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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배경은 포레스트 파크, 포틀랜드, 오레건 주.


매일 숲속을 살펴보러 다니는 여자가 있다. 그녀는 시험을 앞둔 여동생과 함께 단둘이 산다. 그녀가 숲속을 배회하는 것은 1년 전의 처참한 기억 때문이다. 숲속에서 납치 감금됐다가 기적적으로 탈출했던 기억. 하지만 살아돌아왔다는 안도감도 잠시, 경찰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아니 아무런 증거가 나오지 않았고 그녀는 감금된 곳이 어디였는지도 기억하지 못했으며 범인의 얼굴도 전혀 떠올리지 못했다. 그날 이후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사라졌다는 뉴스가 나오면 어김없이 경찰을 찾아와 괴롭힌 덕에 정신병원에 감금되기도 했다.


그날도 그녀는 숲속 이곳저곳을 살펴보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야간근무를 하는 식당으로 출근했다. 집을 나서기전 여동생은 아침에 일어나서 마저 공부를 해야하니 돌아오면 아침 6시에 깨워달라고 부탁했다. 식당에서는 그날 유난히 팁을 많이 주는 손님이 있었다. 운이 좋은 날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알람이 울렸다. SMILE! 우울증 약을 먹을 시간이다. 웃음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식당 영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집에 동생이 없다. 사진 한 장이 사라졌을 뿐 다른 도둑맞은 흔적도 없다. 또다시 그날의 악몽 같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놈이 돌아온 것이다.


브라질 출신의 헤이토르 달리아 감독이 처음으로 미국에서 만든 영화 <로스트>(원제는 <Gone>)은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해서 그녀가 모든 어려운 상황을 뚫고 사건을 정면돌파하는 과정을 따라가는 직선 플롯이다. 보통 이런 이야기는 추진력을 갖고 질주하다가 중간에 한 번 탄력을 잃으면 김이 빠지기도 하는데 이 영화는 그렇게 막히는 장면이 없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때로는 낙차 큰 절벽에서 쏟아져내리듯 긴장감이 팽팽하다.


그 사건이 있은 뒤 호신술을 연마하고 어두운 숲속으로 '그놈'을 찾아나서는 질 역할은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맡았다. <맘마미아> <인 타임>에서와는 전혀 다른 강렬한 역할인데 그녀에게는 청순한 미소 이면에 강한 눈매도 있다. 그래서 꽤 잘 어울린다. 분노와 공포 사이에서 갈등하는 표정은 <클로이>에서 보여준 눈빛과 비슷하다. 태연하게 거짓말을 해대면서도 목표를 향해 겁없이 돌진한다.


영화는 자주 하늘에서 본 포틀랜드 도시의 야경을 비춘다. 그럴 때마다 넓은 도시에서 홀로 고립된 여주인공의 심리가 더 부각된다. 여동생이 분명히 납치됐다고 믿는 질. 하지만 경찰은 믿어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정신병력이 있는 그녀가 총기를 소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체포하려고 한다. 이제 그녀는 경찰에게 쫓기는 상황에서 홀로 범인을 찾아나서야 한다. 전형적인 <도망자> 컨셉트에서 주인공을 매력적인 여성으로 바꾸고 그녀에게 정신병력을 씌워서 관객마저도 그녀의 말을 의심하게 만드니 조금 더 풍부한 플롯이 되었다. 다만, 마지막 장면, 숲속에서의 대결과 엔딩은 다소 급하게 끝낸 듯한 느낌이 있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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