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벌써 13회를 맞았네요. 청풍호반을 배경으로 영화와 음악이 있는 축제. 그동안 가봐야겠다고 생각만 하다가 이번에 처음 찾았습니다. 목요일 개막식이었고 저는 금요일과 토요일에 갔습니다.


인구 13만명의 제천이라는 작은 도시에선 가는 곳마다 온통 이 영화제만 보였습니다. 특히 메인 무대가 꾸며진 청풍호반에는 모처럼 나들이 나온 제천 시민들이 많았어요. 만났다고 반갑게 소리치고, 또 누구 잘 계시죠, 이런 인삿말들이 오가고요. 한켠엔 세명대 학생들도 많이 보이더군요. 그렇게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이 객석에 앉았습니다. '국제영화제'이지만 외국인 혹은 타지인은 그리 많지 않아 제천이라는 도시에서 열리는 그들만의 작은 축제 같았습니다.


금요일 밤 청풍호반무대에서 상영된 영화는 버스터 키튼의 1923년작 <손님 접대법>이었습니다. 영국에서 온 무성영화 전문 연주자 스티븐 혼의 피아노에 맞춰 영화가 시작되었는데요. 만능 엔터테이너 버스터 키튼의 위대함은 10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통하더군요. 흑백 무성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박장대소를 하며 웃어서 즐거웠습니다. 특히 1830년대 초기 기차여행이 이어지는 초반부터 중반부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옛 기차여행 모습에 다들 박수를 치며 난리가 났죠. 아마도 1920년대 극장 풍경이 이렇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몰입도가 엄청났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이어진 공연에선 큐바니즘, 거미, 김윤아가 차례로 등장했는데, 누구보다 김윤아의 라이브가 놀라웠습니다. 음반으로 들을 때보다 더 노래를 잘 하는 가수라니요. '미저리'와 '꿈' '봄이 오면'을 들을 땐 가슴이 터질 듯했습니다. 영화제이다보니 '봄날은 간다'도 불러주었고요.


국제영화제가 있는 다른 도시인 부산, 부천, 전주보다 훨씬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음악이 있는 영화, 영화가 있는 음악을 즐기고 싶은 분들은 제천을 찾아보세요. 지금부터 사진과 함께 간단히 스케치해 보겠습니다.



제천 시내에 국제음악영화제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습니다. 8월 중순이지만 바람이 불어서 시원한 날이었습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주요 무대는 청평호반무대, 시내의 메가박스, 문화회관, 의림지무대 이렇게 4곳입니다. 거리가 꽤 멀어서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합니다. 이곳은 메가박스 앞에 설치되어 있는 간이 매표소입니다.




메가박스 앞에는 작은 공연 무대가 마련되어 있는데요. 매년 '거리의 악사' 페스티벌을 합니다. 이곳의 우승팀은 다음해 청평호반 메인무대에 설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네요.



'뉴트럴리비도'라는 밴드가 락 음악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이번 영화제 초대작들의 감독들 132명의 사진을 모아놓았네요.



이번 영화제 개막작인 <장고>는 매진이군요. 저는 다행히 티켓을 미리 구입해서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장고>는 손가락 2개를 절단하고도 최고의 재즈 기타리스트로 우뚝 선 장고 라인하트의 생애를 그린 작품입니다. 벨기에인이자 집시인 그는 2차대전이 발발하고 독일군이 그의 자유로운 영혼을 위협하자 스위스로 필사의 도주를 감행합니다. 재즈, 블루스 등 음악이 참 좋은 영화였습니다. 마지막 장면 장고가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만든 음악이 울려퍼지는 순간은 정말 감동적입니다. 사진은 이 영화를 연출한 프랑스인 에티엔 코마르 감독이 관객과의 대화에서 답변하는 모습입니다. 오른쪽은 통역자인데 저분 통역을 참 능숙하게 잘 하시더군요.



메가박스를 나와 셔틀버스를 타고 청풍호반으로 향했습니다. 저녁 7시쯤 도착했는데 벌써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네요.



개막작 <장고> 포스터 뒤로 살짝 노을이 지고 있습니다.




드디어 입장이 시작되고 청풍호반 무대를 향해 걸어갑니다. 해질녘 호수가 보이는 고즈넉한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짜잔~ 드디어 나타난 무대. 간이의자에는 좌석이 따로 없어서 선착순으로 앉을 수 있습니다.



카메라 촬영과 조명을 위해 설치된 구조물 뒤로 해가 저물어가고 있네요.



오늘밤의 주제는 'One Summer Night - DIVA Night' 입니다. 기다리는 동안 영화 <디바>의 주제곡이 나오고 있었어요.



저녁 8시가 되어 영화가 시작됐습니다. 버스터 키튼의 <손님 접대법>입니다. 영화도 재미있지만 자꾸만 밤하늘에도 눈이 가네요.



어두워질수록 하늘에 별이 더 선명해집니다. 하늘에는 별, 땅에는 영화, 그리고 음악이 있는 밤.



영화가 끝나고 이제 음악이 시작될 차례입니다. 잠시 무대에 불이 꺼지고 정적이 찾아왔네요.




첫 무대는 지난해 거리의 악사 페스티벌 우승팀 '큐바니즘'입니다. 객석의 큰 규모에 긴장했는지 무대를 압도할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꽤 신나는 라틴 댄스 음악이 이어졌습니다. 자작곡보다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글로리아 에스테판 등의 잘 알려진 곡을 나름대로 편곡한 노래를 부를 때 좋았습니다.



주최측에서 야광봉을 나눠줬어요. 신나는 곡이 나올 때마다 흔들라고요. 덕분에 객석에도 빛이 가득합니다.



탁트인 공간에 날씨도 좋고 공기도 좋고... 다들 음악에 흠뻑 빠져있네요. 아쉬운 점이라면 모기가 많았다는 것. 반바지를 입고 간 사람들은 다리 수난사가 이어지지 않았을까요?



자체적으로 준비해온 앵콜곡 '콩가'를 끝으로 큐바니즘의 무대가 끝났습니다. 야광봉에는 세 가지 모드가 있더라고요. 하나씩 눌러보면서 색다른 재미를 느껴봤어요.



다음 무대는 거미였습니다. 익숙한 발라드 곡 위주의 선곡이었고요. 뜻밖의 곡들도 몇 곡 들려주었습니다. 신곡 '키스 이건 팁'도 불렀는데 약간 아이유 노래 스타일이었습니다.



드디어 김윤아가 등장합니다. 무대를 압도하는 파워풀한 보이스로 특유의 슬픈 노래가 이어집니다.




'나는 위험한 사랑을 상상한다' '미저리' '강' '유리' '꿈' '봄이 오면' 등을 불렀는데요. '꿈'의 가사는 참 좋더라고요. 잠깐 옮겨보겠습니다.


"너의 꿈은

때로 무거운 짐이 되지

괴로워도

벗어 둘 수 없는 굴레

너의 꿈은

때로 비교할 데 없는 위안

외로워도 다시 한 번 걷게 해주는

간절하게 원한다면 모두

이뤄질 거라 말하지 마

마치 나의 꿈은 꿈이 아닌 것처럼..."

- 김윤아 '꿈'



어두운 호수와 김윤아의 보컬 음색이 참 잘 어울려서 저는 음악에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김윤아의 영화음악 '봄날은 간다' 혹시 부를까 기대했는데 다행히 불러주었습니다. 정말 좋았습니다.



가까이서 보고 싶어서 저는 맨 앞줄로 갔습니다. 무대 앞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이제 공연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네요. '봄날은 간다'가 마지막 곡이었지만 분위기에 취해 특별히 몇 곡을 더 불러줍니다.



모든 공연을 끝낸 김윤아가 손을 흔들어 인사합니다.



청풍호반에서 세 여성 아티스트의 'One  Summer Night - DIVA Night' 공연이 끝났습니다. 토요일, 일요일에도 이곳에선 영화 상영과 음악 공연이 있을 예정입니다.




다음날 다시 영화를 보기 위해 메가박스를 찾았습니다. 어제보다 햇볕이 따가웠고 아침 먹을 곳이 마땅치 않아 겨우 김밥으로 해결해야 했어요. 제천 시내에는 관광객을 유혹할 인프라가 아직 많이 부족하네요.



아침부터 영화를 봅니다. 영화 시작 전 스크린에 표시된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로고입니다. Music in the Wind... 바람이 불고 음악이 있는 영화제입니다.



제천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 없겠죠? 점심 때에는 맛집을 찾아가기 위해 한적한 도로를 나섰습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큰 비가 온 충청도지만 이날은 참 깨끗하게 맑네요.



찾아간 곳은 '뜰이 있는 집'이라는 식당입니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황제문어보쌈. 황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커다란 문어와 보쌈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습니다.



정말 푸짐하죠? 이곳의 모든 음식은 주인이 직접 만든다고 하네요. 문어와 보쌈은 물론 가지부터 가리비까지 전부 맛있었습니다. 찾아간 보람이 있는 식당이었습니다.




제천 시내의 번화가인 명동에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역사를 전시해 놓은 조형물이 있는데요. 그중 10회 때인 2014년 포스터입니다. 녹색 풀밭 위로 역동하는 모습이 멋지네요.



제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2005년 8월 10일 시작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이네요. 개막작은 일본영화 <스윙걸즈>였고요. 당시에 가보진 못했지만 제천에서 이런 행사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죠. 문득 그때가 떠오르더라고요. 앞으로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또 어떤 모습일까요? 내년이 기다려집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