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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가 돌아왔다>는 아주 새로운 소재의 영화는 아니다. 시체를 갖고 흥정한다는 소재처럼 군데군데 신선한 장치가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여기저기에서 많이 본 이야기들이다. 바이오칩 연구소, 직장 선배의 딸, 회장을 배신하는 부하, 보험사기단, 국정원 이중첩자 그리고 사채업자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고 그들에게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영화를 보고나면 이 다양한 인물들을 비교적 잘 버무렸다는 느낌이 든다. 김치를 담글 때 고춧가루, 파, 마늘, 생강 등 여러가지 재료를 잘 버무려야 하듯이 이 영화의 숙제는 각본에 있었고 감독이 7년을 준비했다는 시나리오답게 등장인물들은 한 가지 주제 안에 잘 녹아든다. 배추 잎사귀에 양념들이 속속들이 잘 버무려진 것 같다. 마지막 장면에서 이범수와 김옥빈이 국정원과 협력하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대중성을 확보하려는 타협처럼 보였지만 그마저도 상업영화가 짊어져야 할 베니어 합판처럼 보였다. 김치에 꼭 필요한 젓갈 역할은 류승범이 했다. 조금 오버스럽지만 존재감이 확 사는 그의 코믹함. 그것은 화면분할과 비슷한 이야기 구도가 반복되는 이 영화를 끈기있게 지탱해준 류승범 개인의 힘이기도 했다.


그런데, 영화는 나쁘지 않았는데 도대체 왜 이 영화는 대중성을 얻는데 실패했을까? 왜 이 영화는 <범죄의 재구성>이 되지 못한걸까?


1. B급영화와 상업영화의 경계


우선, 이 영화를 어떻게 분류해야 할 지 생각해보자. 시체를 들고 흥정하는 소재는 분명히 B급영화의 소재다. 뭐 굳이 영화를 A급이니 B급이니 나눌 필요야 없겠지만 영화제에서 마니아들에게 지지받는 영화와 대중적으로 흥행하는 영화의 코드가 같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물론 좋은 영화는 어느 쪽에서도 호평받는다. 하지만 이렇게 자극적인 소재의 영화는 선택을 해야 한다. 누구를 더 만족시킬 것인지. 이 영화는 상업영화로 기획되었고 당연히 선택도 마니아가 아닌 대중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보면 자꾸만 취향 놀이에 기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록스타를 연상시키는 김옥빈의 빨간 머리, 그러나 그녀는 별로 록스타답지 않게 냉철하기만 하다. 또 김옥빈과 유다인을 데려다놓고도 마치 거세된 것처럼 성적 매력과 담을 쌓고 있는 남자주인공, 여기에 배경은 시체안치실과 공동묘지다. 현실에서 자꾸만 멀어져갈수록 대중성이 사라지는 것이 보인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세 주연 배우들의 연기에 기대고 있는데 그들은 새로운 모습보다는 기존에 해왔던 익숙한 방식으로 연기한다. 대중이 보고 싶어하는 배우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영화는 관객들에게 자꾸만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마치 입체영상 시대에 나온 평면영상처럼 보인다고 할까?


2. 힘이 약한 초반부


최근 상업영화의 미덕은 강력한 초반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입부에서 시선을 확 끌지 못하면 관객들의 마음을 잡지 못한다. 아쉽게도 <시체가 돌아왔다>는 초반이 약한 영화다. 앞으로 복잡한 인물들이 등장할 것에 대비해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눈을 확 잡아끌지 못한다. 아마도 영화를 두 번 본다면 첫 장면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하지만 상업영화를 보는 관객은 영화를 두번째 보러 온 관객이 아니다. 차라리 이범수와 정인기 간의 전혀 다른 에피소드를 집어넣으면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편이 좋았을 것이다. 초반부가 약하다보니 원래 다른 회사로 이직하려고까지 했던 이범수가 왜 범죄자가 되면서까지 사건에 말려드는지가 잘 설명되지 않는다.


3. 단순한 캐릭터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두 축인 이범수와 김옥빈. 원래 설정은 매사에 이성적이고 치밀한 연구원인 이범수와 매번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김옥빈이라는 두 개의 상반되는 캐릭터다. 초반에는 그렇게 보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두 사람 사이에서 긴장감이 사라진다. 이 영화가 좀더 재미있었으려면 두 사람 사이에 티격태격하는 장면이 훨씬 많았어야 했다. 그러나 초반에 무모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던 김옥빈은 사건이 꼬일수록 침착해진다. 잘 이해할 수 없는 변신이다. 물론 둘 사이에 류승범이 나타났다. 이 어처구니없이 낙관적이고 모든 코미디를 몸소 실천하는 캐릭터는 영화의 보물 같은 존재다. 하지만 그렇다보니 이범수와 김옥빈은 류승범 앞에만 서면 몸을 사리는 것처럼 보인다. 류승범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갈등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저 천진난만하게 의기투합한다. 그러니 때로는 오버스런 대사를 내뱉는 류승범이 안스럽게 보이기까지 한다.


***


조금 더 영리했다면 이 영화는 충분히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었을 영화다. 꽈배기처럼 비비꼬이는 플롯은 다음 장면을 궁금하게 만들고, 각각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배경에는 사회적인 메시지도 담겨 있다. 예컨대, 중소기업을 등치는 대기업,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청년, 빚보증으로 망한 친구, 지급을 거부하는 보험사, 철거를 앞둔 아파트 등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코미디를 표방한 영화답게 <7급 공무원>처럼 어설픈 국정원 스파이 유다인과 겁많은 사채업자 고창석, 그리고 시체안치실의 오정세가 심약한 모습으로 웃음을 안겨주기도 한다. 제목에 들어간 '시체'라는 단어에서 오는 거부감을 상쇄시킬 만큼 유쾌하게 즐길 수 있다. 그래서 더 아쉽다. 이 영화가 딱 여기까지인 것이.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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