. 누적관객수 300만 명을 기록하며 10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애초 이번 설날 시즌은 화제작이 없어 극장 수입이 동반침체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대작도 없고 스타배우나 감독이 출연하는 영화도 없어 마땅히 눈에 띄는 영화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변호인>이 설날 흥행까지 맡기에는 힘이 부쳐보였다다들 고만고만했다. 한 영화가 독식하지 않으니 여러 영화에 관객이 분산될 거라고? 천만에. 화제작이 없으면 극장으로 향하는 발걸음 자체가 줄어들어 전체 관객 수가 감소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우선, 한국영화 라인업부터 살펴보자. 요즘 가장 '핫'한 배급사 NEW는 황정민, 한혜진 주연의 <남자가 사랑할 때>를 설날 영화로 준비했다. 웃음기를 쏙 뺀 멜로드라마다. 그런데 지나치게 신파적이고 고리타분하다는 평이다. CJ엔터테인먼트는 심은경, 나문희의 오묘한 조합이 돋보이는 <수상한 그녀>를 들고 왔다. <18 어게인> <빅> <체인지>처럼 몸이 뒤바뀐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담은 휴먼 코미디다. 스토리 전략은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심은경을 원톱으로 내세운 것은 모험적으로 보인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이종석, 박보영을 80년대로 보내 <피끓는 청춘>을 만들었다. 그러나 <변호인>이 영화 속 80년대를 한 번 정의한 마당에 로맨틱 코미디는 조금 뜬금없어 보인다. 쇼박스는 하지원, 강예원, 손가인을 내세운 <조선미녀삼총사>로 승부한다. 할리우드 <미녀삼총사>의 조선시대 버전인 셈인데 아쉽게도 영화 완성도에 대한 우려가 팽배하다.


한국영화가 주춤한 틈새를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이 메우고 있다. 타임지 선정 2013년 최고의 영화 7위에 선정되기도 했던 <겨울왕국>은 불법파일 유출 논란에도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만약 이번 설 시즌에서 <겨울왕국>이 <수상한 그녀>의 추격을 물리치고 최종 승자가 된다면 한국영화는 2009년 <적벽대전 최후의 결전> 이후 5년 만에 외국영화에 설 연휴 최고 흥행 자리를 내주게 된다. 2000년 이후 외국영화가 설 연휴 정상에 오른 것은 2003년 <영웅>과 <적벽대전 최후의 결전> 단 두 편에 불과하다.


<수상한 가족>은 시사회부터 이어진 입소문으로 흥행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는데 보통 설날 연휴처럼 영화관에 사람이 몰릴 때는 의외의 대박이 터지기도 한다. 2011년 설 시즌의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과 2012년의 <댄싱퀸> 역시 그다지 기대하지 않다가 입소문을 통해 대박으로 이어진 경우였다. 당시 기대작이던 휴먼 드라마 <글러브>와 <페이스메이커>는 각각 <조선명탐정>과 <댄싱퀸>에 밀려 참패했다. 그 이후 명절에는 역시 '사극'과 '코미디'라는 공식이 확고하게 자리잡는 계기가 됐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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