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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 죄와 벌'이 개봉 16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16번째 '천만 영화'의 탄생입니다. 16일은 '명량'에 이은 두 번째 최단 기간 기록인데요. '명량'은 12일, 3위인 '부산행' '택시운전사'는 19일이었죠. '신과 함께'의 폭발적인 흥행 덕분에 2017년 한국영화는 점유율 50%를 단숨에 회복했고, 극장 관객 수 역시 2억1900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습니다. 한 편의 영화가 침체된 한국영화계 흐름에 엄청난 반전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김용화 감독으로서도 '미스터 고'(2013, 130만명)의 부진을 털고 다시 한 번 흥행감독으로 비상할 수 있는 날개를 달았습니다. 영화가 1000만 관객을 막 돌파한 지난 1월 4일 서울 상암동 덱스터 스튜디오에서 김용화 감독을 만났습니다. 그는 이날만 해도 4개 매체와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을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그대로 게재합니다.
©Youchang
Q. ‘신과 함께’가 2018년 첫 천만 관객 영화로 등극했습니다. 소감은요?
A. 굉장히 빠른시간에 돼서 사실 좀 얼떨떨합니다. 저희도 첫날 스코어 보고 둘째날 보고 하면서 어어어... 하다가 이렇게 된 거거든요. 그만큼 광풍이 불었다 할 정도로 너무 빠른 시간에 사랑을 많이 받게 돼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신차리고 보니까 쉽게 있을 수 있는 일은 아니네요. 그래서 책임감도 많이 느끼고요. 2부도 남아 있어서 부담도 많이 되고 하네요.
Q. ‘신과 함께’ 흥행 비결 세 가지를 꼽아본다면요?
A. 첫 번째는 원작 웹툰. 탄탄한 스토리가 있었고, 그 부분에서 드라마가 좀 흡입력이 있고, 임팩트가 있지 않았나 생각해보고요. 두 번째로는 강하고 진한 드라마. 볼거리 위주의 영화에서 그런 것들까지 갖춘다고 보신거 같아요. 세 번째로는 한국의 기술력.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니까요. 뭐, 시의성이나 사회성이 아니어도 충분히 신선함을 줄 수 있는 영화로 인식된 것 같습니다.
Q 감독이 생각하는 ‘신과 함께’ 명장면은 어떤 장면인가요?
A. 덕춘이 마지막에 자홍을 변론하려고 염라대왕과 설전을 벌이는 그 순간을 좋아합니다. 매우 좋아해요.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그 어린 보조 변호사가 2시간 동안 의뢰인을 위해서 목놓아서 변호하죠. 뭐, 논리적으로 변론하진 못하지만 그녀의 진심이 담긴 그 순간을 좋아합니다.
Q. ‘신과 함께’가 한국형 프랜차이즈 영화가 될 수 있을까요?
A.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영화들과 비교하면 사실 예산이 10배 이상 차이나는 영화들이라서 역부족이긴 한데, 일부 재밌게 보신 관객분들도 있으니까 기대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신과 함께’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게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은 기간동안 레벨업을 해야죠.
Q. ‘신과 함께’ 2부는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나요?
A. 50% 정도 마쳤습니다. 촬영은 이미 끝났고 편집도 절반 정도 마친 상태입니다. 여름 개봉을 위해 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편집 과정에서 돌이켜보니 1부와 2부 촬영을 동시에 한 것을 후회할 때가 있습니다. 좀 더 잘 찍을 수 있었을텐데 하는 후회죠.
Q. 영화 제작자인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3부도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요?
A. 만약 하게 되면 3부와 4부를 동시에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Q. 1,2부를 동시 촬영한 것을 후회하신다면서요?
A. 그건 3,4부는 제가 안 하면 되니까요. (웃음)
Q. 그럼 3,4부는 연출 안 하시는 건가요?
A. 아, 꼭 그건 아니고… 요즘은 하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고 있긴 합니다. 아직 제안은 받지 못했는데 (제안이 오면)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미스터 고’의 실패 이후 어떤 생각을 했나요?
A. 개인적으로는 좀 오만했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요. 당시에는 제가 무슨 영화를 한다고 해도 다 투자가 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런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도 많이 하고, 거절도 많이 했는데요. 영화의 절반은 기획이잖아요. ‘고릴라를 주인공으로 야구를 한다’라는 두 가지 난제에 중국과의 합작이 겹쳐 영화가 점점 더 어려워졌는데, 세상에 모든 일은 양면을 띄고 있으니까요. 흥행적으로는 참패를 겪었지만 한편으론 한국영화의 새로운 방향과 가능성도 많이 느꼈죠. 그러면서 저는 스스로 기획적인 측면에서 오만한 생각을 버리고, 좀 더 보편적이면서 우리 생활을 관통할 수 있는 얘기에 집중해야겠다. 거기에 시각적 쾌감을 강조하면 세계 시장에 노크할 수 있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미스터 고’는 제 스스로에겐 정말 귀중하고 소중한 작품입니다. 물론 관객들에게까지 재평가 받을 이유는 전혀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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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연출한 다섯 편 중 네 편을 흥행 성공시킨 상업영화 감독으로 타율이 대단히 높습니다. 대중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A. 제가 그런 능력이 있는 지는 전혀 모르겠고요. 제가 좋아하고, 이 정도 이야기면 저도 재밌게 연출할 수 있겠다는 것을 관객이 때맞춰 좋아해 주시는 거죠. 만약에 알고 맞힌다고 생각하면, 그것만큼 오만한 얘기는 없겠죠. 저는 관객이 저보다 심리적인 고통이든, 육체적인 고통이든, 사회적 경험이든, 학식이든, 교양이든 저보다 높은 수준에 있다고 보고 시나리오를 씁니다. 어떤 부분은 조금 유치하게 보이더라도 ‘우리 관객이라면 이 정도는 이해해 주실거야’ 하면서 임합니다. 또 영화의 연령별 타겟층도 중요하다고 봐요. ‘12세이상 관람가’면 부모 동반 전체관람가에 해당하니까 묘사에서는 잔혹하거나 굳이 그렇지 않아도 되는 부분은 걷어내죠.
Q. 원작보다 더 가족 이야기가 강조됐습니다. 엄마가 장애인으로 설정됐고 원귀가 주인공의 동생으로 바뀌었어요. 원작의 담백한 맛을 해쳤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A. 충분히 그럴 수 있고요. 관객 성향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안될 걸 뻔히 알면서 승부수를 던지는 바보가 어디 있겠어요. 관객과 공감대가 있느냐 없느냐는 실제로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과 편집 과정에서 모니터링을 수없이 많이 합니다. 거기서 절대 다수의 관객 의견이 어떤지가 중요한 거죠.
대중문화의 관점에서 이 영화는 난도질 당하기 딱 좋죠. 그런 부분에서 저는, 안전장치라고 할까요, 이 영화를 만들면서 저 스스로에게 물어봤습니다. 만약 제가 죽는다면 누구를 가장 보고 싶은가 이렇게요. 저는 어머니 보고 싶거든요. 웹툰에 있던 요소들을 하나로 합치는 과정에서 조금 더 드라마가 세지겠다는 결단은 누가 하더라도 그런 설정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왜냐하면 두 시간 동안 감정이 휘몰아치는 영화를 보고 싶지 단일한 레이어를 가진 영화를 보고 싶어하지는 않을 거거든요. 물론 그런 영화도 영화적으로는 가치가 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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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감정이 휘몰아치는 영화라는 말이 인상적입니다.
A. 저는 그게 너무 중요하다고 보고요. 생각해보면 관객은 귀중한 시간을 내서 (극장에) 오시는데 만약 필사적이지 않은 인물이 나오면 만족하지 못 하겠죠. 원작에선 소시민의 소소한 삶을 에피소드화해서 통찰이 더 엿보이죠. 하지만 저는 그런 시나리오로는 영화 못 들어가요. 저한테 연출 제안이 왔을 때도 이미 30고 이상의 원고 버전이 있었는데요. 전부 원작과 똑같이 해보려다가 실패한 것이고요. 주호민 작가의 세계관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제 버전은 관객에게 두 시간 동안의 감정 드라이브를 하는 거죠. 제 선택이 맞다, 틀리다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대중영화의 미덕은 아주 절실한(desperate) 인물을 가져다 놓고, 그 인물의 선택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드는 거잖아요. 단점 없는 영화가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단점을 보강하려고 메우는 것보다는 차라리 저는 강점을 좀더 강하게 해서 단점을 안보이게끔 하는 것이 영화의 중요한 작법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과도하게 느끼실 수 있는 부분은 어머니한테 두 아들을 잃게 하는 부분이라든지… 뭐 그 설정은 제가 쓴 게 아니었지만 어쨌든 저는 그 시나리오를 읽고선 '그걸 말이 되게끔 한다면 훨씬 진폭은 크겠다'라고 생각해서 그걸 좀 말이 되게 하려고 노력했고요. 제가 그렇게 설정한 이유는 돌아가신 제 어머니를 포함해서 자식의 허물 앞에 모두가 벙어리라는 부모의 마음을 강조하기 위해서죠. 이 영화를 잘 보신 분들은 그게 자연스러운 은유라고 받아들이실 거고, 이 영화를 팔짱 끼고 보신 분들한텐 공격당하기 딱 좋은 프레임이라고 생각합니다.
Q. 팔짱 끼고 보신 분들은 이 영화가 과도한 신파라고 비판합니다.
A. 신파는 호불호가 되게 분명한 장치고요. 그것을 자연스러운 결과물로 받아들이면 감동으로 다가오는 거고, 뭔가 억지스럽고 말이 안 되는 설정이라고 생각하면 신파 쪽으로 흘러가는 거죠. 이 영화가 단순하게 단일한 슬픔, 비통한 슬픔만을 강조한 것이냐. 저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물론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의 반발은 세겠죠. 근데 거기에 기대어 감정을 좀 더 밋밋하거나 약간 건조한 영화를 만드는 거는... 삶과 죽음을 가지고 재판을 받아야 하는 전체 스토리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거든요. 원작 팬들은 ‘원작은 이래저래서 좋았는데...’ 그렇게 말하지만 웹툰의 관용성은 영화와 다르거든요. 영화에서 10초만 그래보세요. 관객들 그냥 감정 빼버립니다. 영화가 그렇게 어려운 거라고 보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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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CG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입니다. 이동진 평론가는 혹평했습니다. 20년 전 할리우드 영화 ‘천국보다 아름다운’(1998)에 비해 나아진 게 없다는 평이었습니다.
A. 저는 그분의 평은 못 읽어봤는데요. 이동진 평론가랑 한두 시간 동안 CG에 대해 얘기하면 아주 재밌는 토론이 될거 같은데요. ‘신과 함께’의 VFX는 금액 대비 할 수 없는 게 많아요. 자연의 풍경과 합성한다든지, 물의 렌더링이라든지, 불의 요소라든지… 저는 그렇게 뒤처진 기술이라고 보지는 않고요. 실제로 미국에서도 긍정적인 사전 평가를 많이 받아봤거든요.
Q. 비판 중에는 왜 CG에 클로즈업이 없냐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모든 숏이 롱숏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 CG에 자신감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냐는 지적이었습니다.
A. 클로즈업은 그렇게 어려운게 아닙니다. 어차피 저희는 4K 이상으로 렌더링을 걸고 하기 때문에 자신이 없어서 안 넣은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접사가 더 쉽고요. 원귀의 얼굴을 좀 더 리얼하게 보여준다든지 하는게 오히려 더 쉽죠. 이거는 좀 당혹스럽긴 한데... 뭐, 아무튼 WETA나 ILM에 이 예산에 만들 수 있냐고 물어보면 답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신과 함께’ 속편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요?
A. ‘신과 함께’ 1,2부는 ‘용서’와 ‘구원’이라는 화두를 4시간에 걸쳐서 풀어내는 작품입니다. 그거 하나만을 잘 성취해도 대중영화로써 미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2부는 용서와 구원의 확장판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1부에서 모든 캐릭터가 세팅이 되어 있기 때문에 2부에서는 캐릭터 빌딩보다는 좀 더 재미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즐겁게 관람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이 질문을 꼭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1부 마지막 장면에서 염라(이정재)는 왜 해원맥(주지훈)으로 변해서 강림차사(하정우)를 시험하는 건가요?
A. 그것은 2부를 보면 아실 수 있고요. 그 정도 궁금증은 관객에게 던져주고 싶었습니다. 시나리오 상에서도 논쟁이 많았거든요. 어디까지 보여줄 것이냐. 차사들은 왜 기억을 못하고, 염라대왕은 왜 내려왔을까요? 그건 2부를 보고 평가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매일경제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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