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영화의 원제는 The Future. 사람들이 많이 검색하는 단어 중 감독이 좋아하는 단어를 골랐다고 하는데 사실 원제보다는 한국 제목이 훨씬 그럴 듯하다. 미래는 고양이처럼.


4년째 동거중인 서른 다섯살의 커플이 있다. 표정만 보고도 속속들이 서로를 잘 아는 그들은 외모마저 너무 닮았다. 비슷한 파마머리에 비슷하게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의 남녀, 바로 소피(미란다 줄라이)와 제이슨(헤미시 린클레이터)이다. 소피의 직업은 댄스 강사, 제이슨은 컴퓨터 AS 상담사다. 그들은 어느날 병든 고양이를 입양하기로 한다. 잘 키우면 최대 5년을 살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문득 5년 뒤면 40살이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낀 그들은 고양이 입양을 앞둔 한 달 동안 마지막으로 자유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각자 회사를 그만 둔 그들은 새로운 일을 찾는다. 제이슨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나무를 심는 단체의 홍보요원이 되고, 소피는 한 달 동안 댄스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기로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은 막상 처음 결심할 때 들었던 생각과 전혀 다른 현실에 당혹해한다. 제이슨은 잡상인이 된 것처럼 일이 적성에 맞지 않고 소피는 자신의 동영상을 비웃을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니 한 발도 뗄 수가 없다. 그러던 어느날 소피는 제이슨이 가져온 그림 뒤에서 우연히 전화번호를 발견하고 즉흥적으로 전화를 걸어 새로운 중년의 남자 마샬을 만난다. 그녀는 고양이처럼 몰래 제이슨을 빠져나간다.


감성적이고 은유로 가득한 대사, 고양이와 달이 말을 하고, 티셔츠가 홀로 움직이고, 제이슨의 손동작에 맞춰 시간이 멈추는 세계. <미래는 고양이처럼>의 첫 인상은 느리고 밋밋해 보이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황홀한 경험으로 가득하다. 떠나가버릴 소피를 잡기 위해 시간을 멈춰버린 제이슨이 스스로를 하늘에 떠있는 돌덩이라고 소개하는 달과 대화하는 장면에선 외로움과 애절함마저 느껴진다. 은유법과 의인법을 직관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셸 공드리식의 판타지 <이터널 선샤인>이 떠오르기도 하고, 방황하는 소피의 심리를 감성적으로 담았다는 점에서 우디 앨런의 여성 판타지 <중년의 위기/앨리스>가 떠오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특이하게도 제이슨과 소피의 관계에서 성적인 코드가 빠진 <베티 블루>가 연상되기도 했다.


피 역할을 맡은 미란다 줄라이는 감독 겸 배우로 이 작품이 두번째 영화다. 지난 2005년 첫 번째 영화인 <미 앤 유 앤 에브리원>으로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그녀는 영화 뿐만 아니라 소설, 조각, 행위예술 등 다방면에서 감성적인 예술을 선보이느라 두번째 작품을 6년 만에 완성했다. 본인이 각본을 쓰고 직접 연기하는 그녀화면 가득히 담기는 큰 키와 표정변화가 적은 얼굴로 거울을 보며 "한단계 더 예쁜 외모였으면 좋겠어"라고 담담하게 말하는 여자다. 어느 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는 듯한 그녀의 표정 속에 서른 중반을 살고 있는 권태와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반항심이 동시에 담겨 있다. 그것은 소녀 감수성이라고 단정짓기에는 너무 쿨한 어떤 것이다.


<미래는 고양이처럼>에서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티셔츠가 홀로 움직이는 장면이다. 마샬의 집의 현관 밖에 놓여 있던 티셔츠 '셔티'는 스스로 집 안으로 들어간다. 소피는 셔티를 발견하고 그것을 온몸으로 껴입는다. 그리고 그때부터 마샬과의 관계는 소원해진다. 미란다 줄라이는 수건이나 셔츠 같은 사물을 의인화하면서 사물들에 감정이나 정서를 되돌려주는 것을 즐긴다. 모든 사물이 이 세상에서 어떤 의미를 갖기를 바라는 것, 그것이 예술가의 임무 중 하나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 이 영화도 결국 소통과 소외에 관한 영화이고 그런 면에서 고양이가 화자가 되고, 달이 제이슨에게 충고를 하며, 셔츠가 소피를 찾아오는 것은 외로운 자들이 소통하는 또다른 방식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녀는 예전에는 심지어 불안감이나 자신감 같은 감정과도 인터뷰하는 비디오를 만든 적도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는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게 제법 대담한(?) 섹스신이 나온다. 여성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출연하면서 섹스신을 연기하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촬영장에서 무척 쑥스럽지 않을까. 아무튼 그녀가 여러모로 독특한 예술가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