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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서 내리기전 뒤늦게 3D <휴고>를 봤다. 1930년 파리 몽파르나스역이 눈 앞에 펼쳐지는 첫 장면부터 3D 효과가 정말 환상적이다. <아바타>의 3D는 차가운 면이 있었는데 <휴고>는 따뜻하다. 깊이가 있고 감정이 살아있다. 장면 하나하나에 무척 공들인 마치 애니메이션 같은 판타지 느낌이 그대로 전달된다.

<휴고>의 원작인 브라이언 셀즈닉의 그림책 [위고 카브레]는 우연히 조르주 멜리에스가 만든 자동 인형이 그의 사후에 박물관에 기증됐다는 것을 알게 된 작가가 한 모험심 많은 소년을 등장시켜 창조한 동화의 세계다. 마틴 스콜세지는 자신의 막내딸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를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말년에 <화니와 알렉산더>를 만든 잉그마르 베르이만도 그렇고 거친 영화를 찍어왔던 거장들이 나이가 들면 순수한 세계를 담고 싶어 하는가 보다.

영화 마니아로 소문난 마틴 스콜세지 답게 <휴고>에는 고전영화에 관한 오마주가 가득하다. 소년과 소녀가 몰래 극장에 숨어 들어가서 보는 프레드 뉴마이어 감독의 <마침내 안전 Safety Last!>에서 해롤드 로이드가 시계탑 위에서 코믹 연기를 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마지막에서 소년이 역무원을 피해 시계탑에 매달리는 장면으로 되살아난다. 또 뤼미에르 형제의 <기차의 도착>, 찰리 채플린, 에드윈 포터, D.W.그리피스 영화들 등 초기 걸작들이 영화 속 영화로 등장하고, 무엇보다 멜리에스의 <달나라 여행>을 비롯해 <요정의 왕국>, <천일야화> 등 사후 복원된 그의 영화들 몇 편이 영화 속 극장에서 상영된다.

<휴고>에서 가장 가슴 뭉클했던 장면은 조르주 멜리에스의 작업을 재현한 STAR FILM 이라는 스튜디오다. 아마도 영화 사상 최초의 스튜디오일 그의 햇빛 잘드는 건물에서 젊은 시절의 마술사 멜리에스는 영화라는 신기술을 꿈을 실현하는 도구로 만들기 위해 헌신한다. 그곳에서 멜리에스와 그의 작업팀은 용과 싸우고 해골인간을 잡고 또 여인들을 로켓에 태워 달나라로 보내기도 한다. 현대에 쓰이는 거의 모든 영화 기법의 원조를 발명해낸 멜리에스의 작업 장면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아마도 스콜세지가 아니면 하기 힘든 작업일 것이다. 현대의 가장 판타스틱한 첨단 기법인 3D는 멜리에스 영화의 환상적인 모습들을 드러내는 최선의 도구가 되었다.

초창기 영화로의 환상특급여행을 떠나는 스콜세지판 <시네마천국>인 <휴고>. 벤 킹슬리가 조르주 멜리에스역, <보랏>의 사샤 바론 코헨이 휴고를 괴롭히는 역무원역, 미국판 <렛 미 인>의 신비한 소녀 클로이 그레이스 모레츠가 모험심 가득한 이사벨역, 그리고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의 눈이 맑은 소년 아사 버터필드가 외로움 속에서 친구를 찾고 싶어하는 휴고역을 맡았다. 책을 좋아하는 이사벨이 스스로 모험심 가득한 공간이라고 부르는 거대한 도서관에서 뒤로 햇살이 가득한 가운데 휴고와 이사벨을 한 번씩 번갈아 클로즈업하며 비추는 장면도 아주 멋지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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