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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투 더 퓨쳐>가 30주년을 맞았습니다.

1985년 7월 3일 미국에서 첫 개봉했으니

2015년 7월 3일 금요일 정확히 30주년이 됩니다.


10주년, 20주년보다 30주년은 더 중요합니다.

왜냐고요?


영화를 기억하시는 분들은 아시죠?

마티 맥플라이와 베넷 브라운 박사,

그리고 마티의 여자친구 제니퍼가

<백 투 더 퓨쳐 2>에서 30년 뒤로 떠납니다.

2015년 10월로 오는 거죠.


30년 전에서 오는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

3부작 시리즈를 다시 한 번 봤습니다.

그리고 영화에 대해 그동안 몰랐던

이야기들을 찾아봤습니다.

하나씩 꺼내놓을게요.


영화는 3부작이지만

이 글은 2부작입니다.



<백 투 더 퓨쳐>에 관한 숨겨진 이야기 5가지



1. 애초 할리우드는 이 영화를 거절했다


그렇습니다.

할리우드는 애초에

<백 투 더 퓨쳐>를 몰라봤던 것입니다.


로버트 저메키스와 밥 게일이

이 영화의 초고를 쓴 건 1981년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시나리오를 함께 쓰고

여러 메이저 스튜디오를 찾아다녔는데

그들은 모두

<백 투 더 퓨쳐>를 거절합니다.


“제목에 ‘퓨처’가 들어간 영화는 망해”

“귀엽고 따뜻하지만 섹시하진 않아”


1980년대 초엔 <리치몬드 하이> 같은

성인용 틴에이저 영화가 인기를 끌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보기에 <백 투 더 퓨쳐>는 너무 가벼웠던 것입니다.


반대로 디즈니의 경우는

“엄마가 아들과 사랑에 빠지는

오이디푸스 이야기라니, 허걱!”

이런 이유로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모든 이유들의 속내는 따로 있었으니,

“감독이 별볼일 없잖아.”

이런 것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로버트 저메키스는 1978년 <당신의 손을 잡고 싶어>라는

비틀즈 노래 제목에서 따온 영화로 데뷔했지만

흥행에선 쓴맛을 본 그저 그런 신예에 불과했거든요.


<당신의 손을 잡고 싶어>는 스필버그가 제작했지요.

스필버그 역시 믿었던 후배가 터져주지 않자 노심초사했습니다.


저메키스는 전략적 후퇴를 선택합니다.

<백 투 더 퓨쳐>를 일단 접고 다른 영화를 만드는데

그 영화들은

<중고차 소동> <로맨싱 스톤>입니다.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해서 이제 더 이상

'듣보잡' 소리는 안 들어도 될 정도가 됐습니다.


그는 이제 숨겨왔던 비장의 무기인

<백 투 더 퓨쳐> 시나리오를 다시 들이밉니다.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이때에도

할리우드가 완전히 돌아선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메키스는 <당신의 손을 잡고 싶어>의 제작자였던

스티븐 스필버그를 찾아갔고

결국 스필버그의 앰블린 엔터테인먼트가 제작사로,

유니버설 픽처스가 배급사로 나서게 됩니다.


당시 저메키스는 이 영화가 실패하면

다시는 영화를 찍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하네요.


게일은 나중에 이런 말을 했죠.

“스필버그와 친구였기에 이 영화를 찍을 수 있었다”


결국 뭔가 절실하게 만들고 싶은 영화가 있을 땐

친구를 잘 찾아가야 합니다.



2. <명왕성에서 온 우주인>으로 제목이 바뀔 뻔했다


영화를 배급하기로 한 유니버설 픽처스의

시드니 셰인버그 이사는 몇 가지 조건을 내겁니다.


첫째, 마티의 엄마 이름을 자신의 와이프 이름을 딴 로레인으로 바꿀 것

둘째, 브라운 교수 대신 ‘닥’ 브라운으로 바꿀 것

셋째, 브라운이 기르는 침팬지를 강아지로 바꿀 것


뭐, 다 수용됐습니다.

그런데 가장 황당한 요구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영화 제목을 다음과 같이 바꾸라는 것이었습니다.

<명왕성에서 온 우주인(Spaceman from Pluto)>


말이 되나요?

만약 이 요구가 받아들여졌으면 어땠을까요?

영화에 명왕성은 어딨고 우주인은 또 어딨나요?


영화 속에 마티가 아빠 조지 앞에 우주복을 입고 나타나

“나는 벌칸 행성에서 온 다스 베이더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기억나시나요?


그 장면에 대해 셰인버그는

“나는 명왕성에서 온 다스 베이더다"

이렇게 대사를 바꾸면 제목과 맞는다고 제안합니다.


또 영화 속에 농부의 아들이 만화책을 보는 장면에서

만화책의 제목이 'Space Zombies from Pluto'인데

이것을 'Spaceman from Pluto'로 바꾸라고 요구합니다.


요구를 들어주자니 영화가 산으로 가고,

안 들어주자니 영화를 못 찍을 위기에 처한 순간,

저메키스는 스필버그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능력자 스필버그는 셰인버그에게 메모 한 장을 보내

모든 상황을 종료시킵니다.

그리고는 저메키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그가 말한 건 그냥 농담이었다네.

자네 하고 싶은대로 하게."


이처럼 유니버설 픽처스의 간섭은 어마무시했나 봅니다.

영화 속에 악당으로 등장하는 비프 타넨은

유니버설 픽처스의 이사 네드 타넨에게서 따온 것입니다.

저메키스와 게일은 <당신의 손을 잡고 싶어> 제작 당시

시나리오 미팅에서 까다롭게 굴었던 타넨을

악당 이름으로 쓰며 복수했다고 하네요.



3. 타임머신은 원래 냉장고였다


DMC의 드로리언 자동차를 개조한 타임머신은

<백 투 더 퓨쳐>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죠.


그런데 애초 저메키스가 초고에 쓴 타임머신은

냉장고였다고 하네요.

가만, 냉장고라고요?


네, 냉장고에 문을 닫고 들어가

핵연료를 작동시키면 다른 시간에 도착해 있는 거죠.

핵연료는 1955년 네바다 핵실험 장소에서

구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메키스는 냉장고의 부작용을 우려했습니다.

영화를 본 아이들이 이를 모방해

냉장고에 들어가 문을 걸어잠그는 상황이 걱정됐던거죠.


그래서 타임머신을 움직이는 물체로 바꾸기로 합니다.

비행접시 같은 것을 생각하다가

결국 확정한 것은 드로리언 자동차입니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돌고 돕니다.


저메키스가 생각했던 냉장고와

1955년의 네바다 핵실험 장소는

훗날 스필버그가 2008년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을 만들때 써먹었습니다.



4. 주인공은 마이클 J. 폭스가 아닌 에릭 스톨츠였다


원래 성공한 영화는 나중에

이런저런 캐스팅 비화가 나오게 마련입니다만

이 영화는 심합니다.


애초 저메키스와 게일은 마이클 J. 폭스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그런데 폭스는 <패밀리 타이>라는 TV시리즈를 찍고 있었고

방송 프로듀서는 그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차선을 찾았고

몇 명의 후보군 중 에릭 스톨츠로 최종 낙점합니다.

그리고 촬영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촬영이 진행되면서

감독과 배우는 뭔가 맞지 않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스톨츠는 유머가 없었고

스케이트보드 타는 모습이 어색했고

무엇보다 마티 맥플라이가 아니었습니다.


저메키스와 스필버그는

지금까지 찍어놓은 것을 다 버리고

다시 찍기로 합니다.

가뜩이나 적은 제작비에서 3백만 달러가 추가되는 순간입니다.


감독은 다시 폭스와 접촉했고

이번엔 다행히 TV 제작자가 스케줄을 허락합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합류한 폭스는

캐릭터와 최고의 궁합을 보여줍니다.


"저도 고등학교때 스케이트보드 타고

여자 쫓아다니고

밴드에서 연주하며 록스타를 꿈꿨거든요."


그가 연기한 마티 맥플라이는

마티 맥플라이 그 자체였습니다.


에릭 스톨츠는 어떻게 됐냐고요?

물론 <백 투 더 퓨쳐>가 잘돼 힘들었겠지만

이후 1990년대 들어 <킬링 조> <펄프 픽션>으로 이름을 알립니다.



5. 스필버그는 음악감독을 안좋아했다


지금이야 <백 투 더 퓨쳐>의 음악이 유명해서

다양하게 변주되어 쓰이지만

처음엔 걱정이 많았습니다.


음악을 맡은 알란 실베스트리는 <로맨싱 스톤>에서

저메키스와 작업한 인연으로 일찌감치 합류했는데요.

스필버그는 그 영화의 음악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실베스트리도 탐탁지 않았겠죠.


존 윌리암스와 작업해온 스필버그는

이 영화에도 윌리암스 같은 영화음악을 원했을 겁니다.


그래서 저메키스는 실베스트리에게 이런 요구를 합니다.

음악을 좀더 장대하고 서사적으로 만들어달라고요.


덕분에 영화의 작은 규모가

음악 덕분에 더 커져 보이게 됐고

스필버그는 만족했습니다.


30주년을 맞은 2015년

<백 투 더 퓨쳐>는 뮤지컬로 만들어지는데요.

이를 위해 저메키스, 게일과 음악감독 알란 실베스트리가

다시 한 번 뭉쳤습니다.


실베스트리는 뮤지컬의 스코어도 맡았습니다.

뮤지컬은 올해 런던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될 예정입니다.



To be concluded…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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