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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린느 드뇌브, 데이빗 보위, 수잔 서랜든의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이 영화는 작년 사망한 토니 스콧 감독의 데뷔작이다. <탑건>으로 화려하게 헐리우드에 안착하기 전 그가 택한 소재는 뱀파이어. 감독 데뷔 전 상업광고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솜씨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데 시종일관 클로즈업과 감각적인 영상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미리엄(카트린느 드뇌브)은 무려 4천년을 살아온 뱀파이어. 그녀는 고혹적인 미모로 피아노를 치며 존(데이빗 보위)과 함께 살아간다. 첼로를 켜는 존은 미리엄에 의해 뱀파이어가 된 300살 영국 귀족으로 영화는 존이 점점 노화해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존은 자신이 갑자기 늙어가고 있음을 깨닫고 당혹해하며 노화방지 약물을 연구중인 의사 사라(수잔 서랜든)를 찾아간다. 원숭이를 대상으로 노화방지 약물 실험을 하고 있던 사라가 존에게 15분 만 기다려 달라고 말하는 사이, 존은 겉잡을 수 없이 늙어간다. 머리카락이 한웅큼씩 빠지고 손에는 검버섯이 오르고 얼굴엔 주름살이 늘어나고 광대뼈가 드러난다.


이 영화에는 교차편집이 많이 쓰였는데 존이 늙어가는 장면과 5분에 1년씩 늙어가는 실험용 원숭이를 교차편집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강렬하다. 결국 15분이 아니라 2시간 만에 나타난 사라는 존을 알아보지 못한다. 존은 사라에게 원망의 말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가고 사라는 존을 찾아 헤맨다. 결국 존의 집까지 찾아온 사라는 그곳에서 미리엄을 만난다. 이미 존은 노화가 계속 진행돼 죽어서 해골이 되어버린 상태. 다시 혼자가 된 미리엄은 이번엔 사라를 뱀파이어로 만들어 함께 영원히 지내자고 유혹한다. 그러나 사라에겐 다른 사람의 피를 먹어야 유지되는 영원한 삶은 견딜 수 없는 것이었다. 결국 미리엄의 이집트칼로 자결하고 만다.



클라이막스에선 그동안 미리암과 수천년을 함께 살아온 여러 시체들이 한꺼번에 깨어나 미리엄을 덮친다. 이제 미리엄에게도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녀 역시 순식간에 늙어간다.


<배리 린든> <해피엔드> 등의 영화에서도 사용됐던 슈베르트 피아노 트리오 2번 2악장이 고혹하게 흐르면서 미리엄과 사라가 다시 키스하는 판타지풍의 엔딩이 나오는데 이 장면은 지금까지 영화의 흐름을 깨는 마침표여서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죽음을 두려워한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상징물 뱀파이어. 당신이 만약 영원히 살 수 있다면 당신은 다른 사람의 피를 먹으면서 살겠는가? 그런 삶을 축복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악마의 키스>의 원제는 The Hunger 배고픔이다. 결국 인간의 생이란 누군가를 제물로 하여, 희생의 지층 위에 쌓아올린 살과 뼈다. 허망한 껍데기다.


마치 긴 CF를 보는 듯 지금 다시 봐도 감각적인 영상 속에 영화는 고전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1983년 영국에서 찍은 이 영화 속 데이빗 보위는 섹시했고 카트린 드뇌브는 매혹적이었으며 수잔 서랜든은 참 젊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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