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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선경기를 앞둔 기자회견

친선경기를 마치고 유니폼을 교환하는 부천FC와 FC유맨 (부천FC 제공)



친선경기라고 하기엔 조금 거친 경기였다. 몸싸움이 있었고 부천의 한 선수는 유맨의 선수를 향해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뒤이어 유맨 선수의 깊숙한 태클이 이어졌다.
즐거운 마음으로 다정한 경기를 기대했던 나에게 이들의 지나친 승부욕은 안타까웠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아마도 이들의 직업일 것이다.
공인근무요원이나 자영업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선수들의 약력이 TV화면에 표시될 때마다
나도 저런 플레이를 할 수 있겠구나 하는 동질감을 안겨 주었다.

부천FC는 부천을 연고로 했다가 제주로 떠나버린 SK의 프로축구팀을 비난하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클럽이다. 헤르메스라는 서포터스가 주축이 되어
팀을 만들었으니 세계적으로도 팬들이 만든 팀은 4팀에 불과할 정도로 유래가 없다고 한다.
그 4팀 중 2팀이 친선전을 가졌으니 이목이 집중될 만도 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SK의 행태를 비난하며 축구팀을 만들었던 이 팀의 메인 스폰서는
SK텔레콤이라는 사실이다. 부천종합축구장의 광고판은 SK의 광고로 도배가 되어 있고
유니폼에도 다음과 로또와 함께 SK텔레콤의 T 로고가 가 가장 중앙에 배치되어 있다.

아마도 부천의 축구열기와 이들의 배신감에 부담을 느낀 SK가 물량공세를 퍼부은 탓이리라.
하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SK는 제주도와 부천에 축구 연고를 가진 셈이 됐다.
만약 헤르메스가 실제로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더라도 이날 전국으로 생중계된 경기로 인해
그렇게 인식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유맨의 유니폼에 스폰서가 붙어 있지 않은 것과는 참 대조적이다.
유맨은 7부리그 클럽이면서도 흑자를 내는 구단이라고 하는데
이들의 경기력은 정말 조기축구 수준에 불과했지만
그들의 경영방식은 부천FC가 배울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이날 경기는 2만3천여명에 달하는 관중들이 경기장을 채울 정도로 성황리에 열렸다.
비가 제법 많이 오는 가운데에도 K3리그 팀의 경기에 이 정도의 관중이 몰린 것은 정말 대단하다.
한국에도 이제 슬슬 풀뿌리 축구문화가 자리잡아가기 시작하는걸까.

나도 개인적으로 최근에는 회사에서 만든 축구팀에서 뛰고 있는데
축구장을 빌릴 때마다 그 열기에 놀라곤 한다. 서울에서 인조잔디 구장이라도 빌리려고 하면
접수를 받는 그 시간부터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경쟁이 엄청나게 치열하다.
그래서 하는 수없이 한강변의 흑구장에서 경기를 하곤 하는데
한강 시민공원의 이 구장들도 예약을 하려면 2~3주 전에는 신청을 해야 한다.
날씨가 좋은 봄 가을에 주말 좋은 시간을 잡으려면 2달 전부터 눈여겨 보고 있어야 할 정도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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