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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을 가진 자가 모두 영웅은 아니다"라는 카피는 이 영화를 한마디로 표현해준다. 어느날 우연히 세 명의 고등학생에게 초능력이 생기고 그중 자신의 능력을 제어할 내면의 힘이 부족한 앤드류가 폭주하고 만다. 처음부터 끝까지 캠코더와 CCTV 화면으로만 구성된 이 영화는 철저하게 계산된 카메라 덕분에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사실감을 획득하고 있다.


이 영화로 혜성같이 데뷔한 조슈아 트랭크 감독은 어느날 비행기 창밖으로 구름을 보면서 그 속에서 공을 차는 영화를 찍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고 그 상상력이 지금의 <크로니클>로 이어졌다고 하는데 단지 하늘을 날아다니는 상상력이 이토록 스케일이 큰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 또 부럽기도 하다.


<크로니클>에는 세 친구가 나온다. 각각 성격과 살아온 배경이 다르기에 그들은 영화 속에서도 곧잘 부딪힌다. 우선 병든 엄마와 폭력적인 아빠와 함께 살고 있는 앤드류는 홀로 캠코더만 들고 다니는데 친구도 없고 학교에서 인기도 없는 캐릭터. 앤드류의 사촌인 맷은 평범하게 보이면서도 철학에 관심이 많은 모범생 스타일이지만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적극적인 캐릭터. 그리고 정치가를 꿈꾸는 흑인 스티브는 리더십이 있어 학교에서도 인기 많은 캐릭터. 이렇게 전혀 다른 세 친구가 똑같은 초능력을 갖게 되고 자신의 능력에 점점 적응하면서 다양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결국 자신이 가진 초능력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은 가정환경 등 그 사람이 살아온 환경이나 성격에서 기인한다는 것이 결말이다. 이것은 마치 영화 <지구를 지켜라!>에서 외계인을 고문하는 병구가 극단적인 가정환경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는 설정과 엇비슷한데, 가정환경으로 풀어가는 방식이 설득력이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식상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영화에 등장하는 앤드류의 캠코더가 인물들을 담아내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앤드류 1인칭 시점으로 시작했다가 초능력으로 캠코더가 앤드류의 손을 떠나면서 2인칭 시점이 되기도 하고 3인칭 시점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급기야는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전지적 시점이 되는데, 여러 시점을 넘나드는 것이 주인공의 심리상태나 극적 변화에 따른 일관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지만, 어쨌든 영화 속에서 사건이 점점 커지면서 캠코더가 어디에 있는지를 생각하는 재미는 주고 있다.


영화의 배경인 시애틀은 일년 내내 안개 자욱한 날씨로 인해 그동안 운치 있는 로맨스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했지만 이 영화를 계기로 SF에도 어울리는 도시로 거듭날 것 같다. 사실 UFO를 닮은 스페이스 니들과 공중 모노레일, 그리고 SF 박물관을 갖고 있는 도시 아니던가.


그런데 왜 이 영화의 제목이 <크로니클>일까? '연대기'라는 뜻을 가진 이 영어단어는 아마도 후세에 누군가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캠코더를 발견하게 되면 붙였을 제목이라는 의미로 지어진 제목인 듯하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눈 쌓인 티베트 앞에 놓인 캠코더를 발견한 사람은 누구일까?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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