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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랑이 풍성한 SC은행

은행은 요즘 젊은이들에겐 선망의 직장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같은 범인들에겐 그저 금융거래 때문에 가끔 한 번씩 들리는 곳일 뿐입니다. 거기 다니는 직원들은 솔직히 조금 지루해 보였어요. 맨날 돈 세고 숫자 확인하는 게 직업인 그들은 연애도 계산적으로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연애의 온도>는 은행원들의 연애에 대한 저의 고정관념을 깨주었습니다. 사내커플도 있고 불륜도 있어요. 극중 신입사원 말대로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왜 19금일까

도대체 왜 이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을까요?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야한 장면도 없고 폭력적인 장면도 없습니다. 대사에 욕설이 있긴 하지만 욕한다고 19금이면 대한민국 영화 거의 다 19금이어야 할 겁니다. 담배 장면과 불륜 때문이라는 말도 있던데요. 영화심의하시는 분들의 면면이 참 궁금해집니다.



3. 헤어지고 만나고 헤어지고 만나고

이 영화가 다른 로맨틱 코미디와 다른 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은행원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잘 알 수 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커플이 헤어진 상태에서 영화가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보통 사내커플이 헤어지고 나면 서로 서먹하고 어색해하는 경우가 많죠. 회사에서 계속 마주쳐야 하고 소문에 시달리는 것이 괴롭기 때문에 둘 중 한 명은 결국 견디지 못하고 사표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영화는 그런 상황조차도 밝게 그리고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헤어진 커플이 다시 만날 확률은 82%인 반면 그렇게 만난 커플이 계속 갈 확률은 고작 3%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영화는 82%의 리얼리티로 시작해 3%의 판타지로 끝맺습니다. 그래서 참으로 리얼한 영화입니다.



4. 남자주인공의 똘끼

로맨틱 코미디, 특히 한국의 로맨틱 코미디에 등장하는 남자주인공은 똘끼가 많습니다. 에둘러 말하면 '나쁜 남자' 스타일인데 <연애의 온도>의 이민기는 술만 마시면 거의 '개'가 됩니다. 막무가내인 점에서 <연애의 목적>의 박해일이 떠올랐고, 솔직한 입담에서 <나의 PS 파트너>의 지성이 생각났는데, 워크샵 숙소에서 민 차장을 패는 장면에선 그 정도가 심했습니다. 그렇게까지 하고도 은행에서 잘리지 않는 것도 신기하지만 이렇게 막무가내인 남자를 다시 만나려는 여자도 이해가 안 되긴 합니다. 그러나 어쨌든 남자주인공의 '똘끼'는 로맨틱 코미디를 이끌어가는 힘입니다. '똘끼'는 이민기처럼 거친 스타일일 수도 있고 <광식이 동생 광태>의 김주혁이나 <건축학개론>의 이제훈처럼 쑥맥 스타일일 수도 있겠죠. 어중간하고 무던한 성격이라면 오히려 영화에서 어필하기가 힘들테니까요.


5. 로맨틱 코미디의 여성

이 영화는 연애를 하고 싶게 만드는 영화일까요? 혹은 그 반대일까요?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걸 보니 지긋지긋하다고 할 사람도 있겠고, 저렇게 질긴 인연이 부러운 사람도 있겠죠. 안타까운 것은 연애와 결혼이 점점 물질적인 것과 뗄 수 없게 되어가는 요즘 한국사회에서 로맨틱 코미디는 갈수록 판타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실이 척박하고 메마를수록 꿈속의 오아시스를 찾는 사람들은 늘어만 갑니다. 로맨틱 코미디는 여성의 권리가 자리잡힌 국가에서만 만들어지는 장르입니다. 여성이 주체적으로 말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여자가 주인공인 영화 자체가 그다지 많지 않고 많은 영화들에서 그저 남자 배우의 조력자에 그치고 마는데 로맨틱 코미디는 여자 배우가 주인공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르이기도 합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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