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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하려는 말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이겁니다.

"도박장에 강도 들면 하우스장도 책임 있다."


무슨 소리냐고요? 마피아들이 접수하고 있는 도박장이 있습니다. 이 지역 경제의 보이지 않는 돈이 굴러가는 곳이죠. 하우스장이 강도 자작극을 벌이다가 걸렸는데 마피아가 한 번 봐준 적이 있었습니다. 괜히 작살냈다가는 경제가 아작나게 생겼거든요. 그러던 어느날 풋내기 3인조 강도가 도박장을 털어갑니다. (이 장면 참 재미있습니다. 스타킹을 뒤집어 쓰고 어리버리 제대로 말도 못하는 강도가 하우스장을 위협하는데 하우스장은 돈 줄까 이러면서 능숙하게 대응하다가 결국 다 털립니다.)


마피아들은 이번에도 하우스장을 의심합니다. 또 자작극 아니냐는 거죠. 하지만 하우스장은 결백합니다. 마피아들은 부하들 시켜서 하우스장을 죽도록 패줍니다. 하우스장 마키 트랫맨(레이 리오타 분)은 실신할 정도로 얻어맞은 뒤에 이제 누명을 벗었나 싶었을 겁니다. 하지만 고용된 킬러 코건(브래드 피트 분)의 생각은 다릅니다. 이 사태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고 모방범죄가 일어나게 만든 하우스장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겁니다. 킬러는 하우스장이 탄 차 옆에 차를 세웁니다. 그리고 옆창문을 향해 총을 쏩니다. 우아한 슬로모션으로 총알이 러브레터처럼(!) 하우스장의 머리에 꽂힙니다. 마키는 제목 그대로 부드럽게 죽어갑니다. (키티 레스터의 'Love Letters'가 잔잔하게 흐르는 가운데 고속촬영으로 총알이 유리창을 깨는 장면을 잡아낸 이 슬로모션은 이 영화에서 가장 멋진 장면입니다.)



영화는 노골적으로 이 스토리가 정치적인 메타포임을 드러냅니다. 아예 처음부터 오바마의 후보시절 연설문으로 시작하고 2008년 금융위기 시작 때 리먼 브라더스가 무너지는 TV 뉴스와 조지 부시, 헨리 폴슨의 연설이 배경음악처럼 깔립니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꾼들이 도박하다가 강도가 들어 결국 경제가 무너졌는데 누가 책임질 거냐고 묻는 겁니다. 강도질 부추긴 윗대가리들도 죽어야 하는 거 아니냐 이거죠.


이 영화, 참 직설적입니다. 제목과 달리 별로 부드럽지 않아요. 또, 이 영화 참 지루합니다. 인물 관계가 복잡하진 않은데 친절하지 않아요. 그래서 인물이 갑자기 등장하기도 하고 누가 누구인지 헷갈립니다. 아마도 두 번 보면 인물 관계가 확실히 이해될 것 같긴 하지만 글쎄요, 별로 두 번 보고 싶은 영화는 아닙니다. 군데군데 명장면은 있지만 메시지가 지나치게 드러나서 불편합니다.



감독은 앤드류 도미닉, 원작은 1974년 조지 히긴스의 범죄소설 [코건의 거래]입니다. 자본주의라는 계급사회에서 만날 봉이 될 수밖에 없는 노동자 계층과 죄짓고도 제대로 벌 받지 않는 자본가 계층, 그 사이의 불공정한 거래가 영화만큼은 아니지만 소설에도 드러난다고 하는군요. 오바마의 대통령 취임사가 들리는 바에서 자신의 고용주를 향한 코건의 마지막 대사는 참 의미심장합니다. "이제 저 녀석은 우리가 하나라고 말 할거야. 하지만 미국에선 자기 앞가림은 자기가 해야 하지. 미국은 국가가 아니라 비즈니스야. 그러니까 내 돈 내놔!"



PS)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할 만한 슬로모션 장면의 유튜브 클립이 있길래 덧붙입니다. '우아한 살인'의 극강을 보여준 멋진 이미지의 향연입니다. 지금까지 키티 레스터의 'Love Letters'는 <블루 벨벳>의 OST로 뇌리에 남았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앞으로 마키 트랫맨의 죽음 장면도 함께 떠오를 것 같습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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