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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의 전지현,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의 레베카 퍼거슨,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에밀리아 클라크,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샤를리즈 테론...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 속 여성들이 강해지고 있다. 지금까지 액션 블록버스터는 근육질 남자 주인공들의 독무대로 여성은 수동적인 역할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젠 여성 ‘원톱’이 아닌 영화에서도 남자들을 압도한다.


우선, 멀티캐스팅 영화 <암살>에선 전지현이 러닝타임의 80%에 등장해 독립군 대장과 친일파의 딸로 1인2역 연기를 펼친다. <도둑들>에서 자신만만했던 ‘예니콜’의 이미지를 물려받아 이번엔 소총을 들고 경성을 활보한다. 미쓰코시 백화점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소총을 난사하는 모습은 영화 <킬빌>의 우마 써먼을 연상시킬만큼 강렬하다.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은 톰 크루즈를 보기 위해 극장에 들어갔다가 레베카 퍼거슨을 발견하고 나오는 영화다. 지금까지의 ‘미션걸’들이 대개 비주얼 담당에 그쳤던 것과 달리 퍼거슨은 톰 크루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또 한 명의 요원으로 시종일관 긴장관계를 만들어낸다. 오토바이 추격전이 벌어지면 그동안의 여성들은 대개 톰 크루즈의 뒷자리에 타곤 했다. 하지만 퍼거슨은 단독으로 추격전을 지휘하고 이에 당황한 톰 크루즈는 “오토바이 잘 타던데”라며 감탄할 뿐이다. 또 육박전이 벌어질 땐 공중을 날아서 긴 다리로 목을 휘감는 그녀만의 필살기도 갖췄다.


스웨덴 출신의 32살난 이 여배우는 13살때부터 모델과 연기를 시작한 아역스타 출신이다. 영국 드라마 <화이트 퀸>을 비롯해 유럽에서 활동반경을 넓혀가던 그는 2014년 <허큘리스>의 조연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뒤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또 지난달 개봉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아놀드 슈왈제네거나 존 코너 역의 제이슨 클락보다 사라 코너 역을 맡은 에밀리아 클라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됐다. <터미네이터> 시리즈 3,4편이 존 코너와 터미네이터의 대결 위주로 진행됐다면 이번엔 다시 1,2편처럼 사라 코너를 중심으로 되돌린 것이다. 미드 <왕좌의 게임>에서 용의 엄마이자 강인한 군주로 변모하는 은발의 공주 대너리스 타르가르옌 역할을 맡았던 클라크는 다소 느슨하게 전개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존재로 남았다.


5월 개봉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아예 실질적인 주인공이 맥스가 아닌 퓨리오사라는 의견이 많았던 영화다. 페미니즘 영화 논쟁이 붙자 퓨리오사 역할을 맡은 샤를리즈 테론은 칸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진실을 추구한 덕분에 여성이 제대로 보여졌다. 감독이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기에 훌륭한 페미니스트 영화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액션 블록버스터 속 강인한 여성은 근육질 여성이 주목받는 최근 트렌드와도 통한다. 그동안 개미허리에 하얀 피부가 여성들의 워너비였다면 이젠 ‘머슬 글래머’가 새로운 미의 기준이 된 시대다. 한국에서도 머슬마니아 대회에서 동양인 첫 5위를 차지한 유승옥, 미식축구 대표팀 스트레칭 코치인 예정화 등이 새로운 스타가 됐다.


향후 개봉할 영화들의 리스트에도 강인한 여성들이 눈에 띈다. <협녀: 칼의 기억>에선 전도연과 김고은의 칼이 맞부딪칠 예정이고, 김지운 감독은 새 영화 <밀정>에서 의열단의 항일투쟁을 이끄는, <암살>의 전지현 버금가는 여전사를 그릴 계획이다. 또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엔 모험을 펼치는 10대 소녀가, 박찬욱 감독의 새 영화 <아가씨>엔 음모극의 중심에 선 귀족 여성과 소매치기 소녀가 등장한다. 할리우드 영화 중에선 <헝거게임>과 <다이버전트> 시리즈를 통해 제니퍼 로렌스와 쉐일린 우들리가 액션 스타로 떠오르기도 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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