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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개봉영화 중 나만의 베스트 10을 꼽았습니다. 올해는 영화를 꽤 다양하게 본 것 같습니다. 하반기에 몇 편을 놓친 것이 아쉽긴 하지만 중요한 작품들은 거의 본 듯합니다. 제가 베스트 영화를 꼽는 기준은 두 가지입니다. 놀랄 만한 장면이 적어도 한 신은 있을 것, 처음부터 끝까지 공기를 장악할 것. 그럼 저의 리스트를 한 편씩 살펴볼까요?


10. 패터슨



패터슨에 살면서 패터슨에 대한 시를 쓰는 패터슨 씨의 이야기를 그린 짐 자무쉬 감독의 이 영화는 굉장히 가볍고 심심한 톤으로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을 포착해내는 영화입니다. 우리 인생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패턴으로 이루어져 있고 영화는 그 속에서 성냥갑처럼 작은 것 하나를 발견해내는 것이 예술이 아니냐고 묻습니다.


9. 녹터널 애니멀스



현재와 과거와 소설 속 이야기 등 세 가지 이야기가 뱀의 혀처럼 날렵하게 교차합니다. 한 번 보면 잊기 힘든 강렬한 이미지와 추측을 불가능하게 하는 전개로 현혹하는 히치콕 스타일의 스릴러입니다.



8. 아이 캔 스피크



한국영화는 감정을 쥐어 짜는 ‘신파’적 요소를 과하게 삽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어느 정도에서 멈춰야 하는지 적정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또 여성을 홀대했던 기존 한국영화들의 악습을 끊는 대안이 되어주었습니다.


7. 컨택트



헵타포드의 언어가 화면에 나타난 순간 머릿속에 느낌표가 그려졌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막연히 상상만 했던 외계인의 언어는 정말로 저렇게 보여질 것만 같아서였습니다. 난해한 소설을 탁월하게 영상으로 옮긴 드니 빌뇌브 감독은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재능있는 감독이 아닐까 싶습니다.


6. 분노



살인사건의 범인을 추적해가는 이 영화는 2시간 21분으로 길지만 몰입감이 상당합니다. 서로 다른 세 도시에서 살아가는 세 명의 용의자들을 보여주면서 관객이 계속해서 의심하게 합니다. 그리하여 결국 분노의 실체는 의심이라고 말하는 영화입니다. 후반부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떠올리게 합니다.


5. 퍼스널 쇼퍼



신비롭고 기이한 영화입니다. 호러영화처럼 시작해서 살인 추리극으로 전개되더니 오컬트영화처럼 마무리합니다. 소비사회의 유령이 죽음의 욕망과 만납니다. 영화의 열린 결말을 보고 나면 살짝 ‘멘붕’에 빠집니다. 보는 대로 믿는 영화가 아니라 믿는 대로 보는 영화입니다.


4. 겟 아웃



울면서 웃는 사람을 저는 이 영화에서 처음 본 것 같습니다. 최면에 걸려 의식 아래로 침몰해 있는 사람들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죠. 인종차별 문제를 참 영리하게 호러 장르에 녹였습니다. 사회고발성 주제를 기저에 깔면서 공포영화로 즐기기에도 충분히 흥미진진합니다.



3. 꿈의 제인



복잡하면서도 단순한 스토리라인으로 영화가 아니면 접하기 힘든 가출소년소녀들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무엇보다 우울한 정서를 감싸는 제인이라는 판타지 캐릭터가 이 영화를 독보적으로 만들어줍니다. 기존 사회의 관습으로는 절대 재단할 수 없는 여자인 제인 덕분에 작은 위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2. 문라이트



흑인영화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부서질 듯 섬세하게 소년의 내면을 포착한 성장담입니다. 외로운 소년의 꼭꼭 숨겨둔 사랑과 상처받은 마음을 표현하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감정 묘사는 본 적이 없습니다. 푸른 달빛 아래 서 있는 흑인 소년의 이미지, 마지막 챕터에서 성인이 된 그의 눈에 촉촉히 맺힌 눈물은 영화를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해주었습니다. 


1. 엘르



80세 가까이 된 폴 버호벤 감독의 영화라는 게 놀라웠습니다. 나이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닌가 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예측을 불허합니다. 모든 관습에 저항합니다. 당연하게 생각되는 장면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이런 여자가 실존할까 싶지만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엔가 있을 법도 합니다. 잠들어 있던 온몸의 자극을 깨우는 도끼 같은 영화입니다.



베스트 10에 오르지 못했지만 기억해둘 영화들:


1987

강철비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기억의 밤

나는 부정한다

남한산성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

노무현입니다

다시 태어나도 우리

더 킹

덩케르크

레이디 맥베스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몬스터 콜

미스 슬로운

블레이드 러너 2049

세 번째 살인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

언노운 걸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우리의 20세기

원더 우먼

윈드 리버

인비저블 게스트

토니 에드만

토르: 라그나로크

히든 피겨스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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