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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이 한국 좀비영화의 새 역사를 쓰며 주목받고 있습니다만 그동안 한국에 좀비영화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1980년 강범구 감독의 <괴시>를 시작으로 <죽음의 숲 - 어느날 갑자기 네번째 이야기> (2006) <이웃집 좀비>(2009) <미스터 좀비>(2010) <좀비스쿨>(2014) 등이 만들어졌습니다.
(<괴시>는 안타깝게도 루치오 풀치의 <좀비 2>를 베껴 만든 영화라고 합니다.)
<괴시>
하지만 대규모 상업영화에 좀비가 등장한 것은 <부산행>이 처음이고요.
이 영화가 한국영화 최고 흥행기록을 보유한 <명량>(2014)을 위협할 정도로 흥행 질주하고 있다는 것은 참 놀랍습니다.
<부산행>
세계 최초의 좀비영화는 1932년작 <화이트 좀비>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이 영화는 제목에만 '좀비'가 들어갈 뿐 정작 벨라 루고시가 연기한 좀비 자체는 온순합니다.
인간을 물어뜯고 감염시키는 좀비가 등장한 것은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1968년작 흑백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 시초입니다.
하지만 정작 영화 속에선 '좀비'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리빙 데드'로만 표현하고 있는데 이들을 '좀비'로 지칭한 것은 이 영화가 만들어지고 언론에 소개된 이후의 일입니다.
<화이트 좀비>
좀비영화 베스트 10을 꼽아봤습니다.
한때 좀비영화를 참 좋아했거든요.
뒷부분에는 베스트에 들지 못했지만 챙겨볼 만한 좀비영화 리스트를 따로 적었습니다.
우선 '베스트 10'부터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0. 플래닛 테러 Planet Terror, 2007, 로버트 로드리게즈
한쪽 다리에 머신건을 장착한 로즈 맥고완의 강렬한 이미지로 기억되는 영화입니다.
9. 데드 스노우 Dead Snow, 2009, 토미 위르콜라
노르웨이에서 온 저예산 좀비 영화입니다.
나치가 좀비라는 설정이 기발한데요.
생각해보면 나치와 좀비는 너무 잘 어울려서 왜 이런 영화가 진작 없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8. 나는 전설이다 I am Legend, 2007, 프랜시스 로렌스
친구도, 가족도, 직장 동료도 다들 좀비가 되어 지구상에 홀로 남았다면 얼마나 외로울까요?
이 영화가 바로 그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인류 멸망 이후 최후의 생존자가 된 윌 스미스의 친구는 개 한 마리뿐입니다.
그는 좌절하지 않고 절망의 도시에서 무언가 해야 할 일을 찾습니다.
감독은 극장판의 결말과 다른 감독판을 발표했는데요.
극장판에서 윌 스미스는 치료제를 만들고 죽으며 전설로 남지만, 감독판에선 좀비가 새로운 종이 되어 유일한 인간인 윌 스미스를 살려줍니다.
그래서 극장판에서와 감독판에서 '나는 전설이다'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감독판에서 전설은 인간이라는 종으로서의 마지막 개체라는 의미가 되는 거죠.
7. 새벽의 저주 Dawn of the Dead, 2004, 잭 스나이더
조지 A. 로메로의 동명의 1978년 작품을 리메이크했습니다.
<28일 후...>의 영향을 받아서 뛰어다니는 좀비가 나옵니다.
인물들 간의 갈등과 현장감이 뛰어난 스릴러입니다.
6. 새벽의 황당한 저주 Shaun of the Dead, 2004, 에드가 라이트
이렇게 웃긴 좀비 영화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좀비와 코미디의 그야말로 황당한 결합입니다.
좀비 장르를 재정의했다는 면에서 좀비영화계의 <스크림>이라고 할 만합니다.
5.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Night of the Living Dead, 1968, 조지 A. 로메로
오두막집 주위에 인육을 먹는 시체들이 서성거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방사능 누출로 인해 무덤에서 일어난 시체들입니다.
오두막에 숨은 사람들끼리도 내분이 일어납니다.
여주인공은 밤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요?
베트남전, 인종차별, 핵가족화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믹스해 공포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4. 데드 얼라이브 Dead Alive, 1992, 피터 잭슨
감독이 피터 잭슨이라면 스플래터 무비도 이렇게 유쾌할 수 있습니다.
지나친 저예산이었던 <고무 인간의 최후>보다 조금 더 업그레이드 된 퀄리티를 자랑합니다.
원숭이에 감염돼 좀비가 된 엄마로부터 모든 일이 시작되는데요.
엄마를 살려내려는 아들의 분투가 눈물겨운 호러 휴먼 좀비 코미디입니다.
3. 좀비랜드 Zombieland, 2009, 루벤 플라이셔
'유비무환'이라고 좀비도 미리 준비하면 막을 수 있을까요?
이 영화의 주인공은 좀비 창궐을 대비해 행동매뉴얼을 만들어 놓은 게임덕후입니다.
외톨이인 그는 정말로 좀비 바이러스가 퍼져 문명이 멸망하자 집 밖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터프가이와 여자를 만나 친구가 됩니다.
좀비가 은둔형 외톨이를 세상으로 끌어내고 우정도 만들어 준 셈이죠.
스릴러와 코미디가 제대로 섞여 보는 내내 즐겁습니다.
2. 28일 후... 28 Days Later, 2003, 대니 보일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충격으로 한동안 얼얼했던 것이 기억에 남네요.
동물 권리 운동가들이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된 침팬지들을 풀어주자마자 세상이 변합니다.
좀비로 인해 멸망한 문명으로 시작하는 첫 영화로 빠르게 뛰어다니는 좀비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좀비영화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된 작품입니다.
이 영화 이후 좀비영화들은 고어보다 스릴러를 강화해 놀라운 속도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후속편 <28주 후>로 이어지는데 <28달 후>는 제작이 무산되었다고 하는군요.
1. 시체들의 새벽 Dawn of the Dead, 1978, 조지 A. 로메로
"지옥이 꽉 차는 날, 죽은 자들이 땅 위를 걸을 것이다."
좀비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문구가 등장한 영화가 바로 이 작품입니다.
좀비를 피해 쇼핑몰로 도망친 주인공은 그곳에서 좀비떼를 만납니다.
자본주의와 소비주의에 관한 강렬한 메타포가 담긴 마스터피스입니다.
개인적으로도 학창시절에 보면서 좀비영화를 찾아 보는 계기가 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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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가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베스트와 비슷한가요?
지금부터는 베스트에 들지 못했지만 볼만한 좀비영화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순위는 없습니다.
'~오브 더 데드' 시리즈
시체들의 날 Day of the Living Dead, 1985, 조지 A. 로메로
이 영화에서 좀비보다 더 무서운 건 군인들의 횡포네요.
랜드 오브 데드 Land of the Dead, 2005, 조지 A. 로메로
거의 20년 만에 내놓은 거장의 새 좀비 시리즈로 개봉 당시 화제를 모았죠.
거장은 진화했습니다.
영리해진 좀비들은 이제 단지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복수하기 위해 인간에 대한 반격을 계획합니다.
좀비를 통해 사회 메시지를 전파해온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서는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바탈리언 The Return of the Living Dead, 1985, 댄 오배논
인간의 뇌를 먹는 로봇 같은 좀비들이 등장하는 영화입니다.
시리즈로 5편까지 제작됐죠.
화학물질이 땅 속에 스며들어 시체들이 깨어납니다.
시체를 토막내도 조각들이 각각 살아 움직입니다.
마을 일대를 폭파시켜버리는 엔딩이 충격적인 영화입니다.
댄스 오브 더 데드 Dance of the Dead, 2008, 그레그 비샵
고등학교 졸업파티가 좀비 파티로 변합니다.
샘 레이미 감독의 데뷔작 <이블 데드>가 떠오르는 영화지만 완성도는 그에 못 미칩니다.
후안 오브 더 데드 Juan of the Dead, 2011, 알레한드로 브루게스
좀비가 점령한 쿠바에 해결사 후안이 떴습니다.
쿠바에서 온 첫 좀비영화로 슬랩스틱과 정치풍자가 섞인 호러 코미디입니다.
좀비영화 초급편
월드워Z World War Z, 2013, 마크 포스터
베스트셀러 소설을 브래드 피트의 플랜B 엔터테인먼트가 영화화했습니다.
좀비가 3D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속편이 2017년에 나올 예정입니다.
웜 바디스 Warm Bodies, 2012, 조나단 레빈
좀비도 꽃미남이면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요?
역시 베스트셀러 원작입니다.
사진에서 니콜라스 홀트의 얼굴과 나란히 놓인 블루레이는 <좀비 2>입니다.
레지던트 이블 Resident Evil, 2002, 폴 W. S. 앤더슨
인공지능 슈퍼컴퓨터와 기억상실증에 걸린 여전사의 대결이지만 좀비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더 흥미진진해집니다.
2017년 6편을 마지막으로 시리즈가 종료된다고 하네요.
의외의 좀비영화
매기 Maggie, 2015, 헨리 홉슨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딸이 좀비가 되어 돌아옵니다.
좀비가 되도 딸바보인 아빠 이야기입니다.
데드걸 Deadgirl, 2008, 마셀 사미엔토, 가디 하렐
외딴 곳에 쓰러진 소녀를 발견한 두 10대 소년이 어떻게 할지를 놓고 티격태격하는 사이 소녀는 좀비인 자신의 정체를 드러냅니다.
엑시트 휴머니티 Exit Humanity, 2011, 존 게데스
미국 남북전쟁 시기를 배경으로 좀비가 적인 줄 알았더니 인간이 적이었다는 주제의 저예산 휴먼 좀비영화입니다.
콜린 Colin, 2008, 마크 프라이스
좀비의 시점에서 바라본 좀비영화로 영국산 저예산 파운드푸티지 영화입니다.
신선한 시도로 칭찬받았습니다만 좀비 특수분장 같은 것은 기대해선 안 됩니다.
호드 The Horde, 2009, 야닉 다한, 벤자민 로셰
프랑스산 액션영화에 좀비가 등장했네요.
경찰과 갱단이 서로 싸우다가 나중엔 힘을 합쳐 좀비에 맞섭니다.
피도 Fido, 2006, 앤드류 커리
좀비가 된 할아버지, 그의 이름은 피도라지요.
아이들은 애완견처럼 목걸이를 걸어주고 피도와 함께 놉니다.
더 배터리 The Battery, 2012, 제레미 가드너
좀비화된 세상에서 야구선수였던 두 남자만 살아남았습니다.
이들의 도피처는 음악입니다.
좀비영화 심화학습
좀비 2 Zombies 2, 1979, 루치오 풀치
기획은 짝퉁, 특수분장은 컬트인 영화입니다.
이탈리아 호러영화 장인 루치오 풀치의 B급 영화인데요.
이 영화가 <좀비>가 아닌 <좀비 2>인 이유는, 조지 A. 로메로의 <시체들의 새벽> 개봉 이듬해에 개봉했기에 그 영화의 속편처럼 보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 좀비는 대도시 뉴욕에 상륙하는데 상어와 대결을 펼치기도 합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죠스>를 나름 의식한 것인데 참 뻔뻔한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특수분장에 공을 들여 좀비들의 인간 식사 장면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요즘 영화의 완성도로 보면 너무 가짜 티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죠.
감독은 내친김에 1988년 <좀비 3>까지 만드는데 이 영화의 한국 비디오 출시 제목은 '살인마 쟘비'입니다.
비욘드 The Beyond, 1981, 루치오 풀치
풀치 감독의 대표작입니다.
흰자가 번뜩이는 눈동자가 <부산행>의 좀비를 떠오르게 하네요.
좀비오 Re-Animator, 1985, 스튜어트 고든
좀비라기보다는 시체를 부활시킨 과학자 이야기입니다.
B급 영화계의 컬트 클래식으로 추앙받는 영화입니다.
악령의 관 The Serpent and the Rainbow, 1988, 웨스 크레이븐
7년 전에 죽은 사람이 아이티에 살아 있다는 것을 발견한 인류학자와 정신과 의사는 부두교도들 속에서 좀비를 만드는 약을 추적합니다.
웨스 크레이븐 감독이 <나이트메어>와 <스크림> 사이에서 왜 한동안 슬럼프였는지 알 수 있는 범작입니다.
공포의 묘지 Pet Sematary, 1989, 메리 램버트
여성감독이 만든 좀비영화입니다. 원작은 무려 스티븐 킹입니다.
원제 속 묘지를 뜻하는 단어가 Cemetery가 아닌 Sematary인 이유는 영화 속 아이가 스펠링을 틀리게 쓰기 때문입니다.
고대 인디언의 묘지에는 죽은 자가 살아난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아이를 잃은 엄마는 전설을 믿고 묘지 옆에 아이를 묻습니다.
그러자 정말로 아이가 되살아납니다.
모성애가 절절이 흐르는 공포영화입니다.
나이트 크리프스 Night of the Creeps, 1986, 프레드 데커
좀비와 외계인이 만났습니다.
외계에서 온 벌레가 대학생의 입 속에 들어갔다가 27년 뒤 한 대학의 신입생 파티에서 튀어나옵니다.
학생들은 벌레의 숙주가 되는 동안 좀비로 변합니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 이름은 로메오, 카펜터, 후퍼, 카메론, 크로넨버그, 레이미 등이고, 대학 이름은 무려 '코먼 대학'입니다.
B급 호러영화에 대한 감독의 남다른 사랑이 드러나는 영화입니다.
슬리더, Slither, 2006, 제임스 건
B급 영화 클래식 <트로미오와 줄리엣>, 좀비영화 걸작 <새벽의 저주>의 각본을 쓴 제임스 건의 첫 연출작입니다.
인간을 숙주로 삼는 외계생물체라는 설정은 <바디 에이리언>과 비슷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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