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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제목만 듣고 파리의 유명한 카페 이야기인줄 알았다. 하지만 '카페 드 플로르'는 이 영화에서 음악의 제목이다. 현재의 몬트리올과 1969년 파리라는 두 개의 시공간을 이어주는 경쾌한 음악. 1969년에는 아코디언으로 어쿠스틱하게 울려퍼지고, 현재에서는 일렉트로닉 버전으로 삽입됐다. 재미있는 것은 마치 샹송처럼 들리는 이 음악이 예전부터 있던 음악이 아니라 2000년에 만들어진 곡이라는 것. '닥터 로킷'이라는 애칭으로 알려져 있는 영국 일렉트로닉 뮤지션 매튜 허버트가 파리 생제르맹 데프레의 '카페 드 플로르'의 요청을 받고 만든 곡이 바로 이 음악이다. 이브 생 로랑의 패션쇼 음악으로 사용될 뻔했는데 이브 생 로랑이 음악이 모던하지 않다고 거절했다는 일화도 있다. 감독은 이 곡을 통해 존재할 수 없는 공존과 그 모호함을 전달하려 했다고 하는데 영화 속에 편집 LP판이 등장하면서 마치 예전부터 있던 음악처럼 관객을 감쪽같이 속였으니 작전은 성공했다고 하겠다. 그밖에도 핑크 플로이드의 Breathe, 시규어 로스, 더 큐어 등의 음악이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 영화의 플롯은 알고 보면 단순하다. 하지만 전달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모자간의 사랑과 연인의 사랑. 다운증후군 아이를 키우는 엄마와 20년간 한 남자만 사랑해온 여자. 두 개의 공간에서 두 개의 전혀 다른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처음엔 두 시공간이 과거와 현재로 연결되는 이야기라고 착각하게 만들다가 나중에는 소울메이트라는 의외의 방식으로 겹친다. 하지만 줄거리와 관계없이 감각적인 화면, 영매라는 동양적인 소재, 몽환적인 음악이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캐나다 퀘벡 출신 감독 장 마크 발레는 영화의 스토리보다는 화면과 음악 등에 더 관심이 많은 감독처럼 보인다. 그는 퀘벡 주민 절반이 관람할 정도로 흥행 대박을 터뜨린 로큰롤 뮤지컬 가족 영화 <크.레.이.지>에서 데이빗 보위를 음악 감독으로 영입하고 핑크 플로이드, 팻시 클라인, 롤링 스톤즈, 엘비스 프레슬리 등 전설적인 뮤지션들을 사운드트랙에 담았고, 빅토리아 여왕의 즉위 전후를 다룬 <영 빅토리아>에서는 평범한 사극에 화려한 의상을 입힌 뒤 빠르고 감각적인 화면으로 승부했다. <카페 드 플로르>에서도 그는 주인공 앙트완을 슈퍼스타 디제이로 설정해 멋진 일렉트로닉 음악을 들려준다. 음악은 앙트완이 살아가는 힘이자 그의 치료사다. 사춘기를 맞은 딸과도 음악으로 대화하는 그는 딸에게 "너에게 음악이 중요한 것이어서 고맙다"고 말한다.


음악을 통한 스토리텔링이라는 측면에서 장 마크 발레 감독은 <클럽 싱글즈> <바닐라 스카이> 등을 만든 카메론 크로우 감독과 자주 비교되기도 한다. 영상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면서 그 안에 감성을 녹인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장 마크 발레 감독은 실제로 2003년에 이혼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그 경험이 이 영화를 만드는데 영향을 미쳤을지 궁금하다.


<카페 드 플로르>는 쉽게 따라갈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영화라는 매체의 매력은 오히려 이런 데 있는 게 아닐까. 영화는 비주얼과 오디오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매체고, 스토리 자체의 설득력이 떨어지면 비주얼과 오디오를 통해 설득해낼 수 있는 매체다. 비록 모자가 연인으로 환생한 소울메이트라는 스토리는 그다지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았지만, 이 영화는 약한 스토리와 구성을 리드미컬한 편집과 감각적인 음악으로 만회하는데 성공했다.


최근에 조니 뎁과의 관계가 삐걱거리고 있는 바네사 파라디가 다운증후군 아이를 비장애인처럼 키우고 싶은 강한 엄마로 나온다. 최근에는 음악보다는 영화에 더 주력하고 있는데 14살에 데뷔한 소녀 스타가 억척스러운 엄마를 연기하는 것을 보니 세월이 실감나긴 한다.


PS) 감독은 원래 이 영화에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을 사용하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로버트 플랜트의 반대로 무산됐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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