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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는 마음에 상처를 가진 소년입니다. 병에 걸린 엄마는 시한부의 삶을 살고 있고, 아빠는 자신을 책임지려 하지 않고,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합니다. 그가 유일하게 마음을 열어놓는 때는 그림을 그리는 순간뿐입니다. 소년은 엄마와 함께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킹콩을 좋아한 엄마와 함께 괴물을 주로 그렸습니다.
더 이상 엄마가 소년과 함께 그림을 그려줄 수 없게 된 어느 날, 소년에게 괴물이 찾아옵니다. 잠들었다가 깬 시각이 12시 6분. 곧바로 1분 뒤 나무 모양의 거대한 괴물이 소년에게 나타나 이렇게 말합니다. “앞으로 너에게 세 가지 이야기를 해줄 거야.”
나무 괴물이 해주는 첫 번째 이야기는 왕이 된 왕자의 이야기입니다. 왕자는 선임 왕의 후처인 나쁜 여왕을 피해 달아나 평범한 시골 처녀를 사랑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왕은 권력강화를 위해 왕자와 결혼하려고 시골 처녀를 찾아내 죽입니다. 분노한 왕자는 봉기를 일으켜 여왕을 처단하고 왕위에 오릅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는 반전이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왕자가 꾸며낸 스토리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진실은 따로 있습니다. 왕자가 시골 처녀를 죽인 뒤 명분을 만들기 위해 여왕이 죽인 것처럼 꾸몄다는 것이 동화 뒤에 숨겨진 진실입니다. 어찌됐건 왕이 된 왕자는 나라를 평안하게 다스렸습니다.
“전부 나쁜 사람이면 착한 사람은 없나요?”
소년이 묻자 나무 괴물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복잡해. 일방적으로 착하거나 악한 사람은 없어.”
나무 괴물은 이후로도 12시 7분만 되면 나타나 소년에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한 번은 소년이 나무 괴물을 불러내기 위해 일부러 시계를 앞으로 돌리기도 합니다. 속은 줄 알면서도 괴물은 나타납니다. 병원으로 옮긴 엄마 대신 할머니의 집으로 이사했지만 할머니는 무섭기만 해 소년이 얼마나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인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죠. 좌절한 소년에게 나무 괴물은 두 번째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믿음을 버리면 모든 것을 잃는 거야.”
세 번째 이야기는 학교에서 놀림받는 소년에게 해주는 말입니다.
“투명인간이 되지 마.”
그리고 나무 괴물은 소년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야. 너의 네번째 이야기를 써. 용기를 내라.”
소년의 멘토 역할을 하는 나무 괴물의 정체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밝혀집니다. 그것은 역시 엄마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오퍼나지: 비밀의 계단>(2007), <더 임파서블>(2012)을 만든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의 작품입니다. 두 작품 모두 판타지 느낌 속 서정성이 일품이었죠. <판의 미로>의 미술감독 유제니오 카바예로, <오퍼나지>의 촬영감독 오스카 피우라 등이 <몬스터 콜>에 합류해 환상적인 미장센과 영상미를 보여줍니다. 바요나 감독은 최근 <쥬라기 월드> 속편의 감독으로 확정됐는데요. 이 영화를 보면 그 실력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게 됩니다.
엄마 역의 펠리시티 존스 연기가 정말 좋습니다. 할머니 역의 시고니 위버도 근사하고요. 코너 역의 루이스 맥더겔은 상처받은 신비한 소년의 느낌을 잘 연기했습니다. 나무 괴물의 목소리는 리암 니슨이 맡아 매력적인 저음을 들려줍니다.
원작소설 작가인 패트릭 네스는 “이 영화는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가 언젠가 겪게 될 상실과 두려움, 상실 이후의 희망을 그리는 이야기다. 우리 모두의 일기장 같은 영화”라며 영화를 소개했는데요. ‘일기장 같은 영화’라는 표현은 이 영화에 딱 맞는 표현인 듯합니다. 우리 모두는 한때 소년이었고, 혹은 지금도 소년이니까요. 상실감은 누구에게나 찾아오고 힐링이 필요할 때 작은 위로가 되어줄 따뜻한 영화입니다.
몬스터 콜 A Monster Calls ★★★★
모두에겐 각자의 나무 괴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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