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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섹스한 뒤 음모는 누구에게 더 많이 이동했을까?

강아지 머리를 잘라서 다른 강아지의 몸통에 연결하면 얼마 동안 살까?

단두대에서 잘린 머리는 얼마 동안 살아있는걸까?

섹스하는 남녀의 접합된 성기를 MRI로 촬영하면 다빈치의 그림과 비슷할까?

하루가 28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살면 바이오리듬도 그에 맞게 변할까?

갓난 침팬지와 갓난 아기를 함께 키우면 침팬지도 인간처럼 될까?

인간이 365일 내내 침대에 누워 있으면 무중력 상태를 느낄 수 있을까?

붉은털 원숭이는 엄마 모양을 한 모형을 엄마로 인식할까?

자신이 신이라고 믿는 정신병자 셋을 모아놓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히치하이킹을 할 때 짧은 치마가 유리할까 목발이 유리할까?

정상인이 정신병원에 갇히면 얼마만에 정상판정을 받고 풀려날까?

배우가 박사로 신분을 속이고 내용 없는 강연을 하면 사람들이 믿어줄까?

초록불이 켜졌을 때 가지 않으면 뒷차는 얼마 후에야 빵빵거릴까?

지나가는 사람에게 섹스하자고 물어보면 승락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식당에서 웨이트리스가 남자손님의 손을 살짝 스치면 팁을 더 받게 될까?

술집 문 닫을 시간이 되면 남자들은 남은 여자들을 더 예쁘다고 생각할까?

똑같은 칼로리의 음식도 수프로 만들면 왜 더 배부르게 느껴질까?


독일의 과학 저널리스트인 레토 슈나이더가 쓴 이 책은 1802년부터 2002년까지 행해진 111가지 기발한 과학실험을 담고 있다. MBC [서프라이즈]에서도 다루기 힘들 괴짜 상상력을 모은 책으로 사례 하나하나가 기발하고 재미있다. 서술방식도 궁금증을 유발하도록 스토리텔링의 방식을 택해 과학책(?)임에도 딱딱하지 않다.


문화적 상대성에 의해 과거 사람들이 현대인들보다 일상에서 더 잔인했다는 것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처럼 개 머리를 잘라서 다른 개의 몸통에 붙인다든가, 목이 잘린 사형수의 머리 두개를 서로 붙여본다든가 하는 실험은 도대체 어떻게 구상할 수 있었을까 싶다. 그런가 하면 과학자가 자신이 하는 연구의 실험대상을 구하지 못해 직접 모르모트가 된 과정은 안타깝다. 특히 1802년 황열병이 전염병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직접 환자의 토사물을 자신의 팔을 절개해 넣어보고, 먹어보고, 심지어 환자의 피와 오줌까지 먹어본 퍼스 박사의 사연은 눈물겹다. 또 헬리코박터 필로리균을 발견한 배리 마셜 박사는 이 박테리아가 위산에 살며 위염을 유발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박테리아를 먹고 증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결국 아내의 협박으로 보름 후 항생제를 먹어야 했지만 그 노력이 박테리아의 발견으로 이어졌다. 또 어떤 과학자는 인간의 섹스를 연구하기 위해 조교와 직접 섹스를 하며 기록하다가 이를 의심한 아내에 의해 실험을 중단해야 했다. 몇 달 동안의 기록은 분노한 아내가 찢어버렸다는데 그 안에 어떤 연구결과가 있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한다.


사람의 눈은 위아래를 구분하지 못한다. 즉, 눈동자를 위아래 바꿔 끼워넣어도 사람은 세상을 거꾸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인식하는데 그 이유는 세상을 인지하는 기관이 눈이 아닌 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실험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과학자는 거울로 된 특수 안경을 끼고 생활했다. 세상이 거꾸로 보이는 안경이다. 어차피 두뇌는 그것이 거꾸로 되었다는 것을 곧 인지하게 될 것이므로 거꾸로 된 안경을 끼고 있다보면 어느 순간 세상이 똑바로 보일 거라는 논리였다. 그는 잠잘 땐 눈을 안대로 가리고 깨어 있는 모든 시간 안경을 끼고 생활했다. 과연 그 실험은 성공했을까?


이 책에서 가장 눈물겹던 실험은 아기 원숭이에게 가짜 엄마를 만들어준 것이다. 엄마 모형에 천을 감고 두었더니 원숭이는 그 모형을 엄마로 인식하고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아기 원숭이가 달라붙을 때마다 전기자극을 주거나 철사로 찌르거나 했는데 아기 원숭이는 아무리 아파도 계속해서 엄마 모형에게 안기더란다.


또 한 과학자가 침팬지와 인간을 행동을 연구하기 위해 자신의 갓난 아이을 침팬지와 함께 키운 연구도 있다. 1931년 당시 '늑대소년'의 등장으로 사회가 떠들썩했을 때 그 과학자는 늑대소년이 인간 사회로 들어온 뒤에도 인간의 언어와 문화를 쉽게 익히지 못하는 것은 지능이 낮아서가 아니라 어릴적 생긴 각인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늑대소년과 반대로 침팬지를 자기 딸과 똑같이 키우기로 한 것이다. 침팬지 '구아'는 밥 먹을 때 수저를 썼고 똥도 먼저 가렸다. 하지만 문제는 침팬지가 영리해진 것과 더불어 인간 아이 역시 침팬지처럼 지능이 낮아진 것이었다. 과학자의 부인은 도저히 이를 견딜 수 없었고 결국 실험은 9개월만에 끝나게 된다. 침팬지 우리로 돌아간 구아는 결국 진짜 엄마 침팬지를 견디지 못하다가 몇 달 후 죽었고, 인간 아이는 그뒤 지능을 회복해 하버드 대학교까지 진학했지만 자살하고 말았다.


그밖에도 책장을 넘길 때마다 흥미진진한 실험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엉뚱하고 기발한 이런 상상력은 때로 마샬 박사처럼 노벨 생리의학상이라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대개는 보잘 것 없는 결과를 내고 조용히 잊혀졌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한 실험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인간의 본성을 아주 직접적으로 탐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유쾌한 농담처럼 보이는 실험들을 따라가다보면 그 사이마다 묵직한 질문들과 마주하게 된다. 바로 그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링켈만은 학생 스무 명에게 혼자나 여럿이서 밧줄을 잡아당기게 했다. 두 사람이 함께 당길 때는 각각의 사람이 혼자 당길 때에 비해 93%의 힘밖에 쓰지 않았다. 세 사람일 때는 85%, 네 사람일 때는 77%, 여덟명일 때는 50%로 떨어졌다. 이런 인간 본성의 좀스러운 경향을 '링겔만 효과'라고 부른다. P.52


청중에게 폭스 박사의 정체를 알려준 다음에도, 어떤 사람들은 그에게 그 주제와 관련하여 추가로 읽어야 할 자료들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니까, 횡설수설에 사기로 판명된 강연이 강연 기법 때문에 청중에게 그 주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그래서 웨어는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줄 혁신적인 방법을 제안했다. 교수들이 직접 강의하지 말고, 대신 강의할 배우들을 훈련시키라는 것이다. P.241


이 책은 영어, 한국어, 중국어를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간되었으며 저자가 책에서 못다한 이야기나 또다른 기발한 과학실험들을 홈페이지에 추가로 올리고 있다. 홈페이지 주소는 http://madsciencebook.com/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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